제천 리솜포레스트 73평 거실
국내 호화리조트 어디까지 가봤니
더 호화롭게 더 특별하게
앞다퉈 VVIP고객 위한 호화 리조트 짓는 업계
한채 수십억원 분양가에도 ‘풀계좌’ 선호
더 호화롭게 더 특별하게
앞다퉈 VVIP고객 위한 호화 리조트 짓는 업계
한채 수십억원 분양가에도 ‘풀계좌’ 선호
“수요가 있으니, 앞다퉈 공급에 나서는 거죠. 여기도 경쟁이 있습니다. 더 호화롭게, 더 특별하게 만들고, 더 정성스러운 서비스 시스템을 갖춰야 부자들이 움직입니다.”
1%를 위해 만들었다는, 한 회원전용 고급 리조트 객실총괄지배인의 말이다. 특별한 구역 안에, 특별한 휴식을 위한 모든 것이 준비돼 있다는 고급 리조트들이 최근 몇년 사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우리 사회의 양극화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부자 놀음’이라는 시각과, 여가문화 발달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런 한 형태라는 시각이 공존한다. 국내 고급 리조트 시장의 흐름과 현주소를 살펴봤다.
일반인에게 개방되는
보통 리조트와 달리
철저히 회원제 운영
리조트(Resort). 다양한 레저활동을 즐기며 쉬는 장소를 말한다. 프랑스의 고어(Resortier: again+to go out)에서 비롯한 용어라고 한다. 우리나라 리조트의 역사는 스키장이 열어젖혔다. 1975년 용평스키장이 개장하면서다. 숙박시설을 여럿이 공동소유하는 콘도미니엄은 1980년 문을 연 경주의 한국콘도가 효시다. 단순 숙박시설이던 콘도가, 80년대 이후 잇따라 들어선 스키장들과 결합하며 본격 리조트 시대가 시작됐다. 소득수준 향상 및 여가생활 욕구 증대와 맞물려, 점차 숙박 위주의 콘도는 쇠퇴하고, 2000년대 들어서면서 사계절 휴양지 개념의 종합레저타운이 대세를 이루게 된다. 현재 대표적인 리조트들은 골프·스키·온천·물놀이 시설과 갖가지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해 놓고 사철 고객을 맞는다.
지금 리조트 시장에선 시설과 규모, 서비스에서 격렬한 차별화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초호화’ ‘국내 최고 시설’을 내세운, ‘1% 특별한 고객’을 위한 ‘VVIP용’ 럭셔리 특급 리조트들이 잇따라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최근 새로 지어지는 고급 리조트들의 객실 규모는 60~70평대는 기본이고, 100~200평대까지 대형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분양가가 10억원대를 뛰어넘는 건 예사다. 강원도 홍천 ‘소노펠리체’ 레지던스 펜트하우스 95평형의 경우 약 23억원, 용평 ‘더 포레스트 레지던스’의 가장 큰 객실 230평형은 분양가가 39억원(2005년)이었다. 건물도 기존의 빌딩형이 아닌, 복층 구조의 단독 빌라형 리조트가 대세다.
최고급 시설에
입실에서 퇴실까지
호텔식 밀착서비스
이들 호화 리조트들은, 객실을 일반인에게도 개방하는 기존 리조트들과 달리, 철저하게 회원제로 운영되는 게 특징이다. 분양 방식도 기존의 ‘1실 다계좌’(예컨대 1년을 12명이 30일씩 사용)가 아니라, ‘2분의 1 계좌’(1실 2인)나 ‘풀계좌’(1실 1인)의 개인 별장 형식이 주류다. 부유층이 가장 선호하는 건 역시 풀계좌 분양이다. 지난 3월 문을 연 제주의 회원제 고급 리조트 ‘롯데 아트빌라스’ 관계자는 “풀계좌 빌라가 단연 인기”라며 “전체 72채 중 40채를 풀계좌로 분양중인데, 이미 60%가 팔렸다”고 말했다. 아트빌라스 풀계좌 분양가격은 12억(54평형)~40억원(154평형) 선이다.
