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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수렁 탈출한 중국…전 세계 상대로 ‘전염병 외교’ 총력전

등록 :2020-03-25 18:34수정 :2020-03-26 02:59

국내 상황 안정되자, “방역 경험 세계와 나누겠다”
지구촌 무대로 방역용품·의료진 등 전방위적 지원
“중, 담론 전쟁…‘관용의 정치’로 영향력 확대 경계해야”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를 창업한 마윈 전 회장이 지원한 코로나19 방역용품이 24일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 공항에 도착해 하역을 기다리고 있다. AFP 연합뉴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를 창업한 마윈 전 회장이 지원한 코로나19 방역용품이 24일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 공항에 도착해 하역을 기다리고 있다. AFP 연합뉴스

국내외적으로 ‘코로나19 수렁’에 빠졌던 중국이 지구촌 전체를 무대로 ‘전염병 외교’를 공세적으로 펼치기 시작했다. 중국을 지나 이제 미국과 유럽을 휩쓸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를 지정학적 기회로 활용하는 모양새다.

자국 내 상황이 안정되기 시작한 이달 초부터 중국 관영매체는 “코로나19 방역 경험을 세계와 나누겠다”는 식의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특히 코로나19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으로 치닫자, 중국 당국은 각종 방역용품과 의료진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관영 <글로벌 타임스>는 25일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이라크에 파견된 중국 의료지원단이 수도 바그다드 활동을 마무리하고, 북부 쿠르드족 자치구로 활동 지역을 넓힐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의 ‘방역 비법’도 전수되고 있다. 중동 전문매체 <알모니터>는 24일 “터키 보건당국이 중국이 지원한 ‘특수약품’을 전국 40개 도시로 긴급 배포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현지 보건 당국자의 말을 따 “중국산 ‘특수약품’을 활용하면, 중환자실 환자의 치료 기간을 11~12일에서 4일가량으로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기업 차원의 여론전도 펼쳐지고 있다. 지난해 5월 부도처리된 영국 2위 철강업체 브리티시스틸을 이달 초 인수한 중국 징예그룹은 24일 전용기편으로 코로나19 방역용품을 공장이 위치한 잉글랜드 링컨셔로 급히 보냈다고 <가디언>이 전했다. 마윈 전 알리바바 회장은 50여 회원국을 거느린 아프리카연맹을 통해 마스크 540만개, 진단키트 108만개, 방호복 4만여벌 등 코로나19 방역용품을 전달했다.

중국의 이런 ‘매력 외교’ 공세에 도움을 청하는 국가들도 나오고 있다. <발칸 인사이트>는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이 지난 15일 코로나19로 인한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기자회견에서 ‘강철 같은 우의’를 강조하며 “친구이자 형제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친서를 보내 도움을 요청했다. 방역용품은 물론 의료진까지 지원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중국이 세계 전역으로 도움의 손길을 뻗는 목적은 두가지로 보인다. 첫째, 코로나19로 곤두박질친 국가적 자존심 회복이다. 특히, 초기 대응 실패에 대한 여론의 반감은 중국 지도부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중국 당국으로선 ‘코로나19를 극복한 중국이 어려움에 처한 세계를 돕는 모습’을 부각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둘째, 코로나19로 깎인 국제적 체면도 다시 세워야 한다. 더구나 미국이 코로나19로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중국이 어려움에 처한 나라를 돕는 모습이 연출된다면, 미래의 초강대국이란 위상을 과시할 기회가 될 수 있다.

‘코로나19를 이긴 첫번째 경제대국’이란 점은 중국의 또 다른 지렛대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23일 “유럽과 미국 등이 코로나19 위기로 금융시장이 폭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경제가 2분기에 극적인 반등에 성공한다면, 중국은 갈 곳 잃은 국제자본의 안전한 피난처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럴 경우 중국의 위상은 코로나19 이전보다 올라갈 수도 있다”고 짚었다.

중국의 공세적 외교에 대한 반발도 나온다. 주제프 보렐 유럽연합 외교안보 담당 집행위원은 24일 중국이 ‘담론의 전쟁’을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은 미국과 달리 자국이 책임있고 믿을 만한 동반자란 메시지를 적극 내보내고 있다”며 “‘관용의 정치학’을 통해 지정학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중국의 의도를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inhw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