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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사설

[사설] ‘송환법 사태’ 재연 우려되는 중국의 ‘홍콩 보안법’ 추진

등록 :2020-05-22 20:22수정 :2020-05-28 09:58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가운데)과 리커창(오른쪽) 국무원 총리가 22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 개막식에서 국가를 부르고 있다. 베이징/AFP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가운데)과 리커창(오른쪽) 국무원 총리가 22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 개막식에서 국가를 부르고 있다. 베이징/AFP 연합뉴스

22일 개막한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 ‘홍콩 보안법’ 초안이 발의됐다. 이 법의 제정 방식과 내용을 두고 논란이 뜨겁다. 매우 이례적으로 중국 전인대가 홍콩 의회인 입법회를 건너뛰고 보안법 제정에 직접 나섰다. 1997년 홍콩의 중국 반환 이후 50년간 중국이 외교·국방 주권을 갖고, 홍콩은 고도의 자치권을 갖는 일국양제(한 나라 두 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홍콩의 야권은 전인대의 보안법 제정 직접 추진을 두고 “일국양제의 죽음과 같다”고 반발했다.

중국이 홍콩 보안법 제정에 직접 나선 것은 홍콩 정부가 자체적으로 이 법을 만들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003년 홍콩 정부가 보안법 제정을 추진했으나, 50만명이 반대 거리시위를 벌여 무산됐다. 지난해 ‘송환법 사태’ 이후 홍콩 내 반중국 정서가 커져 홍콩 정부가 보안법을 만들 동력을 잃었다.

중국 정부의 이런 태도는 지난해 자치와 민주화를 요구하며 대규모 시위를 벌인 홍콩 민심과 어긋난다. 지난해 홍콩에서 대규모 시위가 6개월 넘게 이어진 배경에는 집값 폭등 등 경제 문제와 반환 이후 심해진 중국 정부의 간섭이 자리잡고 있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외부세력의 부추김에 의한 분열 책동”이라고 규정했다.

이날 전인대에 제출된 홍콩 보안법 초안에도 이런 중국 정부의 인식이 담겨 있다. 이 법은 중국 중앙정부에 대한 전복 선동, 외부세력의 홍콩 내정 개입, 테러리스트의 파괴 행위 등을 금지한다. 이 법이 실행되면 지난해 송환법 반대 시위대가 했던 행동들은 대부분 처벌 대상이 된다. 당시 시위대는 중국 국기 불태우기, 중국 국가 휘장 훼손, 반중국 구호 제창 등을 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송환법 반대 시위 같은 ‘혼란’을 원천봉쇄하려고 한다. 홍콩 야권과 시민사회는 다음달 6일 송환법 반대 시위 1주년을 계기로 대규모 시위를 예고했다. 중국 정부가 홍콩 민심을 헤아리지 않고 강경으로만 치달을 경우 지난해와 같은 격렬한 반발을 부를 가능성이 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이 홍콩 보안법을 만들 경우 강력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이 여파로 22일 중국 본토, 홍콩을 비롯한 중화권 증시 주요 지수가 급락했다. 코로나19 책임 논란에 홍콩 보안법 대립까지 더해져 미-중 신냉전이 더욱더 격화되지 않을까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