최근 5년 사이 새로 선보였거나 신축중인, 회원제 고급 리조트들은 10여곳을 헤아린다. 이런 고급 리조트 바람에 대해, 리조트업계 30년 경력의 조희철(55) 여가공간연구소 본부장은 “해외 고급리조트를 경험한 이들이 급증하는 시대에 국내 리조트의 질적 고급화 바람은 이미 예견됐던 일”이라며 “소득 향상과 여가시간 증가, 눈높이의 상향 등으로 공급자 위주의 리조트 시장이 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됐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유층들로선 선택폭이 넓어지면서, 국내에서도 고품질 리조트를 만날 수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럼 연 관리비만 1000만~2000만원에 이른다는, 국내 회원제 고급 리조트들의 주인은 어떤 사람들일까. 한 회원전용 고급 리조트 직원은 “기업체 시이오들과 연예인들이 많다”며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분들”이라고 귀띔했다. 고급 리조트들은 내국인뿐 아니라 외국인 부유층을 겨냥한 마케팅을 펼치기도 한다. 제주 아트빌라스의 경우 베이징 사무소 등을 통해 중국인 부유층을 대상으로 홍보 활동을 벌이고 있다.
개인 별장 한 채씩은 갖고 있을 법한 부유층들이 고급 리조트를 선호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철저한 관리와 서비스”에서 그 이유를 찾는다. “단독 별장에 비해 관리하기가 쉽고, 최강의 서비스가 제공되며, 철저한 보안, 프라이버시·품위·권위를 두루 보장해주는 시스템” 때문이란 것이다. 고객 신상정보와 관련해선 어느 리조트나 극도의 보안을 유지한다. 일부 고급 리조트업체는 구체적인 건물 구조나 시설, 부대 서비스 등까지도 일반에 알려지는 걸 꺼리기도 한다. 고급 리조트에 호텔식 컨시어지 서비스가 접목된 건 오래된 일이다. 도착 때부터 떠날 때까지 직원들의 밀착 지원 서비스가 이뤄져 “한 차원 높은 휴식”이 가능하다고 한다. 풀계좌 소유주들 중엔 “주말·주중 가리지 않고 수시로 들러 쉬거나, 한번 오면 몇달씩 머물다 가는 이들도 꽤 있다”고 한 리조트업체 직원은 전했다.
고급 리조트들은 대개 복층 구조에 대형 통유리창, 전망 좋고 사생활이 보장되는 널찍한 발코니, 2층 천장까지 트인 호화로운 거실과 양식·한식 침실에 드레스룸, 방마다 딸린 널찍한 욕실·화장실이 기본 구조다. 자재 역시 수입 대리석·원목 등이 기본이다. 별도 와인저장고와 발코니 자쿠지 시설을 갖춘 곳도 흔하다. 고급 리조트들은 설계 때부터 세간의 이목을 끈다. 국내외 유명 건축가들의 참여가 기본이기 때문이다. 홍천 대명 소노펠리체는 프랑스의 유명 건축가 다비드피에르 잘리콩이, 제주 아트빌라스는 단지별로 승효상 등 5명의 저명한 국내외 건축가가 설계한 작품들이다.
이런 리조트 시설의 고급화 현상이 한계에 봉착한 콘도·리조트 업계의 일시적 자구책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 서천범(54) 소장은 “이제 투자가치보다는 이용가치가 중시되는데다, 경기부진 등이 겹치면서 리조트업계가 침체된 상황에서 나온 고가 정책”이라며 “부유층을 겨냥한 전략이 지속적으로 성공을 거두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갈수록 여가생활이 중시되는 사회에서, 이미 국민 레저생활의 리더 중 하나로 자리잡은 리조트가 발전할 수 있는 방향은 어떤 것일까. 전문가들은, 당장은 어렵겠지만 중장기적으로 자연·건강 등 특화된 테마의 고품격 리조트가 각광받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조희철 본부장은 “온 국민 관심사인 건강·치유·생태 등의 테마를 내건 친환경 리조트들이 한층 주목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사진 이병학기자 leebh99@hani.co.kr
양양 쏠비치의 호텔 로비 라운지
홍천 소노펠리체 95평 거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