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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장 막말·‘갑질’ 더는 못 참아”…충남도 공무원 울화통

등록 2021-02-24 18:28수정 2021-02-25 02:32

국장의 언행에 반발 계기…내부 토론방에 반나절 동안 100여건 폭로
담배 심부름, 퇴근 뒤 대리운전 강요 등 상하 간 잘못된 문화 드러나
공무원노조 “도지사는 조직의 갑질 근절 방안 마련해야” 대책 촉구
충남도공무원노조가 24일 충남도청 본관의 한 국장실 앞에서 “충남도는 갑질 국장을 업무에서 배제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충남도공무원노조 제공
충남도공무원노조가 24일 충남도청 본관의 한 국장실 앞에서 “충남도는 갑질 국장을 업무에서 배제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충남도공무원노조 제공

“야근하다 말고 (술 마신 상사를) 50분 거리 자택까지 태워주고 사무실로 와서 일한 적도 여러 번 있습니다. 담배 심부름도 해봤고요. 진짜 기막힌 일이 많아요.”

“본인이 갑질을 해놓고 모르는 양 갑질이 이어지고 있다. ‘어디는 (갑질 때문에) 난리더라’고 하는 팀장 정말 못 봐주겠습니다.” 충남도청이 공무원들의 직장 내 ‘갑질 미투’로 들끓고 있다. 도청 공무원들의 내부망 토론방에는 24일 하루 동안 저마다 쌓아둔 직장 갑질 사례를 토로하는 글이 100여건이나 올라왔다.

‘갑질 미투’에 불을 붙인 것은 ‘공무원노조의 ‘갑질 국장’ 사무실 폐쇄’ 사건이었다. 이날 김태신 충남도 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을 포함한 노조원 30여명은 도청 ㄱ국장 사무실 앞에서 규탄집회를 열고, 의자와 책상을 쌓아 사무실을 폐쇄했다. 이들은 ‘갑질행위 눈감았냐, 우리들은 죽고 싶다’, ‘우울증에 병원치료, 지휘부를 규탄한다’ 등의 글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귀하의 갑질을 바라보며’라는 성명을 냈다. ㄱ국장은 이날 외부 출장 탓에 사무실에 없었다.

충남도 행정포털 토론방에 올라온 게시글. 충남도공무원노동조합 제공
충남도 행정포털 토론방에 올라온 게시글. 충남도공무원노동조합 제공

공무원노조는 ㄱ국장이 지난 1년6개월여 동안 직원들에게 말을 함부로 하고, 인격을 모독했다고 밝혔다. 한 공무원은 “국장이 ‘귀하’라는 말을 쓰는 순간 지옥이 시작됐다. ‘일을 이 정도밖에 못 하느냐’는 추궁이나 ‘책상 빼서 나가라’는 막말을 듣지 않은 직원이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 직원은 “국장 때문에 퇴직을 고민하거나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직원도 적지 않다”고 했다.

이들은 ㄱ국장이 전에 없던 일일보고를 하도록 지시했다고도 했다. ㄱ국장과 일해온 한 공무원은 “퇴근 5분 전에 ‘5분 메모’라는 이름의 개인 업무보고를 매일 해야 했다. 국의 모든 직원이 하루 동안 한 일을 국장에게 메모식으로 작성해 보고해야 했는데 내용에 따라 닦달당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노조는 도움을 청하는 직원들이 잇따르자 피해자 면담을 한 뒤 지난해 초부터 ㄱ국장, 부지사, 인사과장 등과 10여차례나 만나 개선을 요구했지만 고쳐지지 않았다고 했다. 이 국장은 <한겨레>와 통화에서 “제가 부족한 점이 있다. 노조와 만났다. 직원들에게 사과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계기로 ‘갑질 미투’ 대상은 다른 상관들로도 번졌다. 이날 충남도청 익명 토론방에는 “죽으라고 일하는데도 부당한 처우를 받으면 어찌해야 하느냐. 몸과 정신이 망가지고 휴직하면 해결되는 거냐”, “세상이 바뀌었는데 공무원 사회는 갑질이 여전하다”, “불이익을 받을까 봐 관례적으로 묵인하고 당해왔지만 이제 바뀌어야 한다” 등 한숨과 분노에 찬 글들이 꼬리를 물었다.

김태신 노조위원장은 “충남도는 이 국장의 업무를 배제하고 갑질 행위를 조사하는 한편 해당 국의 전 직원을 대상으로 감정소진 예방 프로그램을 실시해야 한다”며 “이 국장뿐 아니라 도청 내 곳곳에서 갑질 피해를 보았다는 폭로가 잇따르는 만큼 실태조사를 하는 한편 갑질을 예방하고 직장 문화를 수평적인 구조로 바꾸는 조직개편 등 대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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