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의 빈소에 차려진 고 이애주 명예교수의 영정. 예술인장 장례위원회 제공
1987년 민주화를 위해 싸우다 세상을 뜬 박종철·이한열 열사의 넋을 온몸으로 위로했던 ‘시대의 춤꾼’ 이애주 서울대 명예교수(경기아트센터 이사장). 이번에는 그의 넋을 다른 이들이 위로한다. 고인을 기리는 문화예술인장이 11~13일 열려 그의 마지막 길을 밝힌다.
고인이 10일 오후 5시20분께 지병으로 별세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사회 각계에서 추모 움직임이 일고 있다. 특히 고인이 1987년 6월 항쟁 당시 최루탄을 맞고 쓰러진 이한열 열사의 영결식에서 ‘한풀이’ 춤을 추고, 고문으로 숨을 거둔 박종철 열사를 위해 ‘바람맞이’ 춤을 췄다는 상징성으로 인해 민주화 세력의 애도가 끊이지 않고 있다.
고인이 교수 정년퇴직을 앞두고 2012년 12월30일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바람맞이’ 춤에 대해 했던 얘기도 다시 회자되고 있다. “1987년 1월 춤패 신을 문 닫고 몸도 아파 겨우내 끙끙 앓고 있었는데 ‘박종철군 고문치사’ 소식이 들려왔어. 소름이 쫙 끼치고 무서웠어. 아, 이런 느낌, 이런 한을 나는 어떻게 내 춤에 담을까? 그때 김민기·김석만 등이 연우무대 대학로 이전 기념 공연을 해달래. 나도 막 속이 뒤틀리던 때라 흔쾌히 승낙했지. 그때 만든 게 ‘바람맞이’야.”
이번에는 고인의 제자와 동료 예술인들이 그가 떠나는 마지막 길을 위로한다. 11일 경기아트센터 쪽 설명을 들어보면, 이날 오후 7시 고인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종로구 혜화동 서울대병원에서 고인의 제자들이 소속된 이애주한국전통춤회가 추모 공연을 펼친다. 이어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도 추모 공연을 진행한다. 공연과 함께 고인이 생전에 추었던 춤 영상을 상영하고 사진도 전시한다.
12일에는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민족춤협회 등 민족예술인들이 추모 공연을 이어간다. 사물놀이 거장 이광수와 소리꾼 장사익도 참여한다.
13일 오전 7시30분 발인식에서는 도올 김용옥 교수,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 채희완 부산대 명예교수가 추도사를 낭독하고, 이애주한국전통춤회 회원들이 노제로 고인과의 마지막을 기린다.
공동 장례위원장은 유홍준 석좌교수, 채희완 명예교수, 김세균 서울대 명예교수,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맡았다.
고인은 지난 2월 고 백기완 선생이 잠든 경기도 남양주 마석 모란공원에 묻힌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