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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삶이 고달픈가요? ‘퀴즈 영웅’ 도전하세요

등록 2010-07-14 19:13수정 2010-07-15 13:57

‘인간 승리’ 일군 퀴즈 고수 4인방 ‘수다’
“앗, 영웅님 안녕하세요.” “오~ 오랜만이에요.” <퀴즈 대한민국>(KBS 1TV 일 오전 10시) 2008년 ‘퀴즈 영웅’ 박춘록씨가 2003년 ‘퀴즈 영웅’ 이용석씨를 만나자마자 반갑게 악수를 청한다. 원래 아는 사이였느냐고 물으니 아니란다. “티브이에서 지켜봤어요. 영웅끼리는 통하거든요.(웃음)”(박춘록)

지난 11일 오후 2시. 한겨레 신문사에 ‘퀴즈 영웅 4인방’이 모였다. 지난 4일 <퀴즈 대한민국>에서 1등을 한 임성모(57·2010년)를 비롯해 박춘록(42·2008년), 박밀향(49·2007년), 이용석(60·2003년)씨다. 의정부에 사는 임씨가 그나마 가까운 편. 이씨는 예산, 박밀향씨는 김포, 박춘록씨는 청주에 살고 있다. <한겨레>의 퀴즈 영웅 좌담 제안에 먼길을 마다 않고 달려온 이유는 한가지. “다른 영웅들을 만나고 싶어서”다.

<퀴즈 대한민국>은 8년간 44명의 영웅을 배출했다. 이날 한자리에 모은 이들이 남다른 점은 하나같이 힘든 과거를 이겨내고 박사급도 어렵다는 퀴즈 영웅으로 등극한 인간 승리의 주인공이라는 점이다. 트럭 운전사인 임씨와 가정주부 박춘록씨는 어려운 형편 때문에 고졸 및 고 중퇴 학력이 전부이고, 열쇠수리공인 이씨도 중학교를 졸업한 뒤 뒤늦게 방송통신대학에 입학해 늦깎이 공부했다. 박밀향씨는 유방암으로 한쪽 가슴을 절개하는 등 여러차례 수술과 항암치료의 고통을 겪었다. 퀴즈 영웅 등극 뒤 이들은 살아가는 데 당당함과 자신감을 얻은 게 가장 큰 소득이라고 입을 모았다.

■ 퀴즈는 나의 위안 과거 이들에게 퀴즈 프로그램은 힘든 현실을 잠시 잊을 수 있는 안식처였다. 임씨는 “공부는 곧잘 했는데 형편이 어려워 고등학교를 중퇴한 뒤 입대해 7년간 장기복무하는 등 말로 다 하지 못할 고생을 하다가 퀴즈를 보면서 위로받았다”고 말했다. 박씨도 “아버지가 몸이 아파 엄마가 식당일 등을 하며 3남매를 키웠는데 수업료도 못 내 공부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19살 때 라디오 퀴즈 대회에 나간 뒤 처음”이라는 임씨는 50대에 퀴즈 영웅이 된 이씨를 보면서 “나도 할 수 있다는 도전정신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박씨와 이씨는 “어렸을 때부터 퀴즈를 좋아했기 때문에 대회도 자주 나갔다”고 했다. 이씨는 한국방송 또다른 퀴즈프로그램 <우리말 겨루기>에서 이제 예심에 그만 나오라는 소리까지 들었을 정도란다. 박씨는 “살림 장만 좀 해볼까 하는 생각에 당시 주부들의 선망이었던 <알뜰살림 장만퀴즈>에 참가했는데” 본선에서 덜컥 3등을 했고, 그때부터 <우리말 겨루기> <퀴즈 대한민국>까지 도전이 이어졌다.

