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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남방큰돌고래 ‘비봉이’ 야생방사 실패시 ‘회수비용’, 합의 안됐다

등록 :2022-08-04 15:53수정 :2022-08-10 11:20

해수부-호반 방류 협약서, 실패 때 호반 쪽 비용 부담 조항 없어
호반, 38마리 불법포획한 퍼시픽랜드 인수 뒤 리조트 건설 계획
17년 갇힌 생활 우려 목소리도…“활어 잘 잡는 등 컨디션 좋아”
2005년 제주 비양도 앞바다에서 혼획돼 제주 중문의 돌고래 수족관 ‘퍼시픽랜드’에서 17년간 지내던 남방큰돌고래 비봉이가 4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앞바다에 설치된 가두리 훈련장으로 옮겨지고 있다. 연합뉴스
2005년 제주 비양도 앞바다에서 혼획돼 제주 중문의 돌고래 수족관 ‘퍼시픽랜드’에서 17년간 지내던 남방큰돌고래 비봉이가 4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앞바다에 설치된 가두리 훈련장으로 옮겨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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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수족관에 단 한 마리 남은 남방큰돌고래 ‘비봉이’를 야생방사하기로 한 가운데, 야생방사가 실패했을 때 비봉이를 바다에서 회수해 다른 수족관에 옮기는 비용을 원인 제공자인 호반호텔앤리조트(이후 호반)가 부담하는 조항이 야생방사 협약서에서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에 해양수산부와 함께 야생방사를 하는 호반은 1990년대부터 남방큰돌고래 38마리를 불법 포획한 수족관 ‘퍼시픽랜드’를 인수했다. 호반은 제주 중문에 있는 퍼시픽랜드 수족관을 허물고 대규모 리조트를 지을 예정이다. 이를 위해 호반은 지난 5월 큰돌고래 두 마리를 경남 거제씨월드로 무단 반출했다가 환경부에 의해 고발된 상태다.

4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6월 해양수산부와 호반, 제주대, 핫핑크돌핀스 등은 ‘비봉이 해양방류를 위한 협약서’를 체결했다. 협약서를 살펴보니, 호반 쪽이 비봉이의 보호∙관리 주체로 야생방사에 드는 제반 비용을 부담하기로 했다. 야생방사가 중단(실패)되는 경우, 비봉이를 제3의 시설에서 보관, 관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비봉이를 야생으로 돌려보냈는데도 비봉이가 야생 무리에 합류하지 못해 다시 회수해야 할 때, 이에 소요되는 비용을 호반이 부담해야 한다는 조항은 빠졌다. 비봉이를 바다에서 재포획하는 데 드는 비용, 항공기에 태워 다른 수족관으로 운송하는 비용은 최소한 1억원 이상이 들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한 전문가가 국내에 없는 것도 문제다. 돌고래를 바다에서 몬 뒤 그물로 잡아야 하므로 숙련된 전문가가 필요하다. 외국에서도 이렇게 돌고래를 직접 포획할 수 있는 사람은 손을 꼽을 정도다. 이에 대해 이재용 해양수산부 해양생태과장은 “해양동물구조∙치료기관이 도맡아 할 것”이라면서도, ‘이들이 경험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과거에 돌고래를 (야생 바다에서 포획해 본) 경험자는 없다”고 답했다. 호반 홍보팀 관계자는 “야생방사 이후의 비용 부담에 대해서는 합의된 바 없다. 야생방사 실패할 경우에 대해 (협약 과정에서) 논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조약골 핫핑크돌핀스 대표는 “비봉이를 재포획을 해야 할 상황이라면 가두리 문을 열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현재로선 재포획은 중요한 고려 지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비봉이, 방류 기준 적합지 않다”

그래픽_한겨레 스프레드팀
그래픽_한겨레 스프레드팀

비봉이의 야생 부적응을 고려해 준비해야 하는 이유는 비봉이의 야생방사 성공 여부가 과거에 비해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그동안 야생 무리에 성공적으로 합류한 제돌이, 춘삼이, 삼팔이, 태산이, 복순이 등은 모두 수족관 감금 기간이 4~6년으로 짧았다. 또한, 모두 10살 이후에 제주 앞바다에서 불법 포획돼, 야생에 대한 충분한 경험을 지녔다는 공통점도 있다.

