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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강남 아파트값 지킨답시고

등록 2020-07-25 07:29수정 2020-07-25 07:39

[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문화방송 드라마 <미쓰리는 알고 있다>
문화방송 누리집 갈무리
문화방송 누리집 갈무리

서울 강남의 노른자 땅 위에 지어진 아파트 ‘궁’, 이곳 6층에서 한 여성이 추락사한다. 사망자 양수진(박신아)은 전신마비 환자인 노모를 혼자 보살피며 살던 9동 604호 입주민이었다. 시신에서 수상쩍은 흔적을 발견한 강력계 형사 인호철(조한선)은 사고 경위 조사를 살인사건 수사로 전환한다. 입주민들의 속사정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부동산 중개인 이궁복(강성연), 양수진 주위를 계속 맴돌았던 궁아파트의 문제아 서태화(김도완), 아파트값이 떨어질까 전전긍긍하는 부녀회장(전수경), 궁아파트 재건축 조합 조합장 봉만래(문창길), 재건축 시공을 노리는 병운건설 사위 이명원(이기혁) 등 같은 동 입주민 모두가 용의자로 의심받는다.

이달 초 방영된 문화방송(MBC) 4부작 드라마 <미쓰리는 알고 있다>는 강남 한복판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의문의 살인사건을 추적하는 범죄 미스터리물이다. 최근 방송가에서 신인 작가들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이 작품 역시 얼마 전 화제리에 종영된 드라마 <꼰대인턴>과 더불어 2018년 ‘엠비시 드라마 극본 공모’ 수상작을 원작으로 하고 있어 주목을 받았다. 당시 우수상을 받은 서영희 작가는 우리 사회 자본주의적 욕망의 용광로라 불리는 강남의 아파트를 배경으로 입주민 각각의 비밀스러운 사연을 미스터리 플롯 안에 녹여냈다.

문화방송 누리집 갈무리
문화방송 누리집 갈무리

부촌의 거주지에서 일어난 한 여성의 죽음으로부터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해 그 이면에 깔려 있는 계급사회의 불안과 균열을 직시했다는 점에서 제이티비시(JTBC) <스카이캐슬>과도 맞닿는 지점이 있다. 눈여겨볼 것은 ‘궁아파트’가 재건축을 기다리고 있는 아파트라는 점이다. 집값 상승을 기대하는 입주민들은 재건축 계획이 18년째 지지부진해지면서 조바심이 날 대로 난 상황이다. 그들은 “재산권이 아니라 생존권”이라는 주장을 앞세우지만, 택배기사가 출입하는 것조차 꺼리고 이웃의 비극적인 죽음에도 집값을 먼저 걱정하는 모습은 속물적인 욕망의 끝을 보여줄 뿐이다. 더 높은 곳을 바라보는 이들의 욕망과 서서히 쇠락해가는 낡은 아파트, 이 상승과 하강의 모티브가 충돌하는 과정에서의 균열이 이 드라마를 흥미롭게 만드는 지점이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주인공 이궁복의 캐릭터다. 가진 것 없는 외부인 출신의 여성 이궁복은 부동산에서 일하다가 악착같은 노력 끝에 궁아파트에 집을 얻지만, 기존 입주민들은 그녀와 자신들 사이에 선을 긋는다. 고용인으로 일하던 예전이나 성공한 현재나 궁복은 어디까지나 ‘미쓰리’일 뿐이다. 그들과 섞일 듯 섞이지 않는 궁복의 존재는 궁아파트 중산층들의 속물성과 허위의식을 비추는 거울로서 드라마에 끝까지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범죄 미스터리물의 주인공으로서도 신선한 모습을 보여준다. 젊은 여성 중개인일 뿐이지만 아파트 입주민들의 속사정을 누구보다 잘 꿰뚫고 있는 이궁복은 수사권을 쥔 남성 강력계 형사 인호철과 대등한 활약을 펼친다. 첫회 도입부에서 사망자의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쩔쩔매는 형사들을 제치고 단숨에 비밀번호를 풀어 들어가버리는 장면부터가 이궁복의 존재감을 잘 부각시켜준다. 이런 장르물에서 보통 희생자, 보조자 역할에 머물렀던 여성, 그것도 부동산 중개인이라는 직업을 지닌 중년 여성이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작품이다. 티브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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