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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후예들 지금도 득세…어설픈 반성보다 과거 청산이 먼저”

등록 2021-11-25 18:34수정 2021-11-26 02:33

[전두환 사망 - 사과받지 못한 사람들]
김규복 목사, 대전서 재심 열려
80년 5월 시위 주도했다 옥살이
“당시 받은 처벌 부끄럽지 않아
언제라도 그런 상황이면 나설 것”
김규복 목사. 강민구 대전문화연대 대표 제공
김규복 목사. 강민구 대전문화연대 대표 제공

“며칠 전에 죽은 전두환씨가 새로운 권력으로 등장하기 위해 여러 일을 도모하는 것을 알았고, 이를 폭로하기 위해 시위를 주도했습니다.”

피고인석에 앉은 김규복(69) 목사의 목소리가 법정에 울렸다. 떨리는 목소리와 달리 눈빛은 담담히 정면을 응시하고 있던 그가 말을 이어갔다. “(당시 받은 처벌이) 부끄럽지 않습니다. 언제라도 그런 상황에 처한다면 같은 일을 할 것입니다.”

대전지법 형사8단독 차주희 부장판사는 25일 오전 김규복 전 대전빈들교회 담임목사의 계엄법·포고령 위반죄 재심 공판을 열었다.

김 목사는 1971년 연세대에 입학해 학생운동을 주도하다 붙잡혀 모진 고문을 받은 뒤 강제징집됐다. 1979년 12월 복학한 그는 이듬해 5월 서울에서 ‘전두환이 군부를 장악해 현 정부를 짓밟고 새로운 권력으로 등장하려 한다. 전두환은 물러나라’는 내용의 ‘국민에게 드리는 글’이 담긴 유인물을 1만여부 만들고, 연대생 1천여명의 시위를 이끌었다. 수배자 신세가 된 그는 6월 뒤늦게 광주 5·18 민주화운동 소식을 접하고 각 대학 지도부와 도심시위를 계획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하고 10월 경찰에 검거됐다. 1981년 1월24일 군법회의에서 계엄법·포고령 위반 등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김 목사는 출소 뒤 대전으로 내려와 대전신학대와 장로교신학대에서 공부하고, 대전 대화공단 한복판에서 산업선교에 뛰어들었다. 이후 빈들교회를 세워 빈민과 이주노동자, 환경·평화운동에 헌신해온 세월이 30여년이다.

지난 3월 대전지검은 직권으로 ‘5·18 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특별법)에서 정한 특별재심 조항에 근거해 김 목사 재심을 청구했고, 10월21일 대전지법은 “5·18 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에 따른 재심 사유에 해당한다”며 재심을 결정했다.

지난 24일 <한겨레>와 만나 1980년 5월 상황에 관해 설명하고 있는 김규복 목사.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지난 24일 <한겨레>와 만나 1980년 5월 상황에 관해 설명하고 있는 김규복 목사.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이날 재심 공판에 나와 담담히 ‘후회 없던 그날’을 얘기한 김 목사는 10여년 전부터 파킨슨병을 앓고 있다. 박정희 군부독재에 맞서다 경찰에게 붙잡혀 당한 고문 후유증이다.

그에게도 23일 전두환씨의 죽음은 마음속 상처를 후비는 큰 충격이었다.

“반성하지 않는 전씨의 후예들이 지금도 득세하고 있고, 기득권을 지키려 버티면서 새로운 시대를 원하는 사람들의 의지를 꺾고 있지요. 전씨가 죽었으니 잔존 세력도 이제는 꺾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날 재판 뒤 <한겨레>와 만난 김 목사는 “80년 5월 광주의 현장에 함께하지 못한 아쉬움과 미안함에 평생을 광주시민에게 빚진 마음으로 살았다”며 “전씨의 죽음은 어설픈 반성보다도 진정한 과거 청산이 우리의 사명임을 깨우치게 해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목사의 재심 선고공판은 12월9일 열린다.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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