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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사설

[사설] 4년간 덮은 김홍영 검사의 죽음, 철저히 수사해야

등록 :2020-10-16 18:33수정 :2020-10-17 02:35

2016년 상관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한 고 김홍영 검사 사건에 대해 검찰수사심의위가 가해자인 당시 부장검사를 폭행 혐의로 기소하라고 권고했다. 김 검사의 아버지가 16일 오후 수사심의위가 열리는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2016년 상관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한 고 김홍영 검사 사건에 대해 검찰수사심의위가 가해자인 당시 부장검사를 폭행 혐의로 기소하라고 권고했다. 김 검사의 아버지가 16일 오후 수사심의위가 열리는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상관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서른셋의 나이에 극단적 선택을 한 고 김홍영 검사 사건에 대해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16일 가해자인 김대현 당시 부장검사를 폭행 혐의로 기소하라는 의견을 내놨다. 지난 2016년 사건이 발생하자 검찰은 김 부장검사가 2년 동안 상습적으로 폭언과 폭행을 한 사실을 확인했으나, 수사는 진행하지 않고 해임하는 선에서 사건을 덮었다. 지난해 말 대한변호사협회가 고발에 나섰으나 그 뒤에도 수사가 지지부진하자 유족이 직접 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한 것이다. 너무나 상식적인 결론에 도달하는 데 4년이 넘게 걸렸다.

이 사건은 검찰의 비뚤어진 조직문화와 ‘제 식구 감싸기’라는 뿌리 깊은 폐단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검사동일체 원칙은 폐지됐지만 일관된 검찰권 행사라는 미명 아래 여전히 상명하복의 경직된 조직문화가 검찰을 지배해왔다. 이를 통해 조직에 대한 충성을 강요하고 검사의 자율성은 억눌렀다. 이른바 ‘잘나가는’ 검사들이 특수·공안 등 요직을 독점하는 반면, 대다수 검사는 과중한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자긍심을 찾기 어려웠던 게 현실이다. 김홍영 검사도 2015년 임관한 뒤 휴가·병가를 한번도 못 썼고 잦은 야근과 휴일 출근으로 과로를 호소했다는 게 유족의 설명이다. 여기에 간부의 폭력적 언행마저 용인되는 관행이 더해져 극단적 비극을 불렀던 것이다.

한마디로 곪을 대로 곪은 병폐가 터져나온 것인데 검찰은 사건을 덮기에 급급했다. 김 검사의 아버지는 이날 “사건 해결이 늦어진 부분에 대해 상당히 안타까운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아들이 몸담았던 조직, 그것도 범죄를 수사하는 조직인 검찰이 아들의 억울한 죽음을 방치하는 것을 보며 얼마나 절망스러웠을지 짐작하기도 힘들다. 그럼에도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 관행은 달라지지 않고 있다. 지난 8일 부산지검은 한밤에 길거리에서 여성의 어깨를 만지고 700m가량 쫓아가다 현행범으로 붙잡힌 부장검사를 무혐의 처분했다. ‘사과하려고 따라갔다’는 변명을 그대로 인정했다니 황당하기 짝이 없다.

검찰이 이런 구태를 반복하니 국민들로부터 불신을 받고 있는 것이다. 검찰은 자신의 허물부터 단죄하는 뼈아픈 노력을 해야 한다. 이제라도 김홍영 검사 사건을 한 점 부끄러움 없이 수사하는 것이 그 첫걸음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