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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생태와진화

토마토, 벌레 먹자 사람처럼 ‘대화’하기 시작했다

등록 2021-07-22 14:32수정 2021-07-22 15:57

[애니멀피플]
잎, 줄기뿐 아니라 열매까지 소통
식물 전체에 전기신호 보내고
과산화수소 등 방어물질 생산
식물이 해충의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전기신호로 ‘소통’한다는 사실이 토마토를 이용한 실험에서 밝혀졌다. 데이비드 베사,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식물이 해충의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전기신호로 ‘소통’한다는 사실이 토마토를 이용한 실험에서 밝혀졌다. 데이비드 베사,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아기 토마토가 말했다. 엄마, 벌레가 깨물어!’ 동화책의 한 구절이 아니라 실제 토마토에서 이와 비슷한 일이 벌어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물론 식물이 말로 소통할 리 없고 동물과 같은 신경도 없다. 그러나 식물체 안에는 물과 영양분을 전달하는 물관과 체관이 줄기와 잎, 열매를 이어 주고 그 속을 전기신호가 흐른다.

일단 싹이 트면 자리를 옮길 수 없는 식물은 포식자나 경쟁자를 물리치기 위해 화학적 수단을 쓴다. 애벌레가 잎을 물어뜯으면 그 사실을 멀리 떨어진 잎에 전달해 끔찍한 맛을 내는 화학물질을 만들어 내는 식이다.

최근에는 이런 방어 시스템이 동물과 비슷하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두뇌는 없지만 세포 속 칼슘이 시스템을 작동하도록 방아쇠를 당기고 이때 전달물질은 동물과 마찬가지로 글루타메이트란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뇌 없는 식물서 신경계 비슷한 방어 시스템 확인).

식물의 잎과 줄기뿐 아니라 열매도 해충 공격 때 소통의 대상이 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가브리엘라 니에마이에르 헤이시그 브라질 연방 펠로타스대 박사후연구원 등은 22일 과학저널 ‘지속가능한 식품 시스템 최전선’에 실린 논문에서 토마토를 이용한 실험으로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왕담배나방 애벌레는 세계적인 농업 해충이다. 교르기 초카,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왕담배나방 애벌레는 세계적인 농업 해충이다. 교르기 초카,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연구자들은 “왕담배나방 애벌레가 토마토를 먹자 전기신호가 기다란 체관을 통해 토마토의 멀리 떨어진 부위까지 전파됐고 식물 전체에 전기적 생화학적 방어 반응이 촉발됐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외부의 정전기장을 차단하는 패러데이 새장 속에서 토마토에 왕담배나방 애벌레를 올려놓고 24시간 동안 애벌레가 토마토를 먹기 전·후와 도중 전류가 어떻게 흐르는지 조사했다. 전기신호의 패턴 변화를 가리는 데는 인공지능의 기계학습을 활용했다.

왕담배나방의 공격을 받은 토마토의 반응을 조사하는 실험 장치. 가브리엘라 니에마이에르 헤이시그 제공
왕담배나방의 공격을 받은 토마토의 반응을 조사하는 실험 장치. 가브리엘라 니에마이에르 헤이시그 제공

그 결과 애벌레의 공격은 식물의 전기신호를 현저하게 변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왕담배나방 애벌레는 토마토 등 식물 180종을 먹어치우는 세계적인 농업 해충이다.

헤이시그 박사는 “식물의 열매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한 살아있는 반 독립적인 존재라며 열매는 식물의 일부로서 잎이나 줄기와 같은 조직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잎과 마찬가지로 소통하는 게 당연하다고 학술지가 발행하는 프론티어스 과학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는 “우리가 발견한 것은 열매도 애벌레가 공격했다는 중요한 정보를 식물의 다른 부위와 공유해 같은 공격에 대비하도록 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애벌레 공격을 알리는 전기신호를 받자 식물체 전체의 조직은 과산화수소 같은 방어물질을 만들어 냈다. 과산화수소는 손상된 식물조직이 미생물에 감염되지 않도록 하거나 세포의 죽음을 이끌어 병원체가 확산하는 것을 막는 것으로 연구자들은 추정했다. 

식물 조직 사이의 ‘소통’을 이해하고 조작할 수 있게 되면 해충 조기발견뿐 아니라 열매의 품질과 저장성 향상 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픽사베이 제공
식물 조직 사이의 ‘소통’을 이해하고 조작할 수 있게 되면 해충 조기발견뿐 아니라 열매의 품질과 저장성 향상 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픽사베이 제공

이번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식물의 미세한 전류 변화를 감지해 해충 피해를 막는 새로운 기법을 개발하는 데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헤이시그 박사는 “개방된 환경에서 이번 연구와 같은 식물의 전기신호를 잘 측정할 수 있다면 농업 해충의 감염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나아가 식물과 열매 사이는 물론 열매와 열매 사이에 어떤 상호작용을 하는지 알게 된다면 이런 소통을 조작해 열매의 품질과 해충 저항성, 수확 후 보관성을 높이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용 논문: Frontiers in Sustainable Food Systems, DOI: 10.3389/fsufs.2021.657401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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