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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책&생각] 베버 ‘이해사회학’은 이렇게 태어났다

등록 2023-01-27 05:00수정 2023-01-27 10:00

김덕영 교수 ‘베버 선집’ 셋쨋권
이해사회학 논문 네 편 묶어 옮겨

‘인간의 사회적 행위’ 이해하는
베버 사회학 출산 과정 한눈에

이해사회학
막스 베버 지음, 김덕영 옮김 l 길 l 3만5000원

막스 베버(1864~1920)는 독일 현대 사회학의 창설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베버가 후대에 끼친 영향은 광대해서 인문사회과학의 주요 분야에 두루 미친다. 베버의 사회학은 ‘이해사회학’으로 불리는데, 베버의 저술 네 편을 묶어 옮긴 <이해사회학>은 이해사회학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전체 과정을 압축해서 보여주는 베버 사회학 탄생사다. 베버 전문가 김덕영 독일 카셀대 교수가 편집‧번역하는 ‘막스 베버 선집’ 10권 가운데 세 번째 권이다.

이해사회학은 ‘인간의 사회적 행위를 이해하고 설명하는 학문’을 뜻한다. 그런데 베버 사회학의 논의를 보면, 개인들의 행위 자체에 대한 미시적 이해보다는 국가‧도시‧종교‧관료제‧자본주의 같은 거시적 차원의 분석에 중점을 둔다. 여기서 오해가 빚어진다. 이 오해를 씻으려면, 이해사회학이 거시적 차원의 구조를 설명하는 것을 목표로 하되 그 출발점을 인간의 사회적 행위에 두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해두어야 한다. 개인들의 사회적 행위가 관계로서 체계를 이룬 것이 거시적 차원의 구조들이며, 이해사회학은 인간의 사회적 행위를 이해함으로써 그 거시적 구조를 설명한다.

이해사회학을 세운 독일 사회학자 막스 베버. 위키미디어 코먼스
이해사회학을 세운 독일 사회학자 막스 베버. 위키미디어 코먼스

베버가 처음부터 사회학자의 정체성을 지녔던 것은 아니다. 베버는 대학에서 법학‧경제학‧역사학‧철학을 공부해 법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고대 로마 농업사 연구로 ‘교수 자격’(하빌리타치온)을 얻었다. 1894년 프라이부르크대학, 1897년 하이델베르크대학에 임용될 때 베버의 담당은 경제학‧재정학이었다. 베버는 죽기 1년 전 뮌헨대학에 임용될 때에야 사회학 정교수가 됐다. 법학과 경제학에서 시작해 사회학으로 영역을 넓힌 것이 베버의 연구 인생이다. 이 책에 실린 논문들은 1908년부터 1920년 사이에 쓴 것들인데, 하나로 연결하면 베버가 자신을 사회학자로 세우기까지 걸은 긴 전환의 여정을 이룬다. ‘한계효용이론과 정신물리학의 기본법칙’(1908), ‘에너지론적 문화이론들’(1909), ‘이해사회학의 몇 가지 범주에 대하여’(1913), ‘사회학의 기본개념들’(1920)이 그것들이다.

