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세운상가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경력 15년차 작업반장 김아무개(66)씨는 “예전에는 현장에 대한 소속감이 없었는데 이제는 애착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일감에 따라 취업과 실업을 반복하는 건설일용직 노동자에게 ‘애착’이 생기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해 7월부터 서울시가 시 발주 공사 현장 일용직 노동자에게 지급하기 시작한 ‘주휴수당’은 이들에게 소속감을 줬다.
주 5일, 주 평균 15시간 이상 일했다면 서울시가 하루치 임금을 추가로 준다. 다른 공사 현장에서 일하는 17년차 철근공 박아무개(59)씨는 “주중에 일하면 주말에 쉬어도 주휴수당이 나오기 때문에 가족과 함께 여가를 즐길 수 있다”며 “건설 현장에 젊은층이 유입되는 것도 기대해 본다”고 말했다. 주휴수당 덕에 안정감과 여유를 얻었다는 것이다.
근로기준법에는 한 주에 15시간 이상 근무한 노동자에게는 주 1일 이상 유급휴가를 부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은 일용직 노동자에게도 적용된다. 1주에 15시간 일한 일용직 노동자에게 다음주 근무가 예정돼 있다면 사업주는 이들에게 주휴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그러나 건설 현장에서는 주휴·연장근로수당을 기본급에 포함해 지급하는 포괄임금제 등이 보편화돼 있어 주휴수당이 지급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해 7월부터 건설 일자리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시가 발주한 공사 현장에서 포괄임금제를 금지하는 표준근로계약서를 도입하고, 노동자들에게 주휴수당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주휴수당은 지난 6개월 동안 노동자들의 삶에 변화를 일으켰다. 29일 서울시가 시 발주 공사 현장 33곳에서 일하는 노동자 1천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주 5일 근무로 주휴수당을 받은 이들의 비중은 제도 시행 전 13.4%에서 25.4%로 증가했다. 주휴수당 지급액도 5800만원에서 1억800만원으로 늘었다. 월평균 근무일수 역시 9.5일에서 11일 남짓으로 늘었다. 주휴수당이 노동자들의 근무일수를 늘리고, 안정감을 높이는 데 이바지했다고 평가할 수 있는 대목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장에서 주휴수당을 받으려고 가급적 길게 일하려는 경향이 뚜렷하다”며 “노동자의 장기간 근무를 촉진하고 공사 품질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아울러 서울시는 사회안전망 강화 차원에서 발표했던 건설노동자의 국민연금·건강보험료 지원을 위해 ‘지역건설산업 활성화에 관한 조례’ 개정도 추진하고 있다. 2018년 8월부터 월 8일 이상 일했다면 국민연금·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있지만, 건설노동자의 가입률은 20%대에 그쳤다. 보험료 7.3%를 공제해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7일 이하로 일하는 사례가 늘기도 했다.
2017년 47%였던 7일 이하 근무 비중은 국민연금·건강보험 가입 대상 확대 이후인 2019년 70% 이상으로 크게 늘었다. 이 때문에 서울시는 건설사가 노동자의 보험료를 정산하면, 나중에 시가 보전해주는 방식으로 조례 개정을 추진 중이다.
한제현 서울시 안전총괄실장은 “건설업이 질적 성장을 하려면 노동자들의 고용환경을 먼저 개선해야 한다”며 “많은 노동자가 사회제도권 안에서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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