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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책&생각

당신도 알 만한 1%가 악당이다

등록 :2022-01-21 04:59수정 :2022-01-21 10:50

환경운동가 반다나 시바의 일갈
상위 1% 금융·기술로 지구 망쳐
거대 자본·기업이 자연·인간 착취
‘간디 원칙’으로 인류 지켜야

누가 지구를 망치는가
1%가 기획한 환상에 대하여
반다나 시바·카르티케이 시바 지음, 추선영 옮김 l 책과함께 l 1만5000원

얇은 책인데 무겁다. 아니 무섭다.

물음표가 생략된 문장형 표제의 책 <누가 지구를 망치는가>. 이런 의문문은 ‘답정너’이기 마련인데,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당신도 알 만한 바로 그것’이란 답을 함축한다. 세계인구 하위 50%가 가진 것과 맞먹는 부를 보유한 상위 1%다. 2010년 388명, 2011년 177명, 2012년 159명, 2013년 92명, 2014년 80명, 2016년 62명, 2017년 8명. 해마다 부가 쭉쭉 빨려 올라가 소수에게 집중되고 있다. 혹독한 코로나19 대유행 2년을 거친 2022년 1월 현재는 어떨까. 그러니까 이 책은 지구의 암세포 얘기다.

주 지은이는 반다나 시바. 핵물리학을 공부한 인도의 여성 환경운동가. 자기 나라에서 다국적기업의 삼림 파괴에 반대하는 운동을 조직했으며 제3세계 생물다양성 문제에 큰 관심을 가지고 종자 주권을 지키기 위한 운동을 펼쳤다. 이쯤에서 눈치 빠른 이는 책이 무섭게 느껴지는 이유를 짐작하겠다. 상위 1%가 사는 지역은 지구 북반구. 피를 빨아올리는 지역은 남반구로 지은이가 사는 인도를 포함한다. 그러한 현상을 지켜보고 썼기에 현장에 있는 듯 섬뜩하다. 무서운 이유 하나 더. 인도는 오랫동안 영국 식민지였는데, 동인도회사를 앞세운 그들에 의해 철저하고 잔혹하게 착취당했다. 그것이 오늘날 기업 식민주의의 토대가 되었다는 깨달음. 우리 역시 동양척식회사를 앞세운 일본에 착취당한 경험이 있는데도 후과를 깨닫지 못하고 있음을 환기한다.

지은이는 대놓고 말한다. 공동체여야 할, 자손만대 물려줘야 할 지구를 쭉정이로 만들고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처럼 화성 이주를 꿈꾸는 1%의 흡혈 방식은 금융과 기술이라고.

우선 금융. 화폐가 교환에서 투기 수단으로 바뀐 것은 다 아는 거고. 화폐를 증식 수단으로 하는 기업이 바로 금융이다. 금융경제는 실물경제의 20~50배로 본다. 1980년대 세계은행(IBRD)과 국제통화기금(IMF)이 선도한 금융시장의 규제철폐로 사실상 금산분리 원칙이 깨지고 세계 금융시장이 한 체제로 통합됐다. 하루에 수조 달러가 칸막이 없이 이동하면서 글로벌 노름판을 편다.

억만장자 워런 버핏과 금융기관인 뱅가드그룹이 그 대표다. 버핏이 부자 된 것은 공무원 보험회사를 통해서다. 보험상품을 고를 권한은 고용주인 정부에 있고 보험료는 개별 공무원이 내는데, 보험료는 급여에서 공제되어 버핏 계좌로 자동 이체된다. 알다시피 보험은 카지노와 흡사한 확률게임. 거의 발생하지 않는 사건을 담보로 이윤을 챙긴다. 보험료 가운데 76.5%가 보험금 지불을 일으키지 않은 채 보험사 주머니로 들어간다. 보험금을 지불할 때도 비용을 공제하므로 보험사는 노나는 장사다. (우리나라의 경우, 삼성이 보험사인 삼성생명을 보유하고 있으며 막대한 이윤창출은 물론 가입자가 맡긴 보험료가 그룹 돈줄이다.) 

