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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교육

신유형 잡아야 ‘점수’가 오른다

등록 :2020-06-29 18:23수정 :2020-09-01 15:16

[커버스토리] 6월 모평 분석해보니
평가원이 주관한 첫 ‘미니 수능’
전국 단위에서 자기 위치 확인

국어, 쉽지만 사고·추론 요구
출제범위와 유형 변화된 수학
영어 일상생활·인문 개념 인용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주관하는 6월 전국연합학력평가(모의고사)가 실시된 지난 18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고등학교 3학년 재학생들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단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주관하는 6월 전국연합학력평가(모의고사)가 실시된 지난 18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고등학교 3학년 재학생들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단

지난 18일 고3 수험생을 대상으로 ‘6월 수능 모의평가’(이하 6월 모평)가 실시됐다. 6월 모평은 무엇보다 실제 수능시험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하 평가원)이 주관하는 시험이라는 점에서 ‘미니 수능’으로 불린다.

게다가 이번 6월 모평은 재학생·졸업생을 막론하고 모든 수험생이 자신의 전국 단위의 위치를 파악하는 첫 번째 모의고사 구실을 하게 됐다. 입시전문가들은 “코로나로 느슨해진 학습적 긴장을 6월 모평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며 “시험 결과보다 이후 영역별 문항 분석·점검이 더 중요하다. 6월 이후의 학습 계획은 무조건 6월 모평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그동안 치러진 6월·9월 수능 모의평가의 경우에도 그해 새롭게 나온 유형이 수능에도 유사하게 출제되는 경향이 강했다.

결과 그 자체보다 시험 이후의 분석과 활용이 더욱 중요한 6월 모평. 달라진 출제 경향은 어떤 것들이 있었고, 이를 고려한 학습 방향 설정은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 고전소설·시나리오 묶은 신유형 나와

지난해 ‘불수능’의 핵심이었던 국어는 6월 모평에서 비교적 쉽게 출제됐다. 전년도 수능과 비교해 제시문의 난도는 다소 낮은 편이었지만 사고와 추론을 요구하는 문제가 많았다.

특히 화법과 작문에서 새롭게 등장한 비교 문제로 인해 수험생들이 애를 먹었다는 평가다. 4~7번 화법과 작문 복합 지문의 문제 유형이 낯설어 당황했다는 것이다. 또 고전시가 <관동별곡>은 수험생들이 늘 어려워하는 작품이어서 독해가 힘들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국어 16~21번 문항이 딸린 독서 지문을 보자. ‘과거제’라는 비슷한 주제에 대해 인문 제재의 지문 두 개를 복합 형태로 엮었다. 해당 지문의 형식은 이전에 출제된 적이 없는 신유형이다. 특히 이 유형은 평가원이 지난달 공개한 ‘2022학년도 수능 예시문항 안내’에 실린 ‘동일한 화제를 다룬 다양한 글의 관점 비교·분석하기’ 문항에 속하는 것이어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새 교육과정에서 강조하는 핵심 내용을 묻는 문항도 확인해두자. 11번 문법 문항은 담화의 지시, 대용, 접속 표현에 대한 판단 문제로, 문법 개념을 정확하게 알고 있지 않으면 다소 어려울 수 있었던 문제다. 입시전문가들은 “지시, 대용, 접속 표현은 새로운 교과과정에서 비중 있게 다루는 부분이다. 이 표현들에 관한 판단이 부족한 학생들은 개념을 명확히 습득하고 11번 문항과 같은 유형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 밖에 국어 영역의 변화로는 작문 자료를 활용한 8번 문항이 기존 발문과 다른 신유형 문항이다. 복합적 사고를 요하는 까다로운 문항으로 꼽혔고, 41~45번 문항이 딸린 문학 지문 ‘전우치전’도 기존에 보기 어려운 조합인 고전소설과 시나리오를 묶어 지문을 구성해 눈길을 끌었다.