반면, 금등이와 대포는 사람으로 치면 어린이 나이인 5~6살에 잡혀 와 19~20년 동안 수족관 생활을 했다. 결국 금등이와 대포는 2017년 제주 바다에 방사된 뒤 종적을 감췄다. 제주와 남해안에서 발견되지 않았고, 동아시아 고래 과학자 커뮤니티에 수배 글도 올랐지만, 감감무소식이었다. 연안 정주성이 강한 남방큰돌고래의 특성상 제주와 인근 바다에서 발견되지 않았다면 바다를 떠돌다 죽었을 가능성이 크다.

2017년 여름 제주 함덕 앞바다에서 야생방사된 금등이. 당시 활어사냥에 능숙하고 몸 상태도 좋아, 야생 무리에 어렵지 않게 합류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현재까지 ‘행방불명’이다. 남종영 기자
2017년 여름 제주 함덕 앞바다에서 야생방사된 금등이. 당시 활어사냥에 능숙하고 몸 상태도 좋아, 야생 무리에 어렵지 않게 합류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현재까지 ‘행방불명’이다. 남종영 기자

야생방사 직전 가두리에서 활어사냥을 하고 있는 금등이. 남종영 기자
야생방사 직전 가두리에서 활어사냥을 하고 있는 금등이. 남종영 기자

이번에 야생방사 되는 비봉이는 제돌이의 상황보다는 금등이, 대포의 상황과 가깝다. 비봉이는 2005년 제주 비양도에서 잡혀 퍼시픽랜드에서 17년 넘게 쇼돌고래 생활을 했다. 동물자유연대는 “포획 당시 비봉이의 나이는 3∼4살로 추정된다. 야생 경험이 없는 어린 나이에 잡혀 와 돌아가는 것이라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간의 남방큰돌고래 방사 작업에 참여한 한 전문가는 “긴 감금기간, 단독개체 방류 등 기존의 돌고래 야생방류 기준에 들어맞지 않는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이러한 우려 때문에 야생방사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몇 가지 대비책이 도입됐다. 첫째는 야생방사지를 그동안 이용했던 제주 동북부인 함덕에서, 서남부인 대정 앞바다로 옮긴 것이다. 남방큰돌고래는 이곳 내륙 양어장에서 나오는 부산물 때문에 사시사철 몰려들고 있어, 비봉이가 가두리에서 나간 뒤 야생 무리와 마주칠 확률이 높다. 둘째는 야생방사 일정을 확정하지 않은 점이다. 인간의 일정이 아닌 돌고래의 일정에 맞추겠다는 것이다. 야생방사팀은 잠정적으로는 이달 안에 비봉이를 가두리 밖으로 내보내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수족관으로 다시 옮기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는다. 4일 대정읍 신도리 앞바다에 설치된 가두리로 옮겨진 비봉이는 야생적응 훈련 결과에 따라 바다로 내보내질 예정이다.

이번 야생방사 작업을 총괄하는 김병엽 제주대 교수는 “여러 사람의 우려를 잘 알고 있다. 혼자 방류하는 게 좋지 않아서, 물살이 센 단점에도 불구하고 돌고래가 많이 나타나는 대정 앞바다에 가두리를 설치한 것”이라며 “비봉이가 바다로 나간 뒤 야생 무리에 합류하지 않을 경우에도 (실종되거나 사고 나지 않도록) 보트를 타고 근거리에서 관찰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봉이 몸 상태 좋다…이달 안 방류 목표

다행히, 4일 대정 앞바다 가두리에 들어간 비봉이는 좋은 컨디션을 보이고 있다. 김병엽 교수는 “고등어, 전갱이와 함께 대정 앞바다에 많이 사는 자리돔을 줬는데, 바로 쫓아가서 잡아먹었다”며 “제돌이 때보다 몸 상태가 좋은 거 같다”고 말했다. 수족관 돌고래를 야생 바다에 적응시키기 위해서는, 냉동생선을 받아먹던 습관을 지우고 사냥을 익히도록 돌고래를 유도해야 한다. 지난달부터 활어를 주면서 수조에서 활어사냥을 익힌 비봉이는 활어 급여 보름 뒤부터 활어를 쫓아가 먹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실패로 끝난 금등이, 대포 야생방사에 대한 평가 없이 이번 야생방사를 진행한 점은 아쉽다. 당시 야생방사는 해양수산부, 서울대공원 그리고 환경·동물 단체가 주도했지만, 누구도 백서 발간이나 토론회 개최 등 평가 작업을 진행하지 않았다. 두 돌고래의 ‘행방불명’은 다른 돌고래의 방류 성공에 가려 감추어진 ‘불편한 진실’이었다. 이재용 해양생태과장은 “금등이와 대포가 발견되지 않았을 뿐 어디선가 살고 있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며 실패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남종영 fandg@hani.co.kr,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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