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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섹스 스터디] “당신, 닭 벼슬이 왜 그래?”

등록 2006-06-09 16:07

일러스트레이션 이지노 이코노미21
일러스트레이션 이지노 이코노미21
사람마다 얼굴이 다르듯 소음순도 제각각이다. 하지만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주지 않는다면 중요한 성감대인 소음순 수술을 할 필요는 없다

몇 달 전, 진료실에 40대 초반의 박금자(가명)씨가 찾아왔다.

“저어~ 아래가 닭 벼슬같이 많이 늘어지고 색이 까맣게 되어서 왔어요.”

나는 박씨를 진찰하기 위해 진찰대로 안내했다. 박씨의 질 입구를 둘러싸고 있는 소음순이 비대해져 요도와 질 입구를 덮고 있었다.

“소음순이 약간 비대하긴 하지만 그리 심각한 정도는 아닙니다. 생활에 불편을 많이 느끼시나요?”

“제 소음순이 심각한 정도가 아니라구요?”

갑자기 박씨의 두 눈에 눈물이 고이더니 이내 주르륵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꼭 끼는 옷을 입으면 아래가 불편했지만 헐렁한 옷을 자주 입는 편이라 일상 생활하는 데는 별로 불편한 점은 없어요. 사실 남편이 하도 구박을 해서 이곳까지 오게 됐어요.”

박씨의 남편은 성관계할 때마다 박씨의 성기를 가만히 쳐다보면서 ‘다른 여자들은 이렇게 안 생겼는데 너는 왜 소음순이 축 늘어지고 짝짝이에다가 까맣고 징그럽게 생겼느냐’고 핀잔을 줬다고 한다.

“제 남편은 성관계할 때마다 소음순이 거치적거려 삽입하기가 불편하다는 둥 제 자존심을 팍팍 건드렸죠. 며칠 전에는 포르노 비디오테이프를 가져와서는 여배우 성기를 보여주면서 ‘이렇게 색깔이 발그스레하고 얄상하게 생겨야 보기도 좋고 짝~짝 혀로 핥고 싶은 맛도 나는 거야’ 하는 거예요. 전 정말 쥐구멍이라도 찾아 들어가고 싶었어요. 제가 왜 남편에게 이런 모멸감을 느껴야 하는 것인지…. 결국 남편의 성화에 못 이겨 소음순 성형수술 받으려고 왔어요.”

“수술은 가능합니다만 박금자님보다 소음순이 더 많이 늘어진 분들도 그냥 잘 사세요. 남편분이 정말 몰상식한 분이네요. 아무리 그래도 자기 부인한테 어떻게 그런 상처 주는 말들을 함부로 할 수 있어요? 여자들이 이런 말 듣고도 그냥 참고 사니까 싸가지 없는 남자들이 자기네들이 잘나서 그런 줄 알고 부인들한테 더 함부로 하잖아요.”

나는 박씨의 음핵 주위의 늘어진 피부를 없애고 소음순의 까맣게 늘어진 부위들을 다듬어서 박씨의 남편이 원하던 바로 그 ‘선홍색의 대칭적이며 날렵하고 얄샹한 모양의 소음순’으로 만들었다. 박씨는 수술 받고 집에 가면서 환한 미소로 말했다.

“선생님, 이런 수술이 있는 줄 알았으면 진작 할걸 그랬어요. 그러면 오랜 세월을 눈물로 보내지는 않았을 거예요. 앓던 이를 뺀 것처럼 기분이 시원해요.”

여성 외성기의 일부인 소음순은 질 입구를 덮고 있는 점막 조직으로 음모가 없고 혈관과 신경이 밀집되어 성적으로 예민한 부위다. 여성 호르몬 에스트로겐의 영향을 받는 부위로 에스트로겐이 풍부한 젊은 여성들은 소음순도 도톰하고 크며, 폐경이 된 여성들은 에스트로겐 결핍으로 소음순이 퇴화되어 매우 얇아진다. 모양과 색깔은 개인마다 다르며 일단 자극이 되면 옅은 적색으로 변한다. 소음순을 먼저 자극하면 제 1 성감대인 음핵이 이차적으로 자극되는데 이때가 음핵을 직접 자극할 때보다 더 빨리 오르가즘에 도달하게 된다.

우리나라 여성들 중 박씨의 경우처럼 소음순 비대나 비대칭으로 고민을 하는 여성들이 적지 않다. 이런 경우, 미관상으로 문제가 있거나 성관계시 통증이나 불편을 줄뿐만 아니라 청결하지 못할 수도 있고 꼭 끼는 옷을 입을 경우 통증을 유발하여 일상생활에까지 지장을 주기도 한다.

사람의 얼굴이 제각기 다르듯이 소음순의 모양도 사람마다 제각기 다르다. 생활에 큰 지장을 주지 않는다면 꼭 수술을 하면서 작게 만들 필요는 없지만 소음순 때문에 자신감을 잃고 성생활에서 행복을 느낄 수 없다면 ‘소음순 성형 수술’도 고려할 만하다. 하지만 소음순이 중요한 성감대라는 것을 항상 인식하고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 나는 우리나라 여성들이 자신의 몸을 좀 더 사랑하며 당당하게 성생활을 즐기기를 바란다.

임필빈 원장(유앤아이여성클리닉비뇨기과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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