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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수도권

“영양사 1명이 유치원 5곳 검수”…집단 식중독 뒤엔 구조적 요인

등록 :2020-06-30 05:00수정 :2020-06-30 09:24

같은 교육청 산하면 5곳까지 겸임 가능
“식중독 사태, 식단 아닌 구조의 문제”
1곳당 월 20만원씩 받는 비정규직
유치원 식재료 점검 사실상 한계
경기 525곳서 영양사 공동 배치
100명 미만 317곳은 영양사 없어
경찰, 안산 유치원 수사 나서
집단 식중독이 발생한 경기도 안산시 ㅎ유치원에서 29일 경찰이 유치원으로부터 임의제출 받은 폐회로텔레비전(CCTV) 자료 등이 담긴 상자를 차로 옮기고 있다. 안산/연합뉴스
집단 식중독이 발생한 경기도 안산시 ㅎ유치원에서 29일 경찰이 유치원으로부터 임의제출 받은 폐회로텔레비전(CCTV) 자료 등이 담긴 상자를 차로 옮기고 있다. 안산/연합뉴스

경기 안산시 ㅎ유치원의 집단 식중독 사고 원인 규명 작업이 한창인 가운데, 비정규직 영양사가 유치원 여러 곳을 동시에 관리하는 구조적인 문제가 집단 식중독을 부른 배경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유치원 급식 관련 업무를 맡았던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29일 <한겨레>에 “원아 수가 100명 이상인 유치원들은 영양사를 두는데, 보통은 영양사 1명이 유치원 5곳까지 맡는다. 이들은 비정규직이어서 부실 식단과 부실 검수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유치원 1곳당 적게는 월 10만~20만원을 받고 최대 5곳의 유치원의 식단은 물론 식재료 검수와 조리, 배식, 청소 과정 등을 점검하는 구조에서는 실질적인 영양사로서 구실이 어렵다는 설명이다. 일부에서는 영양사 면허증을 빌려주고 돈을 받는 ‘영양사 면허 대여’도 이뤄진다고 한다.

경기도교육청 설명을 들어보면, 영양사가 단독으로 배치된 도내 사립 유치원은 88곳에 불과하다. 원아 수가 100명 이상으로 영양사가 공동 배치된 유치원은 525곳, 원아 수 100명 미만으로 영양사가 배치되지 않은 유치원은 317곳이다. 유아교육법 시행규칙(제3조)은 100명 이상인 유치원은 면허를 받은 영양사 1명을 배치하되, 같은 교육청 관할 구역 안에서는 5개 이내 유치원이 공동으로 영양사를 둘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이들 영양사들은 1년에 1번씩 유치원별로 계약을 체결해 유치원 원장이 갑이고 영양사들은 을이다. 따라서 해당 지역을 벗어나 타 지역 유치원도 맡는가 하면, 원장의 말에 따라 유통시한이 거의 끝난 값싼 식재료를 사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2018년 경기도 한 대형유치원은 출근도 안 하고 검식·배식 관리, 급식 위생관리를 하지 않고 식단표만 이메일로 보낸 영양사 급여로 672만원을 부풀려 집행하다 적발되기도 했다.

같은 급식인데 유치원은 식품위생법, 초·중·고교는 학교급식법 적용을 받는 차이도 문제로 지적된다. 유치원은 식품위생법에 따라 관할 지자체 검사 연 1회 이상을 받는 게 전부지만, 초·중·고교는 학교급식법에 따라 인원수와 상관없이 교육청의 위생안전 점검을 연 2회씩 받는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이번 식중독 사고를 식단만의 문제가 아닌 식단을 짜고 아이들에게 주는 구조적인 시스템, 사람 문제로 접근해 해결하지 않는 한 언제든 되풀이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이날 긴급 브리핑을 통해 “보건교사를 유치원에 배치하는 문제를 정부와 논의하고 단계적으로 학생 급식위생 관리시스템인 해썹(HACCP) 시스템을 제도화해서 추가적인 사고를 막겠다”고 말했다.

한편 안산상록경찰서는 이날 ㅎ유치원을 찾아 급식 관련 서류 등을 임의제출 받아 확보했다.

홍용덕 김기성 기자 ydho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