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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교육

열·기침 나면 ‘신종 코로나’? 증상만으론 구분 어려워

등록 :2020-02-09 21:10수정 :2020-02-10 13:27

[신종 코로나,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④감기·독감·신종 코로나 차이

“감기라면 2~3일 지난 뒤 좋아져…
계속 나빠지면 검사받는 게 적절”
9일 서울 중구보건소에서 한 직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검체 채취 키트를 들어보이고 있다. 이날 현재 선별진료소가 설치된 124개 보건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진단검사를 위한 검체 채취와 검사 의뢰가 가능하고, 검사는 46개 의료기관에서 가능하다. 연합뉴스
9일 서울 중구보건소에서 한 직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검체 채취 키트를 들어보이고 있다. 이날 현재 선별진료소가 설치된 124개 보건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진단검사를 위한 검체 채취와 검사 의뢰가 가능하고, 검사는 46개 의료기관에서 가능하다. 연합뉴스

중국 후베이성에 다녀온 사람이 아니더라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노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그러나 당장 열과 기침이 난다고 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됐나 바로 의심할 필요는 없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감기와 독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증상이 유사해, 그 발현 시점에 자칫 혼동하기 쉬운 까닭이다.

감기와 독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은 각각 병의 원인이 다르다. 감기(급성비인두염)는 200가지가 넘는 다양한 바이러스가 코와 목 등 상부 호흡계를 감염시켜 생긴다. 독감(인플루엔자)은 ‘독한 감기’가 아니라, 늦가을부터 초봄까지 활발히 활동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걸리는 ‘계절성’ 유행병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은 사스나 메르스처럼 변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나타나는 호흡기 질환이다.

감기는 감염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콧물, 코막힘, 재채기, 목 통증, 기침 등 주로 상기도(상부 호흡기관)에서 증상을 보이다가 2~5일 정도 지나면 자연히 회복된다. 반면 독감은 1~4일 동안의 잠복기를 거친 뒤 38도 이상의 갑작스러운 발열, 두통, 근육통, 피로감 등의 전신 증상과 목 통증, 기침, 가래 등의 호흡기 증상이 찾아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증상 역시 발열, 기침, 호흡곤란 등으로 독감과 비슷하지만, ‘무증상 감염’ 논란이 있을 정도로 감염 초기에 가벼운 증상을 보이며 천천히 진행된다는 특징이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은 하기도(하부 호흡기관)에 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콧물, 목 통증 등 상기도(상부 호흡기관) 증상이 있으면 감기일 가능성이 있다”(<도이체벨레> 보도)는 분석도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가장 전형적인 증상으로 발열, 마른 기침, 호흡곤란, 근육통, 피로 등을, 그보다 덜 전형적인 증상으로 가래, 두통, 객혈, 설사 등을, 가장 전형적이지 않은 증상으로 콧물과 목 통증을 꼽는 접근법도 있다.

그러나 이는 폐렴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일 뿐, 초기 환자는 구분이 어렵다는 반론도 나온다. 국내에서 확진자 4명을 진단한 김남중 서울대 의대 교수(감염내과)는 “(환자들이) 오한으로 덜덜 떠는 게 아니라, 약간의 한기와 근육통, 약간의 목 아픔, 기침 등의 증상”을 보이는데, 이것만으론 구분이 어렵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단지 발열과 기침이 있다는 이유로 검사를 해보겠다며 덜컥 선별진료소를 찾아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백경란 삼성서울병원 교수(대한감염학회 이사장)는 “경증이라면 바로 선별진료소를 찾아 검사하는 것을 권고하진 않는다. 감기면 2~3일 지나서 좋아질 것이고, 계속 나빠진다면 그때 가서 검사받는 게 적절하다”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무엇보다 강한 전염력 때문에 우려를 불러일으킨다. 감염자 1명이 감염 가능 기간에 전염시킬 수 있는 사람 수인 기초감염재생산지수(R0)가 초창기 1.4~2.5점에서 최근에는 2.5~3.3점으로 추정된다. 반면 독감의 기초감염재생산지수는 1.2~1.5점 정도다. 치명률을 두고는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한때 11~15%에 이른다는 주장도 나왔지만, 경증 환자가 갈수록 많아진다. 중국에서도 후베이성(3.1%)과 다른 지역(0.16%)의 차이가 크다. 독감의 치명률은 0.05~0.1% 수준이다.

다만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항원 변이’ 특성 때문에 해마다 늦가을에서 이른 봄까지 계절에 따라 유행(epidemic)하며, 10~40년 주기로 ‘항원 대변이’를 거쳐 전 세계적 대유행병(pandemic)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2009년 유행한 ‘신종 플루’가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의료기관들은 해마다 유행 가능성이 있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예측해 백신을 만드는 등 전 세계적 감시체계를 만들어 이에 대비하고 있다. 바이러스 가운데에서는 드물게 자나미비르(zanamivir) 등 항바이러스제가 개발되어 있어, 예방 접종을 못한 경우라도 치료제로 활용할 수 있기도 하다. 이와 달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은 아직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상태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