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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아이비리그판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

등록 2007-02-08 17:48

「가난하다고 꿈조차 가난할 수는 없다」
「가난하다고 꿈조차 가난할 수는 없다」
베스트셀러 들여다보기 / 가난하다고 꿈조차 가난할 수는 없다

한국인의 교육열은 유대인도 놀랄 지경이다. 계층상승의 거의 유일한 통로였던 교육은 이제 확보된 계층을 대물림하는 확실한 통로가 됐다. 개천에서 용 안 나는 세상이 된 것이다. 그래도 교육이라는 밧줄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사람들은 꿈을 꾼다. 한 계단이라도 더 올라가려면 더 좋은 학교, 더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 수밖에 없다. ‘일류대학 입학’이라는 포기할 수 없는 꿈, 그리고 마침내 실현한 꿈을 보여주는 책들은 여전히 출판시장의 주요 품목 가운데 하나다. 1996년 서울대 법대에 수석으로 입학한 장승수씨의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는 이 분야의 ‘고전’이다. 고등학교 졸업 뒤 포크레인 조수, 가스 배달, 택시기사 등의 직업을 전전하다가 마침내 성공의 관문을 통과한 과정을 쓴 이 책은 말 그대로 열화와 같은 반향을 일으켰다.

사회평론이 펴낸 <가난하다고 꿈조차 가난할 수는 없다>는 2006년판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라고 할 책이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10여년 전의 ‘서울대 법대’라는 목표가 10년 후엔 ‘미국 일류대’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앞 책에서는 주인공이 밑바닥 삶을 전전했지만, 이 책에서는 주인공의 집안이 밑바닥으로 떨어졌다. ‘아버지는 신용불량자였다’가 이 책의 사실상 첫 문장이다. 1997년 외환위기 삭풍에 아버지가 실업자로, 신용불량자로 나가떨어졌다. 한 달 60만원 식당일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야 하는 집안에서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이 ‘하버드대학’이라는 꿈을 꾼다. 주인공 김현근의 부모는 이 꿈을 푸념으로 날려버리지 않고 아들을 격려하고 지원하고 뒷바라지한다. 한국과학영재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한 주인공은 프린스터대학을 특차로 합격한다. 꿈이 이루어진 것이다.

중고등학생들의 공부와 관련된 책들은 대개 ‘학습법’ 중심이지만 이 책은 말하자면 ‘꿈꾸기’에 관한 책이다. 꿈을 꾸고 꿈을 포기하지 않고 꿈을 이루려고 모든 노력을 다하면 꿈은 이루어진다는 걸 주인공은 자신있게 말한다. 그렇다고 해서 꿈꾸기라는 막연한 이야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꿈을 이루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 곧 주인공 나름의 학습법도 들어 있다. 이 책에서 강조하는 학습법은 한마디로 줄이면 ‘자기주도형 학습법’이다. 주인공 현근이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스스로 공부하고 준비하는 습관을 들였다고 이 책은 말한다. 학원이나 학교에서 다른 사람이 가르쳐준 것을 그대로 따라가기만 하는 타인의지형 학습법이 아니라 스스로 시간표를 짜고 필요한 정보와 자료를 스스로 모으는 방식으로 공부했다. 그 결과가 영재학교였고 프린스턴대학이었다.

이 책은 지난해 5월 출간돼 지금까지 15만부 가량 팔렸고 지금도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머물러 있다. 책을 편집한 사회평론의 김태균씨는 “지난해 여름 전국을 돌며 저자 강연회를 열었을 때에는 주로 부모들과 중·고등학생이 청중이었는데, 겨울 강연회 때는 초등학생이 대거 참여했다”며 “어린 연령대의 학습의욕을 자극하는 책이 마땅히 없다보니 초등학생들도 이 책을 읽는 것 같다”고 밝혔다.

아이비리그 입학이 끝은 아닐 것이다. 현근이가 말하는 ‘왜 아이비리그인가’의 변을 들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나는 세 가지 이유에서 유학을 결심했다. 첫째, 더 넓은 세상에서, 전 세계에서 모인 인재들과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나를 발전시키고 싶었고, 둘째, 내가 어디까지 해낼 수 있는지를 시험하고 싶었으며, 셋째, 더 큰 세계 속에서 내가 원하는 것을 찾고 싶었다.”

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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