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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책&생각] 삼키는 소설과 내뱉는 소설이라야 겨우 드러나는 것들

등록 2023-01-27 05:00수정 2023-01-27 09:46

울의 색채
서동욱 지음 l 호밀밭 l 1만3800원









헤드라이너
임국영 지음 l 창비 l 1만5000원

삼키는 소설과 내뱉는 소설. 이렇게도 나눠볼 만하다. 물론 삼키지 않고 뱉지 못하며 뱉지 않음은 삼키지 않음이다. 그럼에도 포크너는 내뱉고 헤밍웨이는 덜 뱉으며, 김훈은 삼키고 이문열은 덜 삼킨다. 문장이 짧고 단단한 헤밍웨이와 김훈에서 보듯, 드러나는 요소의 차이로 비롯하진 않는다. 그러니 다 동의할 구분도 아닐 테지만, 작품은 작가들의 성향과 호흡까지 달리 품고 있다.

신진 남성 작가 둘의 작품이 때마침 퍽이나 다르게 다가왔다. 삼키는 소설 <겨울의 색채>와 내뱉는 소설 <헤드라이너>다.

먼저 <겨울의 색채>. 표제작 ‘겨울의 색채’의 여자는 말이 많지 않다. 유년 시절 놀림과 따돌림을 받는다. 울지 않고 혼자 지내기로 작정한 이유가 그저 고아 출신의 가난하여 일만 하기도 바쁜 엄마아빠 때문인지는 알기 어렵다. 부모 얘긴 더 없다. 그렇다면 모든 불행이 태어날 때부터 4·5번째 손가락이 붙어버린 왼손 탓인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듬어준 단 두 사람을 여자는 이후 미술관 큐레이터가 되어 회고한다. 연인이 된 남자와 그 둘에게 부모 구실을 해준 남자네 가정부 아줌마. 이 강렬한 인연에도 불구하고, 하물며 ‘유일한 피난처’였다는 남자와 왜 비극적 결말을 염려하여 여자는 지레 이별하는지, 남자는 왜 자살하는지, 한참 뒤 남자의 유품을 남자의 이복 여동생으로부터 받고 왜 안도하게 되는지 자세히 드러나지 않는다. 삼킨 말들을 함께 머금게 하는 것이다.

<헤드라이너>의 표제작 ‘헤드라이너’. 록 페스티벌에 밴드 ‘우드스톡’이 개구멍으로 잠입한다. 미성년 사내 넷에게 두려움이란 없다. 왜냐. 만취했기 때문이다. 게다 무대 위 기괴한 퍼포먼스, 무대 밖 기행, 마침내 절명하는 삶 따위 “폭거”로 “신화”가 된 뮤지션들을 추종하는 록스피릿의 소유자들이다. 록스피릿이란 무엇인가. 록을 이해하지 못하는 여자완 헤어질 수밖에 없고, 여자가 “내가 이해하고 싶었던 건 개×같은 록이 아니라 너야” “제법 록스피릿이 담긴 발언”을 하면 외려 쌍욕에 당황하고 상처 입는 영혼 아닌가. 이들은 페스티벌 헤드라이너 때의 무대를 탈환해 직접 공연하려고 한다. 왜냐고? “평범한 인간이라는 카테고리에서 한순간이라도 벗어나고픈 갈망”의 ‘고삐리’, “애송이라고 말하기도 송구한 천둥벌거숭이”이기 때문이다. “댐 잇!”

두 소설집은 작품마다 죽음(의 기운)과 주변부로 점철되어 있다. 2019년 등단한 작가 서동욱의 <겨울의 색채>는 낮게 삼킨 말과 관조로, 2017년 등단한 작가 임국영의 <헤드라이너>는 취해 토한 말과 행위로 그 세계를 드러내지만, 견주되 그 세계는 서로 다르지 않고, 그 삶을 비관만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두 작가는 닮아 보인다. 침묵이 곧 ‘그로울링’이고 그로울링도 침묵이 되고 마는 미약한 존재들의 세계라, 두 작가의 서로 다른 호흡으로 겨우 시현되는 셈이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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