■ 퀴즈 공부는 나와의 싸움 이씨와 임씨는 50대, 박밀향씨와 박춘록씨는 40대에 뒤늦게 시작한 공부는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퀴즈 대한민국> 마지막 단계로 웬만한 전문가도 어려운 문제의 정답을 맞히려고 기본기부터 다졌다. 임씨는 5년 전 출연을 결심한 뒤 1년 6개월 본격적인 ‘퀴즈 열공’에 돌입했다. “젊고 똑똑한 사람들과 경쟁하려고 담배부터 끊었고, 한자 3천 자를 돌파한 뒤 고등학교 지리부도 4종류를 모두 구입해 전세계 수도명과 미국 대통령 계보 등을 모조리 암기했다”는 것이다. 문학, 지리 등 한 분야씩 섭렵한 끝에 1년 6개월이 지난 뒤 예심에 참가했고 계획대로 결심한 지 5년 만에 지난 3일 퀴즈 영웅이 됐다. “오직 우승하겠다는 목표밖에 없었습니다.” 박춘록씨도 일주일에 100권의 책을 읽고 신문 등 각종 정보를 수집했다. 박씨가 이날 갖고 온 자료묶음만 수십 권이었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공부도 이들을 영웅의 길로 이끌었다. 임씨는 “새벽 5시에 출근해 저녁 8시쯤 퇴근하기 때문에 노트에 메모해 놓고 신호 대기시간 1~2분에 집중해서 한 문제씩 외웠다.” 책상 놓을 공간도 없는 10평 남짓한 월세방에 종이 박스로 책상을 만들어 공부했다. 박춘록씨도 외워지지 않는 단어 등을 포스트잇에 붙여 화장실, 주방 곳곳에 붙였다고 한다.



■ 퀴즈 영웅들의 수다 이들은 모이자마자 오래된 사이처럼 퀴즈에 대한 이야기를 술술 풀어놓았다. “용용 자가 네개면 무슨 글자냐”부터 이름도 기억 안나는 철학자까지 기자가 머리가 아플 정도로 전문용어를 쏟아냈다. 사법시험을 앞둔 이들보다 더 어려운 단어들이 오갔다. 퀴즈 영웅들은 퀴즈 프로그램의 특징도 꿰뚫고 있었다. 그만큼 많이 분석하고 공부했다는 뜻이다. 박춘록씨는 “<퀴즈 대한민국>은 다양한 분야를 깊이 있게 공부해야 하고 <1대100>은 버라이어티쇼인 만큼 우리가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상식이 많이 나온다”고 했다. 박밀향씨는 “<우리말 겨루기>는 할머니와 같이 사는 사람들이 유리하다”며 웃었다. 퀴즈 영웅들이 생각하는 퀴즈 프로그램의 문제점은 뭘까. “<우리말 겨루기>는 사전에만 있는 말, 잘 사용하지 않는 말들을 문제로 많이 내기 때문에 현직 국어선생님이 나왔는데도 1등 한 적이 없다.”(박밀향). “<퀴즈 대한민국은> 최근 들어 책으로 얻는 상식을 쌓는 게 아니라 신문 등에 잠깐 이슈가 되는 문제들이 많이 나와, 시기가 지나면 금방 잊혀지게 된다.”(박춘록) “<1대100>은 버라이어티쇼라는 특징 때문에 정통 퀴즈를 공부한 사람에게는 안 맞더라.”(이)

■ 퀴즈는 희망 퀴즈 영웅이 된 뒤 가장 달라진 것은 바로 이런 당당함이다. 네 사람은 “살아가는 데 자신감이 생겼다”고 입을 모았다. 이씨는 “형편도 어렵고 가방끈도 짧아 스스로 위축되어 중학교 친구들도 안 만났었는데 영웅이 된 뒤에는 동창회도 자신있게 나가게 됐다”고 했다. 박춘록씨는 퀴즈 프로그램에 두 번 우승하면서 책도 내는 등 막막하던 인생에 새로운 길이 열리게 된 것이 가장 기쁘다고 했다. 박밀향씨도 “스스로 자부심이 생겼고, 뭘 해도 잘할 수 있다고 나를 믿게 됐다”고 했다.

퀴즈영웅에 등극하면 약 4000만원의 상금을 받는다. 의무기부금 절반을 제외해도 2000여만원의 목돈을 챙긴다. 이씨는 80%를 기부했고, 박춘록씨와 박미향씨는 “남편 사업자금”으로 대부분을 썼다. 임씨는 방송에서는 모두 아내에게 주겠다고 밝혔으나 “받아봐야 알겠다”며 웃는다.

