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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언니들 교복 선물에 엄청 감동했죠”

등록 2020-02-23 18:30수정 2020-02-24 02:37

독립유공자 후손 쿠바 학생 둘
1년 한국 연수 뒤 28일 돌아가
“불고기 짜장면 맛 못 잊을 것”
독립유공자의 후손인 멜리사(왼쪽)와 아리아네. 전남도교육청 제공
독립유공자의 후손인 멜리사(왼쪽)와 아리아네. 전남도교육청 제공

“불고기와 짜장면 맛을 잊을 수 없을 거예요.”

독립유공자 후손인 쿠바 여학생 멜리사(18·아바나)와 아리아네(18·카마구에이)는 20일 한국의 1년을 이렇게 압축해 표현했다. 이들은 지난해 3·1운동 100돌을 맞아 개설한 전남국제교육원의 초청프로그램을 마친 뒤 28일 출국한다.

이들은 110년 전 일제 강점기에 멕시코를 거쳐 쿠바에 이민했던 독립유공자의 4대, 5대 손녀들이다. 멜리사의 증조부 이승준과 아리아네의 고조부 김호는 중남미의 사탕수수 농장에서 고된 노동에 시달리면서도 광주학생독립운동과 항일독립투쟁을 후원하는 기금을 모아 전달하는 등 조국 사랑을 잊지 않았다.

미수교국 국민인 이들은 지난해 3월 초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아바나무역관의 주선으로 입국했다. 처음엔 한국어를 거의 못해 적응하기 쉽지 않았다. 사회적관계망서비스를 통해 가족들과 연락하며 불안한 한국생활을 시작했다고 한다. 한 해 동안 한국어를 열심히 배워 한국어능력시험에서 4급과 2급을 각각 땄다. 출국이 임박하자 장석웅 전남도교육감한테 손편지를 쓸 정도로 실력이 붙었다. 둘은 편지에 “따뜻하게 대해줘서 감사하다. 행복했던 기억을 안고 가겠다. 한국에 다시 와서 더 많이 배우고 싶다”고 썼다.

독립유공자의 후손인 멜리사(앞쪽)와 아리아네. 전남도교육청 제공
독립유공자의 후손인 멜리사(앞쪽)와 아리아네. 전남도교육청 제공

이들은 1학기에는 나주의 전남미용고에서 커트·염색·파마·네일아트 등 미용기술을 배웠다. 충분히 취업할 수 있을 만큼 기량을 쌓았다. 2학기에는 여수의 전남국제교육원에서 생활하며 제주 경주 군산 전주 부산 등에서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배웠다. 방문지 중 부산의 해운대와 경주의 불국사가 가장 인상 깊었단다. 여수여고에선 동아리 활동과 방과 후 수업 등 교육과정에 참여했다. 또 같은 또래의 학생 집에서 주말 3일씩을 묵으며 가정생활을 체험했다. 지난 1월 넉 달을 함께 지낸 학생 가족과 이별할 때는 여느 한국사람처럼 얼싸안고 울고불고하느라 눈이 퉁퉁 부을 정도였다.

둘은 “여수여고 언니들한테 교복을 선물 받았을 때 엄청 감동했다. 돌아가면 한국인의 후손임을 잊지 않고 쿠바에 한국을 알리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어학 능력이 뛰어난 멜리사는 고교를 마친 뒤 한국의 대학에 진학할 예정이다. 대학에서 역사·문화를 전공해 쿠바의 여행가이드나 한국어 강사가 되겠다는 꿈을 가꾸고 있다. 손재주를 타고난 아리아네는 한국에서 배운 미용기술로 전문헤어숍을 여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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