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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밥보다 ‘마을부엌’…돈 아끼고 소외 이웃 챙기고 ‘1석2조’

등록 2020-01-26 11:51수정 2020-01-26 11:55

은평구 ‘신나는부엌’ 8년째 운영 중
맞벌이부부 자녀 간식 제공·교육까지
서울 은평구 ‘신나는 마을 공동부엌’ 회원들과 박정희 대표(오른쪽에서 두 번째). 서울시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 뉴스레터
서울 은평구 ‘신나는 마을 공동부엌’ 회원들과 박정희 대표(오른쪽에서 두 번째). 서울시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 뉴스레터

서울 은평구 진관동 주민들은 식사 시간만 되면 아파트 상가에 마련된 한 부엌으로 모인다. 이들은 회비를 모아 공동으로 식재료를 사고 함께 요리한다. 음식은 같이 먹거나, 각자의 집에 가져가기도 할 뿐만 아니라, 주변 홀몸노인 등 소외 이웃들에게 전하기도 한다.

이들은 “집에서 반찬을 안 하는 사람들이 손수 만들어서 해 먹자는 것을 지향하며 2012년부터 모인 주민 공동체 ‘신나는마을공동부엌(신나는부엌)’이다. 현재 전업주부, 직장인 등 30여명의 주민이 활동하고 있다. 지역 교회의 부엌에서 시작한 신나는부엌은 2015년부터 동네 아파트 상가 1층에 조리공간과 식사공간을 갖췄다.

회원들은 요리·봉사·간식돌봄팀으로 나눠 회원끼리 나눌 음식을 만들기도하고, 소외계층에게 음식을 직접 배달해주고, 맞벌이 부부의 자녀들을 위해 식사와 간식을 챙겨준다. 인근 초등학교와 연계해 아동과 학부모를 위한 먹거리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월 2만원씩 내는 회비는 임대료, 수도요금 등 관리비, 프로그램 운영비 등으로 쓰이며, 식재료는 텃밭에서 재배하거나, 그때그때 팀원들의 사비를 모아 생활협동조합에서 주로 산다.

박정희 신나는부엌 대표는 <한겨레>와 한 전화 통화에서 “서울시나 인근 교회에서 지원을 받기도 하지만, 임대료 등을 충당하기엔 부족해 항상 적자라 공동대표들이 사비를 출연한다. 시에서 정기적으로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런 ‘마을부엌’은 주민 개개인의 식생활을 개선하고 식사 비용을 줄일 뿐만 아니라, 사회 소외계층의 먹거리 문제까지 해결할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신나는 부엌 뿐만 아니라 서울에선 영등포 ‘갤러리카페봄봄’, 마포구 성산동 ‘저녁해방모임’, 강북구 인수동 ‘인수마을밥상’ 등의 공동부엌·저녁식사모임이 운영되고 있다.

서울 은평구 ‘신나는 마을 공동부엌’에서 요리하는 회원들. 서울시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 뉴스레터
서울 은평구 ‘신나는 마을 공동부엌’에서 요리하는 회원들. 서울시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 뉴스레터

지난 15일 서울연구원 ‘주간브리프’에 실린 논문 ‘공동체먹거리보장의 관점에서 본 마을부엌의 의미와 먹거리보장 정책의 전환적 과제’(김소연 경희대 겸임교수, 김순영 환경정의 먹거리정의센터 센터장)를 보면, 마을부엌은 조리기술 습득을 통해 참여자들의 외식을 줄이는 데 기여하고, 1인 가구의 비용절감, 식습관 개선에 도움이 되며, 관계 형성 등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논문은 소외계층이 주로 거주하는 고시원, 쪽방 등은 조리 환경이 열악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먹거리가 보장되지 않는 문제가 거주·공간 문제와 연동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조리나 식사공간 자체가 없거나 열악한 사람들에게 푸드뱅크 이용, 식재료 제공과 같은 먹거리보장 전달서비스는 무의미하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공동부엌은) 부엌공간이 없거나 열악한 주거공간에 사는 사람들에게 프로그램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사회소외계층이 마을부엌에 참여하는 것은 무료 급식소와 달리 참여자의 자존감 회복에 의미를 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도 논문은 분석했다.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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