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톄쥔 인민대 교수는 중국 현실에 대한 새로운 분석으로 한국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15일 서울 서교동 인문카페 창비에서 그를 만나 중국의 현실과 개혁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중국 정치경제학자 원톄쥔 인터뷰
“중국에 곧 닥칠 경제위기가 시진핑 지도부에 최대 시험대가 될 것이다.” “중국에서 국가자본과 중산계급 사이의 모순이 심각하며, ‘자산계급 혁명’의 가능성이 높아졌다.”
개혁의 기치를 든 시진핑 체제 중국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에 대해 이처럼 거침없는 분석을 내놓은 이는 중국의 저명한 정치경제학자인 원톄쥔 인민대 교수다. 그는 중국 농촌의 생생한 현실을 연구해 삼농(농업·농촌·농민) 문제를 주요한 과제로 제기한 학자이며, 농민과 학생들을 조직해 신향촌건설운동 등을 이끄는 등 학문과 사회운동, 정책을 두루 넘나들며 활동해왔다. 한국에서도 지난해 그의 저작선집 <백년의 급진>(돌베개)이 출간되어 기존 해석틀에 얽매이지 않는 그의 중국 현실 연구가 주목받고 있다.
아시아 지식인들 사이의 소통을 위한 다리를 놓고 있는 아시아현대사상 서울사무소(대표 백영서 연세대 국학연구원장)의 초청으로 한국에 온 그를 15일 인터뷰했다.
-지난해 11월 중국 공산당 18기 3중전회에서 개혁 청사진이 제시된 이후, 중국의 변화에 대한 관심이 높다. 현재 중국의 핵심적인 개혁 과제는 무엇인가?
“현재 중국의 문제는 수많은 이익집단들의 이익 구조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반면 사회의 대다수 구성원들은 성장의 과실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1978년 이래 중국은 3중전회 시기마다 경제위기에 직면했는데, 지금은 동부 연해지역에서 탈공업화 현상이 진행되고 있다. 외국 자본이 더 값싼 노동력을 찾아 떠나가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이런 상황에서 자산거품이 점진적으로 해소되지 못하면 위기가 벌어질 가능성이 있으며, 자산계급은 이런 사회적 모순을 이용해 (부와 권력을 차지하는) ‘혁명’을 일으킬 수 있다.”
-자산계급 혁명 가능성을 우려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중국에서 가장 시급히 해소돼야 할 모순은 국가자본과 신흥자산계급 사이의 모순이다. 1980년대는 국가자본 대 민중의 구도였는데 그 이후 자산계급이 등장하면서 국가자본과 자산계급 사이에서 자산 배분이 이뤄지고 있다. 자산계급의 주요 참여자는 공산당 안에서 개인자본가로 변화한 인물 등 다양하다. 민중은 정치화되지 않은 반면 자본은 고도로 정치화됐다. 해결 불가능한 경제위기에 직면할 때 신흥 자산계급과 국가자본이 담합해 이익을 나눌 가능성이 가장 높다.”
구성원 대다수 성장 ‘열매’ 못누린채
정치서 배제…자본은 고도로 정치화
해결 불가능한 경제위기 직면할 땐
자산계급, 부·권력 독점 가능성 커 경제위기, 현 지도부의 최대 시험대
국가가 복지확대 통해 재분배해야 -이런 위기 상황에서 시진핑 주석이 부패척결을 강조하면서, 심화개혁영도소조와 국가안전위원회 조장을 맡는 등 권력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집단지도체제가 1인지도체제로 회귀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진핑의 권력이 강화돼 1인지도체제로 간다고 보는 것은 오해다. 반부패 정책은 중국의 역대 지도자들이 모두 취했던 정책이다. 국가안보소조 같은 개념도 새로운 것이 아니고 1990년대 초 소련 해체 이후 등장한 구상이다. 중국 지도체제를 판단하려면 훨씬 심도 있는 문제를 봐야 한다. 곧 중국에 곧 닥칠 경제위기에 지도부가 어떻게 대응할지를 봐야 한다.” -중국에 곧 경제위기가 벌어질 것으로 판단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미국, 유럽, 일본 등이 잇따라 양적완화 정책을 모두 취하면서 남발한 대량의 통화가 중국 등 개발도상국에 위기를 만들고 있다. 이미 터키, 인도네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 등 신흥시장국가들에서 유동성 위기가 벌어지고 있다. 중국만 홀로 버틸 수 있겠는가? 서방국가들의 위기가 곧 중국에 전가되면서 경제위기가 벌어질 텐데, 중국 지도부가 이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대처하느냐가 진정한 도전이 될 것이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한동안 서구 중심 금융자본주의에 대한 반성이 일었다. 대안적 경제질서가 만들어질 수 있나? “대안적 경제질서의 싹은 소지역(Subregional) 규모의 경제공동체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한-일, 한-중, 한-중-일 등 동북아에서 공동 경제권을 만들어내려는 노력들이 진행돼 왔다. 