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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지금처럼 지구를 쓴다면…“한국 경제손실 세계 7위”

등록 :2020-02-12 09:54수정 :2020-02-12 10:06

[애니멀피플]
WWF ‘지구의 미래’ 보고서, 자연 파괴에 따른 인류의 경제적 손실 분석해
마다가스카 노시하라 해양공원의 산호초. WWF ‘지구의 미래’ 보고서는 홍수와 폭풍, 해수면 상승의 영향으로 매년 3270억 달러의 손실을 볼 수 있다고 내다봤다. © Nick Riley WWF-Madagascar (세계자연기금)
마다가스카 노시하라 해양공원의 산호초. WWF ‘지구의 미래’ 보고서는 홍수와 폭풍, 해수면 상승의 영향으로 매년 3270억 달러의 손실을 볼 수 있다고 내다봤다. © Nick Riley WWF-Madagascar (세계자연기금)

인류가 지금처럼 지구를 쓴다면, 우리에게 돌아오는 미래는 어떨까.

국제환경단체인 세계자연기구(WWF)가 12일 발표한 ‘지구의 미래’ 보고서는 인류가 그동안 얼마나 자연이 준 혜택에 기대어 살았는지, 그리고 그것이 무너지면 어떤 타격을 받게 될 지를 쓰고 있다. 이번 보고서는 기후 변화, 동∙식물 멸종 등 자연 파괴의 기회비용을 경제학 모델을 활용해 분석한 세계 최초의 보고서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특히 한국은 환경 위기에 따른 경제 손실 정도가 조사 대상 국가 140개국 중 7번째로 심각한 수준이다. 환경학자, 경제학자, 정책전문가 등이 2년간 분석한 결과를 살펴보면, 한국은 환경 위기에 대비하지 않을 경우, 2050년까지 최소 100억 달러(약 11조8760억원)의 국내총생산(GDP) 손실을 볼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미국이 830억 달러로 가장 큰 손실을 볼 것으로 내다봤고, 이어 일본, 영국, 인도, 오스트레일리아, 브라질, 한국, 노르웨이, 스페인, 프랑스 등이 경제 피해를 볼 것이라고 예측했다. 전 세계적으로는, 현재처럼 자연 자원을 남용할 경우 연간 4790억 달러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구진들은 2050년까지 매년 △홍수와 폭풍, 해수면 상승의 영향으로 3270억 달러 △기후 변화에 대응할 자연의 탄소 저장력 상실로 1280억 달러 △서식지를 잃은 벌을 비롯한 수분 곤충의 개체 수 감소로 150억 달러 △농수 부족으로 190억 달러 등의 손실을 볼 것이라고 계산했다.

기후 변화, 환경 오염 등 자연 생태계 파괴에 의한 타격은 결국 인간에게 돌아온다. 게티이미지뱅크
기후 변화, 환경 오염 등 자연 생태계 파괴에 의한 타격은 결국 인간에게 돌아온다. 게티이미지뱅크

자연 생태계 파괴에 대해 경고등이 켜진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4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7차 생물다양성과학기구(IPBES) 총회에서도 심각성을 우려했다. 당시 총회에서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2000년 이후 매년 650만 헥타르(국내 산림 면적 전체에 해당하는 넓이)의 숲이 사라지고 있으며, 동물 8백만 종 가운데 1백만 종 이상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한다. 생명다양성과학기구는 이처럼 생물 다양성이 감소하는 직접적인 이유로 천연림 훼손을 동반한 토지 개발, 남획, 기후 변화, 환경 오염, 침입 외래종 등을 꼽았다.

지구의 미래 보고서 또한 “우리가 먹는 방식, 연료를 쓰는 방식 등이 지구 생명 유지 시스템을 파괴하고 있다. 지구는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며 환경 위기로 인한 경제 위기가 인류를 위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보고서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반대되는 전망도 함께했다. 보고서는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혜택을 보전하는 쪽으로 개발 방식을 전환하면, 전 세계 GDP 4900억 달러 이상 경제적 이익을 볼 것으로 내다봤다. △탄소 에너지를 집중적으로 소비하는 방식 대신 지속 가능한 자원 생산과 소비로 바꾸고△남획과 무분별한 토지 개발 대신 생태적으로 중요한 지역을 보존하는 쪽으로 하고△온실가스 배출을 감소시키는 등의 전환이다.

이와 관련해 WWF코리아 홍윤희 사무총장은 “자연이 인류에게 주는 혜택의 극히 일부만 경제학적으로 수치화될 수 있다는 한계 때문에 이번 보고서에 등장하는 손실액이 보수적으로 계산됐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지구의 미래’가 전달하는 메시지는 충격적”이라고 평가했다. 더불어 그는 “자연이 감당할 수 있는 티핑포인트를 넘어서는 순간 발생하게 될 재해와 돌이킬 수 없을 만큼 파괴된 자연, 그리고 자연이 주는 삶의 풍요와 경제적 혜택을 고려하면 인류가 받게 될 피해를 숫자로 수치화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