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정치국회·정당

‘대선 이긴 당이 법사위’ 잠정안, 통합당 의원들이 거부

등록 :2020-06-29 17:47수정 :2020-06-30 02:30

28일 밤 의견접근→29일 오전 결렬
통합당 ‘후반 2년 법사위원장’ 요구
민주당 난색에 국회의장이 중재안
통합당 의원들 “실익 없다” 수용 안해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가 29일 오전 국회에서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단간의 개원협상이 결렬된 뒤 기자간담회을 하기위해 입장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가 29일 오전 국회에서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단간의 개원협상이 결렬된 뒤 기자간담회을 하기위해 입장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8부능선을 넘은 듯했던 21대 국회 원 구성 협상이 29일 최종 결렬된 것은 핵심 쟁점이던 ‘후반기 법제사법위원장’ 배정 원칙을 두고 여야가 끝내 합의점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야는 이날 합의가 무산된 뒤 협상 결렬의 책임을 상대 당의 ‘욕심’ 탓으로 돌렸다. 미래통합당은 후반기 법사위원장도 야당 몫으로 보장해주지 않은 더불어민주당의 태도를 비판하며 상임위원 명단마저 제출하지 않았다.

민주당과 통합당은 전날 오후 5시15분부터 밤 8시50분까지 약 3시간35분간 마라톤협상을 벌인 뒤 이날 오전 최종 합의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여야가 전날 밤 “상당한 의견 접근이 있었다”고 전하면서, 이날 오후 2시 예정된 본회의 전 여야의 합의 가능성은 커지는 듯했다. 그러나 오전 10시35분 들려온 결과는 협상 결렬이었다.

애초 두 당 원내대표가 전날 성안한 합의문 초안에는 의석수에 따라 상임위원장 자리를 민주당과 통합당이 11 대 7 비율로 나눠 갖고, 21대 후반기 법사위원장은 2022년 대선에서 승리한 당이 우선 선택권을 갖는다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한다. 통합당은 이와 함께 정의기억연대 관련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 한명숙 전 총리 수사·재판 과정에서 제기된 각종 논란에 대한 법사위 청문회 개최를 요구했고, 민주당은 이번 회기(7월3일) 내 코로나 사태 해결을 위한 3차 추가경정예산안을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옥상옥’ 논란을 빚어온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권한 축소·폐지 문제도 논의하자는 데까지 두 당은 뜻을 모았다. 이제 의원총회를 열어 추인을 받은 뒤 두 당 원내대표가 다시 만나 최종 서명을 하면 원구성은 마무리되는 수순이었다.

그러나 후반기 법사위원장 배정 문제가 결국 발목을 잡았다. 통합당은 애초 법사위원장을 △1년씩 번갈아 맡는 안 △2년씩 나누어 맡는 안 △법제위와 사법위로 나누어 맡는 안 등을 제시했으나 민주당이 난색을 보였다. 박병석 국회의장이 나서 전반기 2년은 민주당이 맡고, 2022년 대선 결과에 따라 후반기 2년을 집권당이 맡는 안을 두 당에 역제안했으나 통합당 의원들은 이 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회직 배분을 대통령 선거 결과에 연동시키는 것은 의회주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이유였다. 여기에 정권의 핵심적 이해관계가 걸린 법안들을 여당 법사위원장 체제에서 다 처리하고 나면, 후반기에 법사위원장을 차지하더라도 실익이 크지 않다는 계산도 작용했다.

여야간 개원협상이 결렬된 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오른쪽 둘째)가 29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협상 결렬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여야간 개원협상이 결렬된 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오른쪽 둘째)가 29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협상 결렬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와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11시 각각 기자간담회를 열어 협상이 최종 결렬됐음을 알렸다. 김 원내대표는 합의안 초안을 언급하며 “우리 당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양보를 했다. 오늘 오전 통합당이 거부 입장을 통보해와 협상이 결렬됐다”고 말했다.

반면 주 원내대표는 “우리는 전·후반기 2년이라도 교대로 하자는 제안을 했지만 민주당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야당 몫으로) 제안한 7개 상임위원장을 맡는다는 것은 견제와 균형 차원에서 의미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에 “21대 국회 원 구성은 21대 총선에서 드러난 ‘총선 민의’를 토대로 진행돼야 한다. ‘너희가 다음 대선 이길 수 있으면 그때 가져가 봐’라는 비아냥으로 들려 엄청난 모욕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합의안 초안은 실제 통합당 의원들 사이에서 격렬한 반발에 부딪친 것으로 알려졌다. 작은 이익을 좇아 어설프게 타협하기보다, 실익을 다 던지고라도 명분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위기를 주도했다는 것이다. 이번에 상임위원장을 맡을 순서인 3선 이상 중진들이 주 원내대표에게 “이런 식으로 위원장 자리를 받을 순 없다”는 의견을 모아온 것도 협상안을 거부할 수 있는 동력이 됐다.

이후 두 당은 협상 결렬의 책임을 상대에게 돌리며 날 선 신경전을 이어갔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지금까지 진행 상황을 놓고 봤을 땐, 협상권과 결정권이 분리된 당의 구조 때문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의 막후 입김 때문에 원내대표가 협상력을 발휘하기 어려웠다는 주장이다. 그러자 배준영 통합당 대변인이 “협상의 끝자락까지 명분을 쌓기 위해 근거 없이 제1야당 대표의 과도한 개입을 운운한다. (민주당이) 허위 사실로 내부 분열까지 획책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김미나 이지혜 기자 min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