하지만 최근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티피피) 체제가 부상하고 있는데 한국이나 중국이 스스로의 지역경제체제를 완성하지 못한 상태에서 여기에 참여한다면 큰 문제가 생길 것이다. 과거 세계무역기구(WTO)의 핵심이 무역 자유화였다면 티피피의 핵심은 금융 자유화다. 금융 자유화는 중국, 한국 같은 산업국가에는 이익이 없다. 동아시아 국가들은 고유의 지역경제, 특히 고유의 금융체제를 만들어 금융 안정성을 강화해야 한다.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로 고통받은 한국은 그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3중전회 개혁안은 시장의 역할을 강조하면서도 공유제의 원칙을 재확인하는 절충적 성격을 보였다. 중국 경제개혁에서 국가와 시장의 역할을 어떻게 보는가? “1998년 중국에 과잉생산 문제가 나타난 뒤, 국가가 나서 대규모 투자와 사회간접자본 건설로 위기를 돌파하려는 해법을 선택했다. 전세계적으로 시장을 통해 과잉생산 문제를 해결하거나 빈부격차를 해소한 사례를 찾을 수 없다. 중국의 현실에서 2차 분배, 즉 국가가 사회적 약자들에게 제공하는 복지 확대를 통해서만 재분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글·사진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정치서 배제…자본은 고도로 정치화
해결 불가능한 경제위기 직면할 땐
자산계급, 부·권력 독점 가능성 커 경제위기, 현 지도부의 최대 시험대
국가가 복지확대 통해 재분배해야 -이런 위기 상황에서 시진핑 주석이 부패척결을 강조하면서, 심화개혁영도소조와 국가안전위원회 조장을 맡는 등 권력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집단지도체제가 1인지도체제로 회귀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진핑의 권력이 강화돼 1인지도체제로 간다고 보는 것은 오해다. 반부패 정책은 중국의 역대 지도자들이 모두 취했던 정책이다. 국가안보소조 같은 개념도 새로운 것이 아니고 1990년대 초 소련 해체 이후 등장한 구상이다. 중국 지도체제를 판단하려면 훨씬 심도 있는 문제를 봐야 한다. 곧 중국에 곧 닥칠 경제위기에 지도부가 어떻게 대응할지를 봐야 한다.” -중국에 곧 경제위기가 벌어질 것으로 판단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미국, 유럽, 일본 등이 잇따라 양적완화 정책을 모두 취하면서 남발한 대량의 통화가 중국 등 개발도상국에 위기를 만들고 있다. 이미 터키, 인도네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 등 신흥시장국가들에서 유동성 위기가 벌어지고 있다. 중국만 홀로 버틸 수 있겠는가? 서방국가들의 위기가 곧 중국에 전가되면서 경제위기가 벌어질 텐데, 중국 지도부가 이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대처하느냐가 진정한 도전이 될 것이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한동안 서구 중심 금융자본주의에 대한 반성이 일었다. 대안적 경제질서가 만들어질 수 있나? “대안적 경제질서의 싹은 소지역(Subregional) 규모의 경제공동체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한-일, 한-중, 한-중-일 등 동북아에서 공동 경제권을 만들어내려는 노력들이 진행돼 왔다. 하지만 최근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티피피) 체제가 부상하고 있는데 한국이나 중국이 스스로의 지역경제체제를 완성하지 못한 상태에서 여기에 참여한다면 큰 문제가 생길 것이다. 과거 세계무역기구(WTO)의 핵심이 무역 자유화였다면 티피피의 핵심은 금융 자유화다. 금융 자유화는 중국, 한국 같은 산업국가에는 이익이 없다. 동아시아 국가들은 고유의 지역경제, 특히 고유의 금융체제를 만들어 금융 안정성을 강화해야 한다.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로 고통받은 한국은 그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3중전회 개혁안은 시장의 역할을 강조하면서도 공유제의 원칙을 재확인하는 절충적 성격을 보였다. 중국 경제개혁에서 국가와 시장의 역할을 어떻게 보는가? “1998년 중국에 과잉생산 문제가 나타난 뒤, 국가가 나서 대규모 투자와 사회간접자본 건설로 위기를 돌파하려는 해법을 선택했다. 전세계적으로 시장을 통해 과잉생산 문제를 해결하거나 빈부격차를 해소한 사례를 찾을 수 없다. 중국의 현실에서 2차 분배, 즉 국가가 사회적 약자들에게 제공하는 복지 확대를 통해서만 재분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글·사진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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