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재단에 17억 낸 롯데 ‘70억 추가’
약정액 2배 베팅…삼성보다 많아
경영권 분쟁·수사 임박 ‘절박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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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출금 내역 지운채 국감자료 제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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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씨가 사실상 장악하고 있는 케이스포츠재단이 지난 5월 롯데로부터 70억원을 받아낸 것은 재단 설립 초기 대기업으로부터 288억원의 출연금을 받아낸 것과는 성격을 달리한다. 288억원의 경우 청와대가 대기업의 ‘팔목을 비틀어서’ 내게 한 것이라면, 롯데 건은 검찰 수사를 매개로 한 검은 거래의 성격이 짙어 보이기 때문이다. 롯데는 이미 재단 출연금으로 17억원을 냈다. 그런데도 70억원을 더 냈으니 합쳐서 87억원이다. 재계 서열 1위인 삼성이 79억원을 냈는데 서열 5위인 롯데가 87억원을 낸 것 자체가 석연찮다.
케이스포츠는 1월13일 재단 설립 이후 추가로 돈을 받아내려 한 곳이 현재까지 밝혀지기로는 두 곳이다. 하나는 롯데이고 또 하나는 에스케이(SK)다. 둘 다 약점이 있는 곳이다. 에스케이의 경우 최태원 회장의 동생 최재원 수석부회장이 2014년 2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6개월이 확정돼 10월20일이 만기 출소일이었다. 케이스포츠가 80억원을 요구한 2월29일로 치면 8개월가량 남아 있는 상태였다. 케이스포츠는 당시 에스케이 쪽에 80억원을 요구했는데, 에스케이 쪽은 사업 타당성 등을 따져 금액을 30억원으로 축소해 역제안했다. 결국 케이스포츠는 30억원을 받지 않았다. 이런 상황이 고려된 듯 최재원 부회장은 지난 7월29일 가석방으로 출소됐다. 이에 비하면 롯데의 약점은 훨씬 컸고 치명적이었다.
롯데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는 지난해부터 사실상 예고된 상태였다. 지난해 초 롯데그룹 경영권을 놓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사이에 다툼이 벌어진 탓에, 검찰 안팎에서는 일찍부터 롯데그룹이 올해 검찰의 수사 타깃이 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실제 롯데그룹에 대한 압수수색이 지난 6월10일 수사인력 240여명을 동원해 대규모로 이뤄졌다. 전례를 찾기 힘든 규모였다. 압수수색은 6월에 이뤄졌지만 그 전부터 오랜 기간 내사 절차를 거쳤다. 압수수색 당일 검찰 관계자는 “장기간 내사를 통해 혐의와 관련한 상당한 분량의 첩보를 입수했다”고 말했다. 그러니 케이스포츠의 투자 권유를 받던 지난 3~5월은 롯데로서 절박한 심정일 수밖에 없었다.
이는 롯데와 케이스포츠의 협상 장면에서도 보인다. 재단 관계자가 롯데그룹의 ㅅ사장과 ㅇ상무를 만날 당시 한 실무자는 ‘차가 막힌다’는 이유로 지각을 해 아예 프레젠테이션을 하지 못하는 촌극이 빚어졌다. 70억원을 받아야 하는 쪽이 오히려 ‘갑’처럼 군 것이다. 이에 반해 ‘을’처럼 군 것은 오히려 돈을 내야 하는 롯데 쪽이었다. 재단이 3월28일 작성한 문건을 보면 롯데에는 애초 35억원 지원을 요구했으나, 롯데가 이를 두 배로 키워 70억원을 낸 것이다.
케이스포츠가 롯데에 70억원을 내라고 한 명목은 ‘5대 거점 체육인재 육성사업’이다. 5대 거점이란 서울·경기, 인천, 부산, 경북, 대전 등 5개 지역에 체육시설을 건립하겠다는 것이다. 이들 5곳에서 2018년 아시안 게임과 2020년 올림픽을 목표로 각 종목 우수 체육인재를 발굴, 훈련하겠다는 게 목표다. 겉으로 드러난 뜻만 보면 흠잡을 게 없다. 그러나 자세히 뜯어보면 최순실씨의 입김이 어른거린다. 우선 수백억원이 들어가는 시설물 건립을 스위스의 한 업체에 맡긴다. 그리고 이 외국 업체의 국내영업권은 최순실씨가 주인인 ㈜더블루케이가 가지고 있다. 그러니 결국 롯데에서 낸 돈 가운데 상당액이 최순실씨 주머니로 들어가는 구조다. 게다가 5대 거점 중 하나인 서울·경기의 경우 주된 육성 종목이 펜싱이다. 펜싱선수 출신으로 최순실씨와 ‘친밀한 관계’로 알려진 고영태씨를 후원하려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을 수 있는 대목이다.
최순실씨의 요구와 롯데의 필요가 서로 맞물릴 경우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를 위해서는 안종범 청와대 수석 같은 위치의 사람이 필요하다. 그리고 어김없이 안 수석이 이 협상에 등장한다. 재단 관계자들의 증언을 들어보면 안 수석은 재단과 롯데가 모임을 하기 전후로 여러차례 전화를 걸어 진행 상황을 점검한다. 대화는 길지 않았고, 몇가지 간단한 것만 물었다. 안 수석이 돌아가는 정황을 낱낱이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5월초 70억원이 입금됐지만 얼마 못 가서 롯데로 되돌아간다. 롯데의 바람과는 반대로 검찰 수사가 강행되는 상황에서 70억원을 받기란 최순실씨로서도 부담이었을 것이다. 재단 안에서도 “이런 돈을 받아도 되느냐”는 수군거림이 있었다. 게다가 당시 5월은 4·13 총선 뒤 새누리당이 참패하고 여소야대로 정치판이 재편된 상황이었다. 석연찮은 70억원을, 그것도 재단의 공식계좌를 통해 받아놓고 보관하고 있는다는 건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다. 결국 5월말 돈은 돌아갔다. 그리고 지난 국정감사에서 케이스포츠는 은행 거래 내역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다른 그룹들의 입출금 내역은 상세히 공개하면서 롯데 건은 아예 생략했다. 싹 지운 것이다. 뭔가 구렸다는 방증이다.
하어영 류이근 기자 hah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