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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기고] 대학등록금 반환, ‘학권재민’의 길이 되길 / 이호

등록 :2020-11-12 18:03수정 :2020-11-13 02:36

이호 ㅣ 중앙대 3년 재학 중

올 한 해, 대학가를 가장 뜨겁게 달군 이슈는 ‘대학등록금 반환’이다. 코로나19 사태로 대학가 역시 지난 한 학기에 이어 이번 학기도 비대면으로 대부분의 수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질 낮은 강의와 무성의한 수업 자료들 때문에 학생들은 분노하기에 이르렀고 예체능, 공학 계열과 같이 실험·실습비로만 수백만원을 내는 학우들은 폭발하기 시작했다. 학내 곳곳에선 비대면 수업에 따른 학습권 침해에 대한 대학 본부의 책임 있는 태도를 요구했고 학교 회계의 투명한 공개와 온라인 강의의 질 개선을 요구하며 학습권 수호 차원의 등록금 환불을 주장하게 되었다.

이슈가 불거질 당시, 각 대학들은 등록금 등의 수입 감소와 코로나 방역, 비대면 수업 준비로 막대한 비용이 든다며 환불 문제에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그러나 학내 여론이 대외적으로 드러나면서 큰 사회적 여론을 이루게 되고 때마침 총선이 있어 정치·전국적 이슈로 떠오르게 되었다. 이에 총선 전 집권당의 주문과 정부의 의지로 대학들한테 등록금 반환하라고 엄포가 있었고, 건국 이래 처음으로 대규모 적립금을 가진 대학들에 대해 감사도 이뤄졌다. 이후 각 대학들은 졸업 요건을 면제해주거나 일부 실습 강의들을 대면으로 진행해주었고 평가방식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등의 회유책들을 내놓았다. 그럼에도 불만이 가라앉지 않자, 끝내는 대학등록금 실납입금의 10% 이내의 반환이라는 결정을 하게 되었다.

언뜻 보면, 대학생 대표 집단들이 대학 본부를 상대로 학습권 수호를 놓고 승리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등록금 반환 이슈가 불거지면서 학내 여론은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서 분열되었고 각 대학들은 그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했다. 어떤 대학들은 전 학생들에게 10만원 상당의 장학금을 지불하면서 학생들의 전의를 잃게 하였고, 어떤 대학들은 저소득층 학생들을 위주로 장학금을 개편하면서 일부 학생들의 불만을 누그러트렸다. 그리고 ‘실납입액의 최대 10% 반환’이라는 마지막 카드를 내놓으면서 대학들은 명분상의 ‘대학등록금 반환’을 지킨 것처럼 포장하였다.

여기서 실납입액의 10%는 국가장학금 등 장학금이나 고지감면 형태로 공제되고 실제로 내는 금액의 10%를 돌려주는 것으로 가령 전액 장학금을 받는 학우들은 환불 정책에 포함되지 않는다. 실제 납입한 금액만큼만 등록금 환불 이슈의 주체로 본다는 것이다.

10% 이내의 환불 정책은 찬반 논란을 불렀으나 ‘학습권’ 침해에 대한 논의는 상실되고 대학을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학원’ 정도로 인식하는 상황을 낳는다. 학내 여론은 소비자 환불 모임처럼 누가 얼마만큼 지불했으니 그만큼 돌려받는 것이 마땅하다는 말이 통용되기에 이르렀고 대학 구성원들 간의 큰 상처만 남기고 등록금 환불 이슈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게 되었다.

우리나라 고등교육법에 따르면, 대학은 인격을 도야하고 국가와 인류사회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모두가 알고 있듯이 장기간 취업 한파와, 취업률을 하나의 대학 평가지표로 취급하는 교육당국의 정책에 의해 각 대학들이 취업사관학교로 전락한 지는 이미 오래되었다. 누가 우리 대학들을 이렇게 만들었는지 묻지는 않겠다. 그러나 각 대학 본부와 재단법인들은 학생들을 중앙정부에서 더 많은 예산을 받기 위한 수단, 혹은 학교의 매력도를 높게 해주는 소비자로 보는 것인지, 아니면 고등교육법에서 명시한 인류사회에 이바지하기 위한 학습권의 주체로 보는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2학기 역시 대부분의 대학들이 비대면 강의를 진행하면서 1학기 때처럼 등록금 반환을 할 것으로 보인다. 2학기에는 부디 등록금 반환 운동이 ‘학권재민’을 위한 길로 이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