■ 공통문항 늘어난 수학

수학은 공통문항이 늘고 난이도 및 단원별 출제 문항의 구성이 달라졌다. 수학 가형은 지난해 수능보다 약간 어렵게, 나형은 지난해보다 쉽게 출제됐다.

교육과정의 변화로 가형과 나형의 공통 문항이 8문항(수학: 4문항, 확률과 통계: 4문항)으로 작년 수능(3문항)에 비해 많아졌다. 특히, 합답형(<보기>형) 문항이 공통 문항으로 출제된 것이 특이하다.

수학 영역은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영향을 받아 2021학년도 수능부터 가형에선 고난도 문항으로 자주 출제되던 기하와 벡터가 출제범위에서 빠지고 수열, 수열의 극한 단원이 새롭게 포함됐다. 나형에선 수열의 극한 단원이 빠지고 지수함수와 로그함수, 삼각함수 단원이 추가됐다.

가형에선 기하와 벡터가 출제범위에서 빠진 탓에 수학1, 확률과 통계의 비중이 늘었는데 특히 확률과 통계 단원에서 고난도급 문제가 다수 출제되면서 중요도가 상대적으로 높아졌다. 또한 가·나형 공통문항으로 확률과 통계에서 주로 출제되던 빈칸 추론 문항이 나형 시험에선 출제되지 않았고, 가형에서 출제된 빈칸 추론 문항은 확률과 통계가 아닌 수열 단원에서 수학적 귀납법을 이용한 증명 문항으로 출제되는 변화를 보였다.

수학 영역은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영향을 받아 2021학년도 수능부터 가형에선 기하와 벡터가 출제범위에서 빠지고 수열, 수열의 극한 단원이 새롭게 포함됐다. 나형에선 수열의 극한 단원이 빠지고 지수함수와 로그함수, 삼각함수 단원이 추가됐다. 공동취재사진단
수학 영역은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영향을 받아 2021학년도 수능부터 가형에선 기하와 벡터가 출제범위에서 빠지고 수열, 수열의 극한 단원이 새롭게 포함됐다. 나형에선 수열의 극한 단원이 빠지고 지수함수와 로그함수, 삼각함수 단원이 추가됐다. 공동취재사진단

빈칸 추론 문항이 가형에서만 출제되고 나형에서는 출제되지 않았으며, 가형에서 출제된 문항은 수학적 귀납법을 이용한 증명 문항으로 예전 유형의 문제였다. 교육과정에 새로 포함된 수학1의 삼각함수에서는 가형, 나형 모두 가장 적은 문항이 출제됐으며, 고난도 문항도 없었다.

■ EBS 지문과 소재·내용 유사해

영어 영역에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문항을 살펴보자. 이번 6월 모평 특이사항은 듣기(기존 1, 2번 문항)가 11, 12번 문항과 순서가 바뀌어 나와서, 듣기를 푸는 학생들의 부담감이 평소보다 줄었다는 것이다.

독해에서는 전반적으로 수능에서 많이 나오는 비연계 소재의 어려운 추상적 지문(사회, 철학)보다는, 인문과 일상생활 개념이 많이 인용됐다. 29번 어법이 2점 배점으로 나왔고 지문이 추상적인 내용을 포함한 33번, 34번은 해석이 다소 어려웠다는 평가다. 빈칸을 채우는 34번의 경우 이비에스(EBS) 영어독해연습 1강 8번 지문과 소재 및 내용도 거의 유사해서, 지문을 읽은 학생이라면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한편, 영어 영역에서는 듣기 문항의 배열만 일부 달라졌는데, 짧은 대화 응답 유형인 기존의 1, 2번 문항이 긴 대화 응답 유형(13~15번) 문항 앞인 11, 12번 문항으로 배치되면서 간접 말하기 문항들이 나뉘지 않고 한데 묶인 배치가 됐다.

