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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작권 전환 내년 일정 보류”…정부 조기전환 방침 차질 불가피

등록 :2020-10-22 15:32수정 :2020-10-23 11:01

한-미 안보협의회의 공동성명에서
코로나로 연기된 ‘2단계 평가’ 실시
양쪽 준비 부족 등 이유 명기 거부
서욱 국방부 장관(왼쪽 둘째)과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맨 오른쪽)이 2020년 10월14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제52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서 마주 앉아 안건을 논의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서욱 국방부 장관(왼쪽 둘째)과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맨 오른쪽)이 2020년 10월14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제52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서 마주 앉아 안건을 논의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미국이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을 위해 내년에 시행하기로 했던 ‘2단계 완전운용능력(FOC) 검증평가’를 ‘준비 부족’을 이유로 보류하자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전작권 조기 전환 방침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익명의 정부 당국자는 22일 “최근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서 우리 쪽이 ‘올해 코로나19 때문에 연기된 미래연합사의 2단계 완전운용능력 검증평가를 내년에 하기로 공동성명에 명기하자’고 제안했으나, 미국이 거부해 공동성명에서 빠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미래연합사는 전작권 전환 뒤 바뀌게 될 한미연합사의 미래 명칭으로, 한국군이 지휘관을 맡는다. 한-미는 미래연합사를 작전·정보·군수·통신 등의 분야로 나눠 ‘기초운용능력’(IOC)-‘완전운용능력’-‘완전임무능력’(FMC) 등 3단계로 검증 평가한 뒤 전작권 전환을 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한-미는 지난해 첫 단계인 기초운용능력 평가를 마쳤고, 올해 두번째 단계인 완전운용능력 평가를 할 계획이었으나 코로나19로 연기됐다.

미국은 이번 한-미 안보협의회의에서 ‘올해 연기된 완전운용능력 평가를 내년에 하자’는 우리 쪽 요구에 대해 “한-미 모두 아직 준비가 안 돼 있으며, 지금은 전작권 전환보다 연합방위태세 강화가 우선”이라는 이유를 내세워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완전운용능력 평가 실시’는 지난해 11월 열린 한-미 안보협의회의에서 합의한 사항이다. 당시 나온 공동성명에는 “양국 장관은 2020년에 미래연합사에 대한 완전운용능력 평가를 추진하기로 결정했다”는 내용이 명기돼 있다. 그럼에도 미국이 1년도 채 안 돼 갑작스럽게 ‘준비 부족’이라는 석연찮은 이유로 기존 합의 이행을 거부함에 따라, 전작권 전환 추진 일정이 불투명해졌다. 최근 미-중 갈등 격화 등과 맞물려 한국에 전작권을 넘겨주는 것에 대해 미국이 소극적인 분위기로 바뀐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우리 정부는 미 대선 결과에 따라 내년 새 행정부가 들어서면 한-미간 추가 협의를 통해 전작권 조기 전환을 계속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국방부에선 이번 한-미 안보협의회에서 ‘내년 완전운용능력 평가 실시’가 빠진 것과 관련해 “곧 물러날 미국 국방장관이 내년 완전운용능력 평가 실시를 약속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공동성명에 해당 문구를 넣는데 부담을 느꼈던 것 아니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문홍식 국방부 대변인 대행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 계획에 따라 한-미가 긴밀히 공조하고 있다”며 “안정적으로 전작권 전환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내년에 들어설 미국 행정부가 전작권 전환에 대해 어떤 태도를 보일지 속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또 미국의 새 행정부가 통상 6개월 남짓 정책검토를 거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러야 내년 하반기에나 한-미간 새로 합의된 전작권 전환 일정이 윤곽을 드러낼 개연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