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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순사건 민간인 희생자 72년 만에 무죄 판결

등록 2020-01-20 15:54수정 2020-01-21 02:30

법원 “희생자 장환봉씨 범죄 요건 갖추지 못 해”
재판장 “억울한 피해 이제 바로잡아 유족께 송구”
20일 여순사건 민간인 희생자 장환봉씨의 재심 선고에 출석한 유족들 중 부인 진점순(97), 딸 장경자(75)씨
20일 여순사건 민간인 희생자 장환봉씨의 재심 선고에 출석한 유족들 중 부인 진점순(97), 딸 장경자(75)씨

여순사건이 일어난 지 72년 만에 민간인 희생자에 대한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광주지법 순천지원 형사1부(재판장 김정아)는 20일 순천지원 316호 형사 중법정에서 열린 여순사건 민간인 희생자 장환봉(당시 29·순천역 철도원)씨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피고인이 생존수형자였던 제주4·3의 재심과 달리 사망한 피해자에게 공소기각이 아닌 무죄 판결을 했다는 점에서 유사한 재심 청구가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검찰이 복원한 공소사실 중 포고령 2호 위반은 미군정 때 선포해 이미 효력을 잃었고, 내란죄는 장소 일시 행위 등이 특정되지 않는 등 범죄 구성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내용상 불법이 있다 해도 계엄법이 사형을 집행한 지 1년 뒤에 제정돼 당시 시행한 계엄령의 효력을 두고 다툼이 있고, 민간인을 군법회의에 회부하고 공소사실을 통지하지 않은 점은 절차적으로 중대하고 명백한 흠결”이라고 강조했다.

김 재판장은 이어 “민간인 희생자 3명의 재심 청구인 중 1명만 선고에 이르렀고, 2명은 선고를 기다리다 숨져 절차를 종결할 수 없어서 안타깝다. 국가권력에 의한 억울한 피해를 형사 절차를 통해 개별적으로 바로 잡으려 하지 말고 특별법을 제정해 일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재판장은 판결을 맺으며 “장씨는 좌익도 우익도 아닌 명예로운 철도공무원으로 국가 혼란기에 묵묵하게 근무했다. 국가권력에 의한 피해를 더 일찍 회복해 드리지 못한 점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말한 뒤 한동안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장씨 등은 1948년 11월10일 전남 순천에서 반란군을 도왔다는 혐의로 군경에 체포된 뒤 20여일 만인 같은 달 30일 순천역 부근 이수중 터에서 총살됐다. 당시 군법회의는 이들에게 내란과 국권문란죄를 적용해 사형을 선고하고 집행했다.

이후 62년 만인 2010년 이뤄진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조사로 국가폭력 피해자의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실마리가 마련됐다. 과거사정리위는 “당시 군경이 순천지역 민간인 438명을 무리하게 연행해 살해했다. 순천지역만 2000여명이 학살됐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 조사 결과를 근거로 장씨 등의 유족들은 2011년 10월 재심을 청구했다. 순천지법과 광주고법은 재심을 결정했지만 검찰은 항고·재항고로 맞섰다. 대법원은 지난해 3월21일 “법원이 발부한 영장 없이 군경에 의해 불법으로 체포·감금된 사실이 인정된다”며 재심개시를 결정했다. 이 과정에 7년 5개월이 걸리는 바람에 유족 3명 중 2명이 숨져, 청구인은 1명만 남게 됐다. 광주지법 순천지원은 지난해 4월29일 여순사건 당시 군경에 숨진 민간인 희생자 장환봉, 신태수(당시 32·농업), 이기신(당시 22·농업)씨 등 3명의 재심을 시작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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