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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책&생각

네 몸속에 웅크리고 있는, 괴물

등록 :2020-02-14 05:59수정 :2020-02-14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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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소재 합동소설집 두권
윤이형 손아람 듀나 등 참여
악몽과 공포 유발 괴물 이야기

올바름의 강박, 늙어감도 괴물
괴물은 미지의 존재들이자
‘거울 속의 나’이기도 하다

몬스터: 한낮의 그림자
손원평·윤이형·최진영·백수린·임솔아 지음/한겨레출판·1만3000원

몬스터: 한밤의 목소리
김동식·손아람·이혁진·듀나·곽재식 지음/한겨레출판·1만3000원

메리 셸리의 소설 <프랑켄슈타인>에서부터 봉준호 감독 영화 <괴물>까지, 괴물에 관한 상상력은 줄기차게 이어져 왔다. 뛰어난 능력을 지닌 운동선수에게 ‘몬스터’(괴물)라는 별명이 붙기도 하고, 도리에 어긋난 언행을 일삼는 이를 괴물이라 부르기도 한다. 괴물은 인간의 인지 범위와 능력의 한계, 윤리적 기준을 넘나들며 우리를 매료시키거나 저어하게 만들었다.

괴물을 소재로 한 작가 열사람의 단편을 모은 테마 소설집 두권이 나왔다. <몬스터: 한낮의 그림자>에는 손원평·윤이형·최진영·백수린·임솔아가, <몬스터: 한밤의 목소리>에는 김동식·손아람·이혁진·듀나·곽재식이 참여했다. 작가들이 펼쳐 보이는 대낮의 악몽과 심야의 공포는 독자들로 하여금 인간의 본성과 세계의 비밀을 엿보게 한다.

윤이형의 ‘드릴, 폭포, 열병’은 어느 모임에 소속돼 활동하다가 무고를 당한 끝에 극단적 선택을 한 혜서의 죽음에서 출발한다. 혜서와 친한 친구였으나 그가 횡령 혐의를 받았을 때 오히려 적극적으로 나서서 혜서를 비판하는 취지로 모임의 입장문을 썼던 윤경은 뒤늦게 죄책감에 사로잡혀 자신과 모임 전체의 반성과 참회의 뜻을 담은 글을 쓰려 한다. 그런 윤경에게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며 무마하고 설득하는 화자 ‘나’의 독백으로 소설은 이루어졌다.

어조로 보아 윤경보다 연상인 화자는 ‘옳음’의 가능성과 불가능성, 용기와 두려움, 발언과 침묵의 관계를 사례를 들어 설명하며 논지를 펼친다. 윤경은 물론 독자들에게도 여러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발언들이 그 과정에서 나온다.

“옳음은 두려움으로 만들어져 있지. 옳지 않은 자, 그른 자가 될 거라는 두려움. 그래서 무리에서 배제될 거라는 두려움. 사람들은 그것을 양심이라고 부르지만, 이번 일에서 우리가 본 그 양심들은 과연 굳고 단단하고 흔들림 없는 것이었을까?”

“타인을 비난하는 일은 호흡과 같아서, 자책으로 죽을 것 같을 때 살 수 있게 사람의 숨통을 터주지.”

소설에는 윤경의 목소리가 직접 나오지는 않기 때문에 화자의 설득이 그에게 호소력을 발휘하는지, 윤경이 결국 화자의 설득에 넘어갔는지 여부는 확인하기 어렵다. 소설 말미에서 화자가 윤경에게, 꼭 사죄문을 써야겠거든 윤경 한사람의 이름으로 쓰고 “우리 이름을 실수로 넣지 않도록 조심해주었으면 좋겠”다고 협박조로(?) 당부하는 모습에서는 이 작품이 단순한 독법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짐작하게 된다.

작가들의 작품 말미에는 ‘당신이 생각하는 몬스터는 어떤 모습인가요?’라는 공통의 질문에 대한 각자의 대답이 덧붙어 있다. 윤이형의 답변은 그의 소설을 이해하는 실마리로 요긴할 뿐만 아니라 최근 그가 촉발한 이상문학상 사태와 관련해서도 예사롭지 않게 다가온다.

“올바름을 이루기 위한 과정에서 시스템이 지닌 한계나 오류 때문에 같은 약자가 다치는 일이 생겨도 아무도 그들을 구제하지 않는 것. 그 한계와 오류를 눈앞에서 보면서도 더 큰 올바름을 위해서는 그들이 희생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 그대로 놔두면 다음번에는 우리 자신이 그 한계와 오류 때문에 상처를 입을 테니 약간의 수고와 노력을 들여 이 문제를 개선하자고 말하는 일을 곧바로 올바름에 대한 공격이자 위해로 결론지어버리는 것.”

손아람의 ‘킹메이커’는 대전시장 선거에서 자신과 계약한 후보 문지학을 당선시킨 정치 컨설턴트 영경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상대 후보 유재성의 룸살롱 동영상을 공개하는 네거티브 전략으로 선거 승리를 이끈 그는 선거가 끝난 뒤 유재성의 부름을 받는다. 문지학의 섹스 동영상을 확보했음에도 그것을 선거에 활용하지 않았으며, 시장 선거에서 확보한 ‘정직한 패배’의 이미지를 이용해 총선에 출마할 계획이라는 유재성의 말을 들으며 그는 생각한다. “이거 엄청난 괴물이었구나.”

백수린의 소설 ‘해변의 묘지’에서 괴물은 혐오스러운 늙음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프랑스 니스로 어학연수를 간 다희는 현지에서 사귄 남자친구 피에르와 뜨거운 청춘을 구가하는데, 어느날 길 건너 아파트 거실에서 끔찍한(?) 장면을 목격한다. “처진 가슴, 흘러내리는 배, 쭈글쭈글한 목. 그리고 노인과 늙은 여자는 누군가 보고 있는 줄도 모르고 소파에 앉아 키스하기 시작했다. 마치 서로를 잡아먹을 것처럼, 맹렬하게.” 이 장면은 우연히 초대되어 간 아래 층 모렐 부인의 집에서 보게 된, 환자용 침대에 누워 있는 모렐 씨의 “마르고 푹 꺼진 얼굴과 동굴처럼 벌어진 입”과 함께 다희에게 늙어감에 대한 공포를 심어 준다. 그가 피에르와 달콤한 시간을 보내면서도 “자신의 허벅지와 배를 거쳐 가슴에서 목까지 천천히 뒤덮기 시작하는 검버섯을” 보는 소설 마지막 장면은 압도적이다.

임솔아의 ‘손을 내밀었다’는 예술대학에서 학생들의 연쇄 자살사건이 벌어지고 학교에서는 나이 든 학생들을 자살 위험군으로 분류해 특별 관리하는 상황을 배경으로 삼는다. 최진영의 ‘고백록’은 생각만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인물을 등장시키고, 듀나의 ‘네 몸속에 웅크리고 있는 것’과 곽재식의 ‘이상한 인어 이야기’는 에스에프적 문법으로 괴물과 그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문제삼는다.

소설 못지않게 흥미로운 것이 ‘괴물’에 대한 작가들의 생각이다. 임솔아는 “자기 자신이 사람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 괴물이라는 단어를 만들어내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문을 내비쳤고, 최진영은 “사람을 괴물이라고 표현하지 않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가 만든 악몽의 전형 속에 갇힌 미지의 존재들”이라는 듀나의 답변이 모범답안에 가깝다면, “거울 속의 나”라는 이혁진의 답변은 간결하여 인상적이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한겨레> 자료사진

윤이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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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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