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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쇼핑·소비자

한번에 빨고 말리고…세탁기와 건조기 ‘한통속’ 안되겠니

등록 2020-07-13 04:59수정 2020-07-13 10:27

의류건조기 폭발적 성장세

의류건조기·로봇청소기·식기세척기
시장 본격 등장 3년만에 ‘3신’ 등극
“건조기 매출 매년 15%가량 늘어”

에너지효율 향상에 똑똑해졌지만
‘빨래·건조기 따로 돌리기’ 말고
한번에 해결되면 더 좋겠는데
업계에선 “아직은 기술력 모자라”
그래픽_김정숙
그래픽_김정숙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올해 상반기엔 전 세계적으로 소비가 움츠러들었지만, 의류건조기 매출만큼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오래 전부터 의류건조기 사용이 일반화됐던 국외 시장과는 달리, 국내에서 의류건조기가 본격적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한 건 대략 2017년부터다. “건조기를 한 번도 사용해 보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사용해 본 사람은 없다”는 우스갯소리가 이 무렵부터 유행할 정도로 의류건조기는 국내에서도 필수 가전제품으로 자리 잡는 중이다.

■ 가전업계 실적 이끈 1등 공신

지난 7일 엘지(LG)전자는 잠정집계된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4931억원이라고 발표했다. 업계 예상을 웃도는 성적이다. 단연 효자는 생활가전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티브이(TV)와 모바일에서는 수요가 감소했지만, 생활가전이 매출 5천억 원대로 버팀목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특히 생활가전 중에서도 의류건조기가 매출 고공행진을 이끈 1등 공신으로 꼽힌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 의류건조기가 처음 관심을 끌기 시작할 당시엔 전기료가 많이 드는 전기식 의류건조기보다는 도시가스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가스식 의류건조기가 많이 팔렸다. 지난 2016년 린나이 가스건조기를 구매한 이아무개씨(39)는 “2015년에 아이가 태어났는데 베란다가 좁아 빨래가 잘 마르지 않는 것 같기에 건조기를 구매했고 지금까지 잘 쓰고 있다”면서도 “뜨거운 바람을 이용해 빨래를 말리는 방식이라 옷이 줄어들고 구김이 많이 생기기는 한다”고 말했다. 당시 주로 판매된 가스식 의류건조기는 제품을 도시가스 배관에 연결해야 하고 열풍을 빼주는 배기덕트도 창밖으로 빼야 하는 탓에 설치가 어렵다는 단점도 있었다.

이후 의류건조기는 진화를 거듭한다. 2016년 말 엘지전자는 열풍으로 빨래를 말리는 ‘히터식’ 건조기의 단점을 보완한 ‘인버터 히트펌프’ 전기 건조기를 국내 시장에 처음으로 내놨다. 히트펌프 방식은 제습기가 눅눅한 실내를 제습하는 원리를 이용한 것으로, 저온 제습 방식으로 건조하기 때문에 기존 방식보다 전기료 부담이 줄고 옷감 손상도 최소화한다는 장점이 있다. 히터 방식보다 전기료를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뜨릴 수 있었다.

■ 밀레니얼세대 중심 ‘삼신(三神) 가전’ 인기

이때부터 국내 의류건조기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이 시작됐다. <한겨레>가 롯데하이마트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롯데하이마트의 의류가전(세탁기·의류건조기·의류관리기) 매출 가운데 의류건조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1%에서 2016년 16%, 2017년에는 20%로 빠르게 늘었다. 이후에도 2018년 35%, 2019년 40%에 이어 2020년 상반기 40%로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롯데하이마트 가전 2팀의 박정환 팀장은 “건조기 용량이 커지고 살균, 에이아이(AI) 등 다양한 기능들이 매년 강화되면서 건조기를 찾는 고객도 꾸준히 늘고 있다”며 “최근에 나온 에너지효율 1등급 의류건조기가 으뜸 효율 환급 가전에 추가되면서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전체 가전에서 의류건조기가 차지하는 비중도 해마다 늘고 있다. 이마트에서 집계한 전체 가전 대비 의류건조기 매출액 비중은 2018년 3.7%에서 2019년 4.1%, 2020년 상반기 4.4%로 꾸준히 증가하는 중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의류건조기는 매해 15%가량 매출이 늘어나고 있다”며 “아직 다른 가전에 비해 보급률이 낮아 앞으로 매출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얘기다.

