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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단주는 시장 아닌 시민…정치적 독립구단 만들 것”

등록 :2014-01-02 19:33수정 :2014-01-02 22:34

신문선 성남시민축구단 초대 대표

선수선발 청탁 등 외풍 막아
시민들이 찾는 시민구단 될 것

스카우터 내정도 취소하고 공채
부족한 예산은 후원사 찾으면 돼
박종환 감독 신뢰…올해 6위 목표
“십자가를 짊어지고 가는 기분이다.”

대표이사로 선임된 뒤 사흘 동안 한숨도 잘 수 없었다고 했다. 새롭게 출발하는 시민구단 앞에 놓인 숱한 난제와 막중한 책임감 때문에…. 그러나 단호했다. “정치적으로 자유롭고 투명한 경영을 하는 건전한 시민구단을 만들겠다.”

2일 공식 취임한 신문선(56) 성남시민프로축구단 초대 대표이사는 <한겨레>와의 인터뷰 내내 비장했다. “2년 전 강원FC로부터 용역을 받아 프로축구단을 연구해봐서 시·도민 구단의 현실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다. 시장 등의 정치적 영향 아래 있다 보니, 조직·인력·예산 운영 등 3가지 부분에 문제가 많다. 사장도 단장도 감독도 낙하산으로 내려오고, 과도한 용병 연봉 등 예산 낭비도 심했다. 시·도민 구단은 골병이 들 대로 들었다. 시민의 부담을 덜어주는 건전한 시민구단의 모델을 만들겠다.”

지난해 말 공모를 통해 대표이사가 된 그는 화려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서울체고 출신으로 연세대에서 축구선수로 활약했고, 1983년 프로축구 유공에 입단해 85년까지 현역으로 뛰면서 국가대표 생활도 했다. 은퇴 뒤에는 <문화방송>(MBC) 등의 축구해설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명해설자라는 소리를 들었다. 2006년 교수로 변신해 명지대 기록정보과학대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인터넷을 보다가 대표이사 공모한다는 것을 봤다. 공모 마감 하루 전 밤새 지원서를 써 냈다. 2명이 응모했는데, 시민구단추진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나를 선정했다.”

그는 전신인 성남 일화 구단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었다. “작년에 성남 일화가 200억원을 썼는데 매출은 25억원에 불과하다. 25억원 대부분도 통일교 관련 스폰서가 돈을 낸 것이다. 입장 수입은 2억5000만원, 1년 관중은 5만6136명에 불과했다. 경기당 평균 관중이 2672명, 유료 관중은 1342명이었다. 한 해 200억원을 쓰는, 국내 프로축구 사상 최다인 7번 우승한 팀의 현실이다.”

용병에 대한 과도한 연봉도 지적했다. “지난해 성남 제파로프의 연봉은 10억원. 용병 4명의 연봉이 25억원이나 됐다. 경영자가 전문성이 없다 보니 엄청난 예산을 낭비했다. 앞으로 시민의 부담을 덜어주는 시민구단의 모델을 만들겠다.”

이를 위해 신 대표이사는 현재 45명 정도인 선수단 규모를 적정선인 30~35명으로 줄이겠다고 공언했다. “취임하면서 박종환 감독에게 가이드라인을 줬다. 30~35명 선으로 선수단을 운영하라고. 선수 선발 부탁 등에 대한 정치적 외풍은 대표이사인 내가 막겠다고 했다.”

신 대표는 “이상윤 수석코치 등 3명의 코치에게도 성남시민구단을 선택한 이유, 코치로서의 역할, 팀 운영 계획과 방향 등을 제출하라고 했다”고 했다. 박종환 감독이 이미 스카우터를 내정한 것에 대해서도 양해를 구해 “공채하겠다”는 동의를 받아냈다. 감독이 직접 스카우터를 선발하면 주위에서 오해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프로무대에 복귀한 박종환 감독에 대해서는 기대감을 표했다. “축구연구소에서 일할 때 축구지도자협의회 회장인 그와 인연을 맺어 알고 있다. 주위에서는 나와 박 감독이 강한 성격이어서 마찰이 있을 것이라 우려하는데 그렇지 않다. 박 감독이 76살인데 뭔 욕심이 있겠나. 마음을 비우셨다. 올해 박 감독 바람이 프로무대에서 불 수 있다. 축구 후배로서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게 전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올해 K리그 클래식 성적은 6위 정도를 당부했다고 했다.

성남시민구단은 올해 시의회로부터 70억원의 예산을 추인받아 재정적으로 힘들다. 신 대표는 140억원 정도는 있어야 하는데 턱없이 부족하다고 했다. “선수 인건비, 전지훈련비 등을 생각하면 앞길이 막막하다. 그러나 믿는 구석이 있다. 스폰서 확보에 총력을 다할 것이다.”

시와의 선도 명확하게 그었다. “구단주인 이재명 성남시장한테 두가지를 천명했다. 구단주는 시장이 아니라 시민들이라고. 또 구단은 정치적으로 자유로워야 한다고.” 이재명 시장도 이날 신 대표 취임식에서 “나한테 선수 써달라고 청탁이 많이 들어오는데, 실력 중심의 구단 운영을 보장해줄 것”이라고 화답했다. 신문선 대표는 “시민들이 운동장에 많이 찾아와야 구단이 발전할 수 있다”는 것도 거듭 강조했다.

성남/글·사진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