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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무상급식’ 오 사장의 진짜파스타 “나는 안 받을란다~” [it슈줌]

등록 :2021-04-05 14:59수정 :2021-04-05 16:03

[한겨레TV] it슈줌 인터뷰
결식아동에 무료식사 오인태 ‘진짜파스타’ 대표
‘선한 영향력 가게’ 2년 만에 전국 1655곳 동참

한겨레TV 썸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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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 덕분에 브이아이피(VIP)가 된 김아무개입니다. 예전에 왔을 때도 맛있게 먹고 갔는데, 역시 오늘도 상상 이상으로 맛있어요. 사장님과 직원분들이 친절하셔서 안 좋은 일이 있어도 기분이 좋아지더라고요.” (진심의 편지를 쓴 VIP 올림)

서울 마포구 상수동에 자리 잡은 이탈리안 식당 ‘진짜파스타’에 들어서면 벽면을 가득 채운 손편지와 큼직한 글씨로 적힌 서명 종이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름이 알려진 유명 셰프의 이름도 보였지만, 대체로 이곳을 찾아온 학생들이 흔적을 남겼다.

“지구가 멸망해도 살아남으라”는 요청부터 “푸짐한 음식을 먹으면서 따뜻한 마음이 온전히 전해졌어요” “돈 걱정 없이 맛있게 먹었어요. 이 은혜 제가 커서 저 같은 아이들에게 베풀겠습니다”는 다짐까지. 이쯤 되니 이 식당의 정체가 진짜 궁금해진다.

2016년 문을 연 ‘진짜파스타’는 원래 줄을 서야 맛볼 수 있는 홍대 가성비 맛집이었다. 그런데 2019년부터는 맛집 타이틀에 더해 선한 영향력을 전국에 전파하는 가게로 유명세를 탔다.

이 식당 대표 오인태(37)씨가 당시 구청에 갔다가 우연히 결식아동 꿈나무카드를 보게 됐는데, 한 끼에 5천원가량의 식사만 가능하다는 걸 알고 화가 나서 일을 벌이기로 작정했다. 꿈나무카드를 가진 아이에게는 밥값을 받지 않기로 한 것. 현실적으로 5천원을 들고 한 끼를 해결하기란 요즘 물가로 언감생심이다. 그래서 동업자인 직원들과 의논해 결단을 내렸다. ​“얘들아, 밥 한 번 편하게 먹자. 그냥 (돈) 안 받을 란다.”

‘진짜파스타’ 가게 입구에 붙어 있는 브이아이피(VIP)를 위한 안내문.
‘진짜파스타’ 가게 입구에 붙어 있는 브이아이피(VIP)를 위한 안내문.

장사를 이렇게 하면 남는 게 있을까. 식당에서 만난 메인 셰프 전미경씨와 홀 매니저 김두범씨는 “직원들이 (월급을) 조금만 가져가면 된다”고 입을 모은다. ‘진짜파스타’로 시작된 선한 영향력의 힘은 광활한 온라인 세상으로 퍼져나갔다. 전국에 있는 1655개(지난 3월24일 기준) 업체가 마음을 모았다. 식당뿐만 아니라 안경원과 펜션, 쓰리디(3D) 프린팅 출력 업체 사장님도 팔을 걷어붙였다. 코로나 장기화로 자영업자들이 시름을 앓고 있지만, ‘선한 영향력 가게’에 참여한 사장님들은 “이 좋은 걸 진작 시작할 걸, 아이들이 이렇게 좋아하는데”라는 말을 되뇌었다.

‘진짜파스타’ 내부 모습. 벽면을 가득 채운 손편지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진짜파스타’ 내부 모습. 벽면을 가득 채운 손편지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결식아동의 밥을 챙기는 오 대표는 끊임없이 아이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듣는다. 최근엔 보호종료 아동들을 돕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보호종료 아동은 부모가 없거나, 부모가 양육할 상황이 안돼 보육원이나 위탁가정에 맡겨진 아이들이다. 만 18살이 되면 법적으로 성인으로 분류돼 보육원이나 위탁가정에서 나와 자립해야 한다. 국내 보호종료 아동 수는 연간 2천~3천 명에 달한다.

오 대표는 최근 만난 보호종료 아동의 사연을 이야기하다 몇 번이나 말을 잇지 못했다. 이들의 처우 개선이 시급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최근 만난 보호종료 아동 중 한 명은 11살부터 위탁가정에 들어갔어요. 정부에서 기초 생활수급자금 70만원이 나오는데 위탁 부모가 아이를 위해 쓰지 않았죠. 13살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했대요. 그 업주가 최저임금 1천500원을 주고 이 친구를 고용했대요. 당시 (최저임금이) 6천~7천원 할 때인데 말도 안 되잖아요. 이 친구의 위탁 부모와 친딸이 생리대를 숨겨 놓고 썼대요. 이 친구도 한 달에 한 번 생리대가 필요한 거잖아요. 아이가 배가 너무 고프니까, 5천원 생기면 생리대 구매는 나중이래요. 일단 배 채우는 게 우선이래요. 위탁 부모는 보호종료 아이들을 돌봐주고 싶어서 하는 거잖아요. 좋은 가정도 있겠지만, 아이들을 보호하지 않는 가정도 매우 많아요.”

<한겨레TV> ‘it슈줌 인터뷰’는 우리 사회 곳곳에 숨어 있는 ‘좋은 어른’을 만나고 싶습니다. 전국으로 달려갑니다. 제보 기다립니다. jjinpd@hani.co.kr

취재 | 박수진

사진 | 김태형 이정아

촬영 | 장승호, 안수한

편집·타이틀 | 문석진

CG | 문석진, 박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