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랑군 위치
사학자 심백강씨 주장…‘낙랑’은 요서 강이름 본따
“중 동북공정 대응하려면 낙랑군 위치 바로잡아야”
“중 동북공정 대응하려면 낙랑군 위치 바로잡아야”
고조선이 대동강 유역이 아닌 중국 동북부의 요서 지역에 있었음이 사료와 지명으로 확인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런 주장을 내놓은 사람은 고조선사학자 심백강 민족문화연구원 원장이다. 심 원장은 최근 발간한 저서 〈황하에서 한라까지〉(참좋은세상)에서 고조선 멸망 후 한 무제가 설치한 한4군 가운데 하나인 낙랑군이 베이징 동북부 허베이성의 ‘요서’(랴오허강 서쪽) 지역에 있었음을 확인해 주는 강 이름을 찾았다고 밝혔다.
심 원장은 한4군 설치 시점에 요서 지역의 상부와 하부를 흐르는 두 강의 이름이 각각 ‘요락수’와 ‘백랑수’였으며, 이 두 강의 가운데 글자를 따 ‘낙랑’이라는 이름이 지어졌다고 주장했다. 요락수는 랴오허강(요하) 상류의 이름이며, 현재의 이름은 시라무렌강이다. 또 백랑수의 현재 이름은 다링강(대릉하)이다. 따라서 낙랑군은 랴오허강과 롼허강(난하)을 동서로 하고, 다링강과 시라무렌강을 남북으로 하는 지역에 존재했음을 알 수 있다고 그는 말했다.
심 원장은 이런 사실을 중국사회과학원이 발간한 〈중국역사지도집〉의 서한 시기 지명 등에서 확인했다면서 “이걸 밝히기는 강단과 재야, 남·북한 사학계를 통틀어 처음”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낙랑군이 요서 지역에 설치돼 있었다는 주장은 꾸준히 나왔지만, 그 지역이 정확히 어디이고, 이름이 어디서 유래했는지를 밝혀주는 결정적 근거는 없었다.
낙랑군의 위치가 대동강 유역이었다는 것은 그동안 사학계의 정설이었다. 일제 강점기에 일본 사학자들이 대동강 유역에서 발굴된 ‘낙랑 유적’을 근거로 하여 ‘대동강 낙랑’설을 제기했으며, 이병도 등 주류 사학계가 이 이론을 그대로 받아들여 정설로 삼았다. 그러나 1980년대 이래 북한의 리지린, 남한의 윤내현 교수 등이 ‘요서 지역 낙랑’설을 중국 쪽 사료를 근거로 삼아 제기해왔다. 심 원장은 대동강 유역에서 발견된 낙랑 유적은 한4군이 설치한 낙랑군이 아니라, 낙랑 지역의 고조선이 망한 뒤 통치계급의 일부가 대동강변으로 들어와 세운 낙랑왕국의 유적이며, 따라서 이 유적을 ‘대동강 유역 낙랑’설의 물증으로 삼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낙랑군이 요서 일대에 있었음을 방증해주는 사료는 그동안 〈사기〉 ‘고제본기’ 등 모두 8종이나 발견됐다고 그는 밝혔다.
심 원장은 동북공정을 진행하고 있는 중국은 일제 식민사학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중국이 대동강 일대까지 지배했다고 강변하고 있다며, 낙랑군의 위치를 바로잡는 것은 식민사학 극복 차원을 넘어 동북공정에 올바르게 대응하는 일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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