이 논문들 가운데 앞의 두 편은 베버의 사회학이 막 태동하던 때의 학문적 태반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글이다. 가장 먼저 쓴 ‘한계효용이론과 정신물리학의 기본법칙’은 독일 역사학파 경제학자 루요 브렌타노의 저서 <가치이론의 발전>에 대한 서평 형식으로 쓴 글이다. 브렌타노는 경제학의 ‘한계효용이론’을 실험심리학의 ‘자극과 반응’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베버는 브렌타노가 ‘자극’과 ‘욕구’를 구별하지 못한다고 비판한다. 욕구라는 포괄적이고 복잡한 개념으로 설명해야 할 것을 자극이라는 단순한 개념으로 환원한다는 지적이다. 베버 주장의 핵심은 심리학에 기초해 경제학을 설명해서는 안 된다는 데 있다. 심리학은 경제학의 토대가 아니다. 경제학은 심리학과는 다른 별개의 학문이다. 이 논의를 연장하면 다른 사회과학, 이를테면 사회학도 심리학에서 독립해 스스로 서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베버의 이런 생각은 앞 시대 사회학에 대한 단호한 비판을 함축한다. 이 사태를 이해하려면 19세기 철학자 오귀스트 콩트(1798~1857)의 사상을 떠올려보는 것이 필요하다. 사회학의 창시자인 콩트는 인간 정신의 발전 단계를 ‘신학적 단계’, ‘형이상학적 단계’, ‘실증과학 단계’로 나누었다. 이 세 단계 가운데 마지막 실증과학 단계에 이르러 인간은 관찰과 증명을 통해 법칙을 이끌어냄으로써 세상을 제대로 이해한다. 콩트는 실증과학도 위계를 설정해 수학-물리학-화학-생물학-사회학 순으로 피라미드처럼 쌓아올렸다. 콩트의 위계에서 생물학은 사회학의 기초가 되므로, 생물학적 선이해가 있어야만 사회도 이해할 수 있다. 브렌타노의 주장은 콩트 사상을 충실히 이어받은 것이었다. 베버는 여기에 단호히 반대한다.

베버의 콩트주의 비판은 두 번째 글 ‘에너지론적 문화이론들’에서 더 분명히 드러난다. 이 글은 당대 화학자이자 철학자였던 빌헬름 오스트발트의 <문화과학의 에너지론적 기초>를 겨냥한 서평이다. 오스트발트의 책은 모든 사회 현상의 바탕을 ‘에너지’에서 찾는다. ‘자연은 에너지의 효율적 사용을 최대화하려 한다’는 법칙을 통해 모든 사회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 오스트발트의 주장이다. 베버는 오스트발트가 사회적 현상을 그 자체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주의적 에너지론에 입각해 분석하는 ‘환원주의 오류’를 범한다고 비판한다. 이런 비판을 통해 베버는 사회이론의 고유성과 독립성을 더 분명히 드러낸다.

이어 4년 뒤에 쓴 논문 <이해사회학의 몇 가지 범주에 대하여>에 이르러 베버 사회학의 본령이 그 윤곽을 내보인다. 그러나 이 논문은 너무 압축적인데다 용어 사용이 번잡해 베버의 구상이 선명히 들어오지 않는다는 약점이 있다. 그런 사실은 베버를 따르던 사회학자 헤르만 칸토로비츠의 편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칸토로비츠가 내용의 어려움을 토로하자 베버는 “제가 아주 난삽하게 쓴 것이 틀림없군요!”라는 답신을 보냈다. 이런 ‘난삽함’을 줄이고 개념 구조를 명확하게 드러내려 분투한 끝에 완성한 것이 <사회학의 기본개념들>이다.

이 두 논문을 순조롭게 이해하려면, 사회학자 페르디난트 퇴니스(1855~1936)가 제시한 ‘공동사회(Gemeinschaft, 공동체)와 이익사회(Gesellschaft, 결사체)’라는 개념을 먼저 알아두어야 한다. 퇴니스는 사회가 공동사회에서 이익사회로 나아간다고 보았는데, 베버는 퇴니스의 개념을 빌려와 자신의 생각을 구축하는 데 적용했다. 퇴니스는 공동사회와 이익사회를 대등한 관계로 보았다. 그러나 베버의 1913년 논문은 공동사회(공동체)를 상위에 두고 그 아래에 이익사회(결사체)를 배정했다. 그러다보니 퇴니스의 개념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혼란을 주었다. 베버는 두 번째 논문에서 ‘사회적 행위’를 상위에 두고 그 아래 ‘공동사회적 행위’와 ‘이익사회적 행위’를 나란히 놓았다. 또 퇴니스의 ‘공동사회-이익사회’를 ‘공동사회화-이익사회화’로 재구성해, 인간의 사회적 행위와 관계를 역동적이고 과정적인 것으로 그려냈다. 이로써 베버의 이해사회학이 명확한 꼴을 갖추었다.

이해사회학을 세운 독일 사회학자 막스 베버. 위키미디어 코먼스
이해사회학을 세운 독일 사회학자 막스 베버. 위키미디어 코먼스

고명섭 선임기자 micha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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