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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삶을 오간 8개의 집…“신이 허락한다면 여기서 숨을 거두고 싶다” [책&생각]

등록 2023-01-27 05:00수정 2023-01-27 10:08

글로 지은 집
구십 동갑내기 이어령 강인숙 부부의 주택 연대기
강인숙 지음 l 열림원 l 1만9000원

“구십이 되어가는 동갑내기 부부가 하나는 아래층에서 ‘집 이야기’를 쓰고, 하나는 위층에서 ‘한국인 이야기’를 쓰면서, 각기 자기 몫의 아픔과 외로움을 견뎌야 하는 세월이 계속되었다.”

강인숙 영인문학관장이 새로 낸 책 <글로 지은 집>의 머리말 한 대목이다. 집 이야기를 쓰는 이는 강 관장 자신이고 한국인 이야기를 쓰는 이는 그의 남편인 문학평론가 고 이어령. 집 이야기는 바로 이 책 <글로 지은 집>으로 묶여 나왔고, 한국인 이야기 역시 <너 어디에서 왔니> <너 누구니> <너 어떻게 살래> <너 어디로 가니> 같은 책들로 결실을 보았다. 항암 치료를 마다하고 마지막 원고 집필에 매진하는 남편과, 그런 남편을 돌보며 지난 세월을 돌이키는 아내의 풍경이 눈에 선하다.

<글로 지은 집>은 강인숙과 이어령 부부가 성북동 골짜기의 단칸방에 신접살림을 차린 1958년부터 평창동 산 중턱에 외딴 집을 지어 정착한 1974년까지 8개의 방과 집을 오간 이야기를 담았다. 부부가 각자 직장에 다니며 아이 셋을 키우자니 큰 집이 필요했는데, 더구나 저술가인 남편에게는 너른 서재가 필수적이었다. “세상에 나서 내가 가장 기뻤던 해는 그에게 원하는 서재를 만들어 주던 1974년이었다.” 8개 집을 오가는 사이 아이들은 태어나서 자랐고 남편은 베스트셀러 저자가 되고 사회적 인정도 받았지만, 부부에게는 견디기 힘든 아픔도 없지 않았다. 어느덧 기쁨과 아픔을 두루 눅이고 삭일 연치에 이른 지은이는 마지막 거처에 대한 애정을 이렇게 표현한다. “신이 허락한다면 우리는 이 집에서 숨을 거두고 싶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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