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가 박은선(43)
선미술상 받은 조각가 박은선씨
“17년 동안 아름다움을 찾아 끝없이 열망해온 나의 삶이 곧 내 작업입니다.”
21회 선미술상을 수상한 조각가 박은선(43·사진)씨는 구형, 사각형이 무한반복되는 자신의 작품을 그렇게 설명했다. 1993년 이탈리아 대리석 산지인 피에트라산타로 건너간 작가는 그동안 그곳을 거쳐간 300여명의 한국작가와 달리 성공하기 전에는 한국에 돌아오지 않겠다는 배수진을 치고 17년 동안 그곳에서 돌과 씨름해 왔다. 그곳은 풍부한 석재와 석공들이 많고 작은 도시라서 작업에 매진하기 좋은 지역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처음 그곳에 갔을 때는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더군요.”
그에게 기회가 온 것은 2007년. 피에트라산타 시에서 한국인 최초로 초대전을 열어주었다. 동양인으로 열심히 작업하는 그가 눈에 띄었던 모양이다. 10점의 대형조각을 설치한 베르실리아나공원은 여름이면 유명 평론가와 정치가 등을 초대해 토론회와 공연을 여는 곳으로 텔레비전 카메라가 상주해 현장중계를 하면서 그의 작품도 매스컴을 탔다. 그 덕인지, 2009년에는 피렌체의 마리노 마리니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면서 말 그대로 떴다.
현재 그의 콜렉터는 한국, 네덜란드, 벨기에,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등에 널리 분포돼 있다. 그의 작품은 대리석과 화강석을 일정한 두께로 자르고 그것을 다시 에폭시로 붙인 다음 구형, 또는 마천루처럼 깎아 세운 모양. 검은 대리석을 기본으로 하고 다른 색깔의 석재를 번갈아 씀으로써 작품에는 검은 줄이 반복되어 나타난다.
“처음에는 작품할 돈이 한달에 100만원만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 한달 500만원이 되었다가 이제는 1억원만 있으면 원이 없겠다는 식으로 욕심이 점점 커지더군요. 하지만 돈과는 무관하게 곧 떨어질 것 같은 낭떠러지와 안전한 계단이 반복되는 연속이었습니다.”
그는 이탈리아에 유학 온 한국작가들이 공모전, 심포지엄 등 한눈을 파는 동안 오로지 작업에만 승부를 건 것이 오늘의 영광과 연결된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그의 작품은 가운데가 깨어져 쩍 갈라진 것이 특징.
“그것은 작품의 숨통입니다. 제가 살아있음을 나타내는 표상이기도 하죠.”
1984년 만들어져 한국화, 서양화, 조각 순으로 수상자를 선정해온 선미술상은 오용길, 황주리, 문봉선, 서도호, 김범 등의 작가를 배출했다. 수상 념전은 11일부터 27일까지 선화랑에서 열린다. (02) 734-0458.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1984년 만들어져 한국화, 서양화, 조각 순으로 수상자를 선정해온 선미술상은 오용길, 황주리, 문봉선, 서도호, 김범 등의 작가를 배출했다. 수상 념전은 11일부터 27일까지 선화랑에서 열린다. (02) 734-0458.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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