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자이언트>
강모가 ‘건설’로 성공한 설정
남매 사연다룬 휴먼 드라마
“전작 ‘대조영’ 때보다 힘들어”
남매 사연다룬 휴먼 드라마
“전작 ‘대조영’ 때보다 힘들어”
■ 장영철 작가 인터뷰
“지금까지 쓴 드라마 중 가장 힘들다.”
<2004 인간시장>(SBS) <대조영>(KBS1TV·2006) 등 선 굵은 드라마를 주로 써 온 <자이언트>의 장영철 작가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자료가 없어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쳤던 <대조영>과 달리 불과 20~30년 전 이야기인 <자이언트>는 부조리한 시대를 어떻게 창작과 접목시키느냐는 고민이 컸다. 주인공이 건설로 성공한다는 설정만으로 방영 전 이명박 대통령을 미화한다는 구설수를 의식한듯 “이 드라마는 남매의 사연을 담은 휴먼드라마”라고 강조했다.
-뚜껑 여니 ‘이명박 대통령 미화 드라마’는 아니더라.
“방영도 하기 전 특정 인물 논란이 나와 우려가 컸다. 보니 어떤가. 아니지 않나.”
-오히려 풍자드라마 같다. 정치인에게 “너희는 없는 죄도 만드는 게 일 아니냐?”고 쏘아대는 대사라든지.
“하하. 지금 정권 시대와 20~30년 전 시대는 분명 차이가 있다. 강모의 성공이야기가 아니라 시대를 보여주자고 했다. 피디도 나도 어떤 정치색도 띄지 말자고 생각해 상황에 맞는 대사나 장면을 눈치 안 보고 떳떳하게 넣을 수 있었다. 정치·경제가 배경에 있지만 결국은 남매의 이야기다. 남매의 삶을 보다 보니 시절이 보이는 것이다. 마지막에는 참 좋은 휴먼드라마 하나 봤구나, 라고 생각해주면 좋겠다.”
-남산취조실이나 삼청교육대 장면 등은 사실과 허구 사이의 균형을 잡기 힘들었을 것 같다.
“실제 중앙정보부 사람이 쓴 책 등을 봤고 삼청교육대는 다큐멘터리를 많이 시청했다. 또 주변에 의외로 삼청교육대를 직접 경험한 분도 많았다. 남산취조실은 사리사욕 채우려 물불 안 가리는 조필연을, 삼청교육대는 강모에게 더 강한 목적의식을 심어주려고 넣은 장면이지만 실제 있었던 그 시절 역사이기에 사실적인 것만 담으려고 고민했다.”
-최근 들어 시대극이 많아진 것은 시대상의 반영일까.
“<대조영> 때는 고구려 사극이 많이 나왔다. 우연이라고만 볼 순 없다. 드라마를 기획할 때는 그 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뭐냐를 고민한다. 시대극이 많이 나온다는 건 점점 첨단화, 개인주의화 되는 요즘 그렇지 않았던 시대에 대한 향수, 갈망 등이 작용한 것 아닐까.”
-처음부터 패를 보여주고 시작하는 구성이 특이하다.
“성모가 복수를 준비하는 과정 등을 시청자들이 들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지켜볼 수 있어 더 긴장감을 준 것 같다. 결론을 조금 보여준 1회를 놓고 미리 이야기해버리면 기대치가 있겠느냐며 내부 의견이 갈렸다. 워낙 주인공이 시련을 많이 겪으니까 시청자에게 ‘얘는 성공하고 얘는 실패하니까 안심하라’고 말해주고 싶기도 했다.(웃음)”
-<자이언트>는 장작가가 쓴 다른 드라마보다 어렵게 보이기도 한다.
“<대조영>은 패망한 나라에서 발해를 세우는 이야기니까 목표가 분명했고 흐름이 일목요연했다면 <자이언트>는 준비할 게 많다. 각 인물들의 삶이 다르고 거기에서 발생하는 배경도 다른 데다 근대사이기에 실제로 있었던 역사적인 부분들도 무시할 수 없다. 멜로, 첩보, 정치, 경제, 휴먼 등이 다 들어있다. 이번 드라마만큼 힘든 적이 없었다.”
-부부가 함께 쓴다.
“<정>에서 메인과 서브작가로 만나 결혼한 뒤 <대조영>때도 같이 했다. 굳이 나눈다면 멜로부분은 정경순(부인) 작가가 주로 맡는다. 전체적인 흐름잡기도 사모님이 많이 하시고. (웃음) ”
남지은 기자, 사진 에스비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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