퀴즈 영웅들의 마지막 공통점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또다른 도전을 준비한다는 것이다. 박밀향씨는 “암 때문에 수술받다 보니 아이큐가 점점 떨어지는데 <우리말 겨루기> 등 새로운 퀴즈 프로그램에 계속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임씨는 “<1대100> <우리말 겨루기>까지 모두 우승해 ‘트리플 크라운’을 이루는 것이 목표”다. “내가 이용석씨를 보고 희망을 얻었듯, 누군가가 도전하는 나를 보고 희망을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퀴즈 영웅들은 <한겨레> 인터뷰를 계기로 정식 모임을 만들자며 인터뷰 뒤에도 한동안 자리를 뜨지 않고 헤어짐을 아쉬워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퀴즈 고수’ 비법] 선택과 집중…최신 동향 밝아야

퀴즈 프로그램 중에서도 특히 문제가 어렵다는 <퀴즈 대한민국>은 예심인 필기시험을 본 뒤 합격자에 한해 면접으로 출연자를 선정한다. 출연자가 결정되면 제작진에서 방송 출연 날짜를 통보하는데 그날까지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 미리 나온 문제를 챙겨라 퀴즈 프로그램은 흔히 알려진 것과 달리 참고 자료나 책 등을 전혀 주지 않는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는 참가자가 알아서 정해야 한다. 일단 모든 퀴즈 프로그램에 나온 문제부터 골라낸 뒤 파생작전에 들어가자. “모든 퀴즈 프로그램의 문제는 다 연관되어 있다”고 박밀향씨는 말한다. “<퀴즈 대한민국>에 ‘그리스 철학자가 아닌 사람은?’(정답:스피노자)이라는 문제가 나왔다면 <1대100>에서는 ‘네덜란드 철학자는?’(정답: 스피노자)이라는 문제가 나오는 식이다.” 그때 터진 이슈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새로운 별이 발견됐다면 반드시 천문학에 관한 문제가 나옵니다.”(박춘록)

■ 한 분야는 포기해도 괜찮다 식물에 강한 박밀향씨는 “스포츠에 약하다”고 했다. 그는 이 분야를 포기하고 조금 부족한 다른 분야를 더 열심히 파고들었다. “축구선수 11명인 것 외에는 아는 게 없는데 더 공부해봤자 시간낭비에요.” 모르는 것 하나쯤은 과감히 버릴 줄 아는 선택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문제마다 배점이 조금 다르다면 고득점 분야부터 공부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박춘록씨는 귀띔한다. “난 컴맹이라 인터넷 찬스 한 문제는 손해 본다고 생각하고 접근 안 했어요. 하하하.”(임)

■ 나만의 공부법 만들어라 잘 외워지는 자신만의 공부법을 만들어야 한다. ‘암기왕’인 임씨는 앞글자만 따서 외웠다. ‘에인가콩콩우케소브콜’ “적도를 지나는 나라를 앞글자만 따서 리듬에 맞춰 외우는 거죠.” 박밀향씨는 “책을 읽으면서 내가 출제자라면 이런 식으로 문제를 내겠다고 생각해 본다”고 했다. 이씨는 “퀴즈를 위한 공부를 했다”고 한다. “세계 문학 등은 요약된 자료를 찾아 저자와 제목, 줄거리 등만 외웠습니다.”

■ 퀴즈도 쇼다. 피디에게 어필하라 예심을 통과한다고 모두 티브이에 나오는 것은 아니다. 퀴즈 프로그램도 방송인만큼 사연 많고 재미있게 말 잘하는 ‘티브이용’ 참가자를 선별한다. 임씨는 면접 때 본인 자신을 “굴백사(굴러다니는 백과사전)”라고 부르며 제작진에 어필했다. 박밀향씨는 “첫 번째 면접에서 떨어진 뒤 두 번째는 일부러 피디와 부딪혀 눈을 맞추고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기회를 만들었더니 붙었다”고 했다. “면접 때 재미있고 독특한 대답을 많이 준비해 와야 한다”는 이용석씨는 무슨 이야기를 했을까? “무조건 상금 받으면 기부한다고 했습니다. 하하하.”

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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