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나르도 다 빈치 평전-정신의 비상> 찰스 니콜 지음·안기순 옮김. 고즈윈 펴냄·1만7500원
널리 알려진 대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1452~1519)는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최후의 만찬> <모나리자> 같은 걸작을 남긴 이 화가는 화가라고 특정하기엔 재능이 너무 많았다. 무수한 재능의 이리떼가 달려들어 이 창조적 정신이 한곳에 오래 머무르지 못하도록 을러댄 것만 같은 것이 그의 일생이었다. 그는 최초로 비행기를 설계하고 장갑차를 구상하고 낙하산을 스케치한 사람이었다. 그의 구상은 다만 공상으로 끝나지 않고 수백년 뒤 현실이 됐다. 해부학, 동물학, 식물학, 공기역학, 건축학, 의상 디자인, 토목공학, 군사공학, 철학, 음악, 광학, 로봇공학, 천문학, 화석 연구 등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그는 천재성을 발휘했다. 전인(만능인)이란 말이야말로 ‘역사상 가장 치열하게 호기심에 불탔던’ 이 사람에게 걸맞은 이름이다.
말하자면 그는 거의 초인적이고 신비로운 인물이다. 그러나 이 신비에 가까운 인물도 르네상스라는 혼란스럽고도 역동적인 시대의 공기를 호흡하며 의혹, 불안, 고통에 시달렸다. 초인은 보통 사람 안에 있었다. 영국의 저술가 찰스 니콜이 쓴 <레오나르도 다 빈치 평전>은 ‘인간’ 다 빈치의 삶에 주목함으로써 천재라는 틀에 박제되기 일쑤인 전기 서술의 난점을 피해나가려 한 책이다. 지은이는 다 빈치의 삶을 복원하기 위해 조르조 바사리의 <예술가 평전>을 비롯해 다빈치 시대 직후에 쓰인 초기 전기들을 참조하고, 특히 다 빈치 자신이 직접 쓴 글들을 꼼꼼히 살폈다.
역사상 가장 치열하게 호기심에 불탔던 다빈치
영원한 삶의 주제는 ‘비행’
인간적 면모 초점 맞춘 전기 다 빈치처럼 많은 메모와 노트를 남긴 사람도 찾기 어려울 것이다. 그가 남긴 자필 원고 가운데 지금까지 발견된 것만 해도 7000쪽이 넘는다. 그는 허리띠에 작은 공책을 항상 매달고 다녔다고 한다. 거리에서든 들판에서든 언제라도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이 공책에 적었다. 아주 간단한 문장이나 휘갈겨 계산한 흔적에서부터 심혈을 기울인 과학적 논문과 문학적인 글에 이르기까지 온갖 주제가 메모됐다. 다 빈치가 남긴 자필 원고는 “그의 정신을 그린 지도”였다. 동시에 그의 원고에는 보통 사람 다빈치의 삶의 흔적도 남았다. 지은이가 좋아하는 구절은 죽기 1년 전 작성한 기하학 메모 뒤에 뜬금없이 나오는 ‘수프가 식기 때문에’라는 말이다. 지은이는 만년의 다 빈치가 책상에 앉아 수학의 세계에 빠져 있을 때 가정부가 ‘수프가 식는다’며 빨리 식탁으로 오라고 한 이야기를 듣고 이런 글을 썼을 거라고 추측한다.
쉼없이 관심사가 바뀌었지만 이 만능인에게도 영원한 삶의 주제가 있었다. 지은이가 이 전기에서 주목하는 것은 ‘지상에서 벗어나 창공을 비상하는 꿈’이다. 이 전기에 묘사된 다 빈치는 새가 되기를 꿈꾼 사람이었다. “어린 시절에 대한 첫 기억을 더듬어보면, 솔개가 요람에 누워 있는 내게 와서 꼬리로 내 입을 벌리고 입술 안쪽을 몇 번이나 쳤던 것 같다.” 50대의 다 빈치가 회상한 이 기억은 환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환상이 새와 관련됐다는 점이 특이하다. 같은 메모에서 다 빈치는 솔개에 대한 관심이 자신의 ‘숙명인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새에 대한 꿈은 ‘인간의 비행에 관한 억누를 수 없는 욕망’으로 이어졌다. 1485년께 다 빈치는 이 욕망을 글로 썼다. “육중한 독수리가 높디높은 공중을 날기 위해 공기를 가로지르며 어떻게 날개를 퍼덕이는지 보라. (…) 그렇다면 인간도 충분히 커다란 날개를 장착하고, 바람의 저항을 극복하고, 이를 정복하고 마음대로 조종해서 자신의 몸을 띄우는 방법을 배울 수 있을지 모른다.”
1505년께 쓴 기록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새는 수학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기계다. 이 기계의 모든 동작을 훨씬 힘을 덜 들이고 재생산하는 것은 인간의 능력으로 가능한 일이다. 인간이 만든 기계에 부족한 것은 바로 새의 영혼뿐이다. 인간의 영혼은 새의 영혼을 닮아가야 한다.” 유아기의 새에 관한 환상을 기록했던 시기에 쓴 이 메모는 그에게 ‘비행’이 ‘영혼’의 문제였음을 알려준다. 다만 육체가 날아오르는 게 아니라 정신이 날아오르는 것, 그것이 다 빈치의 내밀한 꿈이었다. 이 전기의 부제대로 그에게 정말 중요했던 것은 ‘정신의 비상’이었던 것이다. 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영원한 삶의 주제는 ‘비행’
인간적 면모 초점 맞춘 전기 다 빈치처럼 많은 메모와 노트를 남긴 사람도 찾기 어려울 것이다. 그가 남긴 자필 원고 가운데 지금까지 발견된 것만 해도 7000쪽이 넘는다. 그는 허리띠에 작은 공책을 항상 매달고 다녔다고 한다. 거리에서든 들판에서든 언제라도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이 공책에 적었다. 아주 간단한 문장이나 휘갈겨 계산한 흔적에서부터 심혈을 기울인 과학적 논문과 문학적인 글에 이르기까지 온갖 주제가 메모됐다. 다 빈치가 남긴 자필 원고는 “그의 정신을 그린 지도”였다. 동시에 그의 원고에는 보통 사람 다빈치의 삶의 흔적도 남았다. 지은이가 좋아하는 구절은 죽기 1년 전 작성한 기하학 메모 뒤에 뜬금없이 나오는 ‘수프가 식기 때문에’라는 말이다. 지은이는 만년의 다 빈치가 책상에 앉아 수학의 세계에 빠져 있을 때 가정부가 ‘수프가 식는다’며 빨리 식탁으로 오라고 한 이야기를 듣고 이런 글을 썼을 거라고 추측한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1452~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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