■ 사상가 입장 알아야 풀 수 있는 문제

사회 영역은 지난해 수능보다 어려운 수준으로 출제됐다. ‘생활과 윤리’ 7번을 보자. 분배 정의와 관련한 존 롤스와 로버트 노직의 입장에 대해 묻는 문제로, 두 사상가의 입장에 대한 학습이 부족하다면 틀리기 쉬운 고난도 문제였다. 한국지리 4번의 경우 지역의 인구 특성(성비, 중위 연령, 유소년층 인구 비율, 순 이동)을 보고 해당 지역을 지도에서 고르는 문제로, 지역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다면 틀리기 쉬운 고난도 문제이다. 사회·문화 20번은 인구 관련 통계표를 분석하는 문제로, 쉽지 않은 자료 분석을 통해 적절한 답을 따져가며 골라야 틀리지 않는 고난도 문제였다.

한국사는 10번과 11번 문제를 눈여겨볼 만하다. 10번은 대한민국 임시 정부 때 국민대표회의(1923년)가 열렸던 시기를 연표에서 고르는 문제로, 국민대표회의에 대한 학습이 부족하다면 답을 찾기가 어려운 고난도 문제이다. 17번은 일제강점기에 국가 총동원법(1938년)이 적용된 시기의 상황을 묻는 문제로, 황국 신민 서사의 암송 강요가 1937년부터임을 알고 있지 않다면 틀리기 쉬운 고난도 문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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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립유전자 등 파악할 수 있어야

과학에서 물리학1의 경우 20번 문제가 어려웠다. 역학적 에너지 보존에 대한 이해를 묻는 문항으로, 탄성력에 의한 역학적 에너지 보존과 중력에 의한 역학적 에너지 보존에 대해 이해하고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경사면에서의 등가속도 운동과 역학적 에너지 보존을 이용해 경사면을 떠나는 순간의 물체의 속도를 구하는 물리학2의 19번은 포물선 운동에 대한 이해를 묻는 문제였다. 화학1에서는 20번(중화 반응에 대한 이해), 화학2 역시 20번(기체 반응에서의 양적 관계) 문항을 살피고 넘어가자.

생명과학1 17번, 생명과학2 20번에서는 각각 집안의 유전 형질에 대한 자료 해석 뒤 각 구성원이 가진 대립유전자 파악하기, 주어진 자료를 해석해 프라이머 제트(Z)의 염기 서열을 파악하는 고난도 문제가 나왔다.

■ 6월 모평 기준으로 입시전략 세우자

6월 모평 성적을 토대로 예상 수능 성적을 가늠해 정시 지원 가능 대학을 추려보았을 때, 정시 합격 가능한 대학이 학생부교과전형이나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지원 가능한 대학보다 더 높거나 더 선호하는 대학이라면 굳이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 경쟁력을 활용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이 경우엔 정시를 목표로 꾸준히 수능 대비 학습을 하되, 수시에선 논술전형 위주의 상향 지원을 고려하는 것도 괜찮다. 수능 경쟁력이 더 높지만 이에 못지않게 학생부도 잘 갖추어진 편이라면, 수시에서 상향 지원해 전반적인 대입 목표를 한 단계 높게 잡는 것도 하나의 전략일 수 있다.

수능 경쟁력과 학생부 경쟁력 간의 우열이 명확하지 않거나 어느 쪽도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경우라면, 기본적으로 내신이나 활동보다는 수능에 매진하는 것이 지금 이 시점에선 가장 현명하다. 내신과 활동은 누적 데이터이기 때문에 남은 시간 동안 비약적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운 반면, 수능은 노력에 따라 큰 폭의 향상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시에 지원해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한다 하더라도 정시까지 도전해볼 가능성이 남는다. 특히 2021학년도 대입은 수도권 주요 대학들의 정시 선발인원 증가와 함께 전반적인 학령인구는 크게 감소했다는 특징이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자.

김지윤 기자 kimjy13@hani.co.kr

[도움말: 유성룡 소장(에스티유니타스 교육연구소), 남윤곤 소장(메가스터디교육 입시전략연구소), 이치우 소장(비상교육 입시평가소), 김병진 소장(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