이처럼 의류건조기 열풍이 몰아친 배경엔 미세먼지나 코로나19 영향으로 건강 이슈가 부각된 데다, 집안일을 줄이고 여가를 즐기려는 신세대 문화가 확산하는 흐름도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의류건조기, 로봇청소기, 식기세척기가 이른바 ‘삼신(三神) 가전’으로 떠오른 게 상징적이다.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 분석센터가 발간한 책 <트렌드 코리아 2020>은 “맞벌이 가정이 많은 신혼부부를 중심으로 에어프라이어와 삼신 가전이 주목받고 있다”며 “밀레니얼 세대는 반복적이고 비가치적인 일은 기계에 맡기고 남는 시간을 자신에게 투자한다. 에어프라이어와 삼신 가전을 구매함으로써 시간과 삶의 질을 사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의 그랑데 AI.
삼성전자의 그랑데 AI.

LG전자의 트롬 워시타워.
LG전자의 트롬 워시타워.

■ 구매 대신 렌털 서비스도 늘어

최근에는 의류건조기를 직접 구매하는 대신 렌털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도 늘고 있다. 다달이 지급하는 임대료에 의무 사용 기간을 더하면 직접 구매하는 비용보다 외려 비싸지만, 내부 청소와 필터 관리 등 여러 가지 부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서다. <트렌드 코리아 2020>은 “돈이 더 들더라도 자신의 삶을 더욱 편하게 해준다면 렌탈 서비스든, 럭셔리 브랜드든, 구독 서비스든 소비자들은 그것을 선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 의류건조기 시장은 엘지전자와 삼성전자가 양분하고 있다. 특히 올해 3월 의류건조기에도 처음으로 한국에너지공단의 에너지효율등급이 부여되면서 두 회사는 경쟁적으로 에너지효율 1등급 의류건조기를 내놓는 중이다. 삼성전자의 ‘그랑데 에이아이(AI)’ 건조기가 지난 3월 국내 최초로 에너지효율 1등급을 받은 데 이어 엘지전자도 지난 6월 에너지효율 1등급 ‘트롬 건조기 스팀 싱큐’를 내놨다. 지난 3일엔 엘지전자의 일체형 세탁·건조기인 ‘트롬 워시타워’도 에너지효율 1등급이란 표지를 달고 새롭게 출시됐다. 이 제품은 아래쪽엔 세탁기, 위쪽에는 건조기가 하나로 붙어 있는 제품으로, 세탁기가 사용한 세탁코스를 건조기로 전달하면 건조기가 가장 적합한 건조코스를 알아서 설정하는 기능을 갖췄다.

■ 세탁기·건조기 ‘일체형’도 가능할까?

만일 세탁·건조기의 진화가 거듭되면 세탁과 건조가 하나의 통에서 연이어 이뤄지는 일체형 제품도 생산될까? 지난 2017년 의류건조기를 구매한 김아무개(39)씨는 “맞벌이 부부라 저녁에 빨래를 돌리는 경우가 많다”며 “밤에 빨래를 돌려놓고 아침에 일어나면 건조까지 돼 있는 일체형 세탁·건조기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엘지전자의 ‘트롬 워시타워’의 경우 ‘일체형’이긴 하지만 건조를 하기 위해서는 아래쪽의 세탁기에서 탈수를 마친 빨래를 꺼내 위쪽 건조기에 넣어야 하는 점은 기존과 같다.

결론은 ‘아직 먼 이야기’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은 일체형으로 만들면 기술적으로 건조 성능을 시장 눈높이에 맞출 수가 없다”며 “건조기가 이미 오래전부터 자리 잡은 국외 시장에서도 일체형 제품은 나오지 않는 데다 기술 상황 등을 고려하면 가까운 미래에는 일체형 세탁·건조기가 나오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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