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방화·실화 가능성 조사
14일 9명의 사상자를 낸 부산 영도구의 상하이 노래주점 화재 사고는 화재에 취약한 지하공간에서 일어난데다, 주점 쪽이 손님들을 제대로 대피시키지 못해 인명 피해를 키운 것으로 보인다.
부산 영도경찰서는 15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와 부산시 소방본부, 한국전기안전공사와 함께 처음 불이 난 곳으로 추정되는 6번 방을 집중 조사했다. 이 방은 사고로 숨진 진세조선 직원 8명이 함께 있던 7번 방의 바로 옆방이다.
경찰은 이 방 천장에 강한 연소 흔적과 백화 현상이 있는 점으로 미뤄 이 방에 있던 소파 부근에서 불이 일어난 뒤 급속히 번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이 방 소파 뒤쪽에 전기설비가 없어 합선이나 누전에 의한 화재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사고 직전 이 방에 드나들었던 종업원과 도우미 등을 상대로 방화나 실화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또 화재 직후 비상벨 등의 작동에는 문제가 없었으나, 주점 쪽이 방 안에 있던 손님들에게 적극적으로 화재 사실을 알리고 대피하도록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진세조선 직원들은 이미 지하층 전체에 가득 찬 유독성 연기 탓에 출입구를 제대로 찾지 못했으며, 주 출입구 옆 3번 방을 출입구로 착각한 탓인지 5명이 이 방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진세조선소장 신현태(64)씨를 비롯한 직원 8명은 이날 3만2천t급 대형 선박을 건조해 시운전한 것을 자축하다가 함께 변을 당했다. 진세조선 쪽은 15일 동구 초량동 인창병원에 합동분향소를 마련했다.
14일 저녁 8시44분께 일어난 이 화재로 인해 주점 안에 있던 진세조선 직원 8명이 숨지고 여성 도우미 이아무개(39)씨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의식을 잃은 상태다.
부산/신동명 기자 tms1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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