지난 2018년 5월 스위스 바젤에서 다국적 생명기술 기업인 몬산토와 신젠타를 비판하는 시위대가 행진하고 있다. 바젤/AP 연합뉴스
지난 2018년 5월 스위스 바젤에서 다국적 생명기술 기업인 몬산토와 신젠타를 비판하는 시위대가 행진하고 있다. 바젤/AP 연합뉴스

뱅가드그룹이 운용하는 자산은 2021년 현재 7조 달러다. 118개 펀드를 거느리는데, 펀드의 큰손은 전 세계 억만장자들이다. 1978~2003년 연평균 수익률이 13%, 누적수익률은 2058%였다. 뱅가드가 주식을 보유한 주요기업의 면면을 보면 세계 경제가 돌아가는 꼴을 가늠할 수 있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엑손모빌, 존슨앤드존슨, 제너럴일렉트릭, 메타(페이스북), 아마존, 버크셔 해서웨이, 에이티앤드티(AT&T), 피앤드지(P&G), 웰스파고, 제이피(JP) 모건, 알파벳, 버라이즌 커뮤니케이션, 셰브런, 화이자, 코카콜라, 홈디포, 펩시코, 듀폰, 몬산토, 바스프, 바이엘 등.

이 기업들은 1%의 두 번째 흡혈 방식인 기술(테크놀로지)과 관련된다. 지은이는 이 부분을 공들여 기술하는데 섬뜩함의 진원이다. 자연과 인간을 식민지 삼아 착취하는 기업들.

예컨대 유전자 조작 작물(GMO)의 씨앗을 전 세계적으로 팔아먹는 몬산토. 1995년 인도에 지엠오 Bt(바실러스 튜린겐시스, 미생물 살충제) 목화를 불법으로 들여와 방충효과가 있다며 농민을 꼬드겨 이를 재배하게 함으로써 막대한 로열티를 챙겼다. 씨앗은 당연히 형질이 유전되지 않는 일회용인데다 방충효과도 무용지물이 되면서 농민들은 빚에 시달려 자살하고 살충제 중독으로 목숨을 잃었다.

몬산토는 2018년 바이엘과 합병하는데, 이를 전후해 다우케미컬은 듀폰을, 켐차이나는 시노켐을 합병했다. 나치 시절 홀로코스트에 쓰인 살인 가스 제조기업이 포함된 ‘독성 카르텔’이다. 이들은 종자, 살충제, 화학비료 융합을 넘어 농기구, 정보기술(IT), 기후와 토양 데이터, 보험 부문까지 손아귀에 넣으려 한다. 몬산토는 세계 최대 기후데이터 기업인 클라이밋 코퍼레이션과 토양 데이터 회사인 솔룸을 인수했다.

지은이는 몬산토에 버금가는 빌 게이츠의 민낯을 까발린다. 범용 프로그램언어 베이직을 토대로 만든 소프트웨어와, 남이 만든 컴퓨터 운영체제(OS)에 울타리를 치고 돈을 뗀다. 그렇게 모은 떼돈으로 또 다른 다양한 특허를 취득하고 인류 공용자산인 생물을 해적질해 사실상 지구를 지배하고 있다. 지엠오, 즉 종자도둑의 배후기술인 유전자가위 기술을 토대로 한 기업 에디타스와 다우드나에 투자했다. (두 기업은 특허전쟁 중인데 게이츠는 어느 쪽이 이겨도 관계없다.) 그가 투자한 분야는 희귀금속, 석탄석유, 농산업, 화학, 제약, 음료, 패스트푸드, 건설, 무기수출 그리고 자릿세를 뜯는 디지털 플랫폼. 뱅가드그룹과 한통속이다. 투자한 특허는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기술을 아우른다.

가히 사악한 인드라망이다. 생명산업, 녹색혁명, 디지털 혁명 탈을 쓴.

그러면 지구는 어떻게 지키나? 지은이는 인도인답게 스와라지(자치: 생물 다양성 회복), 스와데시(국산품 애용: 생태경제와 연결되는 부와 노동), 사티아그라하(비폭력 무저항) 등 ‘간디 원칙’을 제시한다.

임종업 <뉴스토마토>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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