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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그물에 갇혀 19일, 피 흘리며 죽어간 밍크고래

등록 :2021-01-12 15:10수정 :2021-01-20 09:57

[애니멀피플] 일본 다이지 마을 밍크고래 끝내 도살
꼬리 묶인 채 익사…피 흘리며 몸부림 치는 모습 공개돼
지난해 '돌고래 학살'로 악명높은 일본 와카야마현 다이지 마을에서 혼획됐던 밍크고래가 결국 1월11일 도살됐다. LIA 영상 갈무리
지난해 '돌고래 학살'로 악명높은 일본 와카야마현 다이지 마을에서 혼획됐던 밍크고래가 결국 1월11일 도살됐다. LIA 영상 갈무리
지난해 일본 다이지 마을에서 혼획된 어린 밍크고래 ‘희망’이 끝내 목숨을 잃었다. 바다에 쳐 놓은 그물에 걸린 지 19일 만의 죽음이다. ※주의: 기사와 영상에 동물의 사체, 잔혹한 장면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일본 동물권단체 ‘엘아이에이’(이하 LIA)와 고래보호단체 ‘돌핀프로젝트’는 지난해 12월24일 다이지 마을 정치망(함정 그물)에 걸렸던 밍크고래가 11일 오전 어부들에 의해 도살됐다고 전했다. LIA와 돌핀프로젝트는 밍크고래가 그물에 걸린 첫날부터 거의 매일 고래의 상태를 기록하는 영상을 공개하며 고래 방류 운동을 벌여왔다.

LIA의 렌 야부키 국장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경 다이지 수협 소속 어선 두 채가 고래에게 접근했다. 밍크고래는 그물에 걸린 뒤 먹이를 먹지 못해 쇠약해진 상태였다. 야부키 국장은 보도자료에서 “오전 6시30분이 되자 배 두 척이 그물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9분 뒤 어부들은 고래의 꼬리를 배 가장자리에 묶여 거꾸로 매달았다. 밍크고래의 머리는 물 속에서 약 20분 동안 잠겨있었으며, 이 과정에서 익사했다”고 전했다.

그는 고래의 익사 과정이 찍힌 영상도 LIA의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했다. 약 11분 분량의 영상에는 밍크고래가 그물과 함께 끌어 올려지는 모습과 숨을 쉬지 못해 고통 받는 모습, 죽어서 방수포로 옮겨지는 과정 등이 모두 담겼다.

고래가 도살돼 다이지 항구로 이동하는 모습. 돌핀프로젝트 페이스북 갈무리
고래가 도살돼 다이지 항구로 이동하는 모습. 돌핀프로젝트 페이스북 갈무리
밍크고래의 비극적인 죽음은 쉽사리 이뤄지지 않았다. 고래는 익사하기까지 몇 차례나 기절했다 깨어나길 반복했다. 영상 초반 꼬리가 묶인 채 잠잠하던 고래가 점차 심하게 몸부림 치며 꼬리와 몸통 등에서 피를 흘리는 모습도 고스란히 포착됐다.

야부키 국장은 “이런 방법은 정말 동물을 죽이기에 적합하지 않은 방식이다. 밍크고래의 죽음을 목격한 아침 나는 슬픔에 몸이 떨릴 지경이었다”고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LIA와 돌핀 프로젝트는 그동안 이 고래를 ‘희망’(Hope)이라 불러왔다. 그는 지난 19일간 고래의 상태를 국내외에 알리며 일본 수산청과 와카야마현청, 다이지 수협 등에 혼획된 고래를 하루 빨리 방류해줄 것을 요청해왔다.

다이지 수협은 혼획 당시 몸길이 4~5미터에 달하는 고래가 너무 크고, 조류가 강해 방류가 어렵다고 설명했으나, 이후 여러 날이 흐르도록 단 1번의 시도 외에는 고래를 방류하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았다.

야부키 국장은 “조류가 빠르다는 것은 변명이다. 지난 6일 같은 해역에서 돌고래 사냥꾼들이 한 무리의 줄무늬돌고래 떼를 정치망 안으로 몰고 가 사냥하는 모습이 확인됐다. 지난해 11월 혹등고래가 같은 그물에 잡혔을 때, 다음 날 바로 풀어준 것과도 다른 조처”라고 항변했다. 그는 ‘희망’이 다이지 수협이 소유한 건물에서 도살된 뒤 지역 슈퍼마켓에서 판매될 것이라고 전했다.

일본은 2019년 국제포경위원회를 탈퇴하며 밍크고래의 상업 포경을 재개했다. LIA 영상 갈무리
일본은 2019년 국제포경위원회를 탈퇴하며 밍크고래의 상업 포경을 재개했다. LIA 영상 갈무리
밍크고래는 세계자연보전연맹 레드리스트에 오른 멸종위기종이지만, 일본이 국제사회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2019년 7월 국제포경위원회(IWC)를 탈퇴하며 상업적 포경이 재개됐다. 일본 정부가 최근에 발표한 2021년 상업용 포경 쿼터제에 따르면, 한해 대형고래는 최대 383마리까지 잡을 수 있다. 밍크고래의 경우는 혼획(어업 중 의도치 않게 수산물이 아닌 생물을 잡는 것) 37마리를 포함해 총 171마리까지 허용된다.

휴메인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HSI) 호주지부 조지 돌핀은 “우리가 밍크고래의 비극적인 죽음을 애도하는 동안, 매년 일본 연안에서는 더 많은 고래들에게 잔인한 결말이 닥치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고래들은 일본 상업 포경의 조용한 희생자로 사라져 가고 있다. 밍크고래의 죽음은 그동안 목격하기 어려운 일이었다”고 말했다.

밍크고래가 희생된 일본 다이지 마을은 잔혹한 ‘돌고래 사냥’으로 악명 높은 곳이다. 2009년 개봉한 다큐멘터리 ‘코브’는 다이지 마을의 돌고래 학살을 폭로해 전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다이지 마을에서 사냥된 고래들은 식용 고기로 팔리거나, 전세계 수족관에 전시용으로 수출된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