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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이재용 ‘취업 제한’ 딜레마를 어찌할까

등록 2021-08-27 19:19수정 2021-08-28 11:49

[한겨레S] 다음주의 질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가석방으로 풀려난 지 6일 만인 19일 낮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그룹 지배권 불법승계 의혹에 관한 공판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가석방으로 풀려난 지 6일 만인 19일 낮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그룹 지배권 불법승계 의혹에 관한 공판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가석방된 지 보름을 지내고도 그를 둘러싼 ‘취업 제한’ 위반 논란은 해소되지 않은 채 목 안의 가시처럼 그대로 남아 있다.

가석방과 그에 연결된 취업 제한 규정에 대한 청와대와 법무부 쪽의 설명과 해명은 논란을 오히려 키웠고, 여기에는 가석방 뒤 곧바로 삼성전자 사옥을 찾아 경영진으로부터 업무 현안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이 부회장의 행보도 한몫했다. 이 부회장이 얽힌 시비는 다른 여러 재벌 총수들의 취업 제한 위반 사례까지 다시 불러내며 범재계 이슈로 연결되기까지 했다.

이 부회장은 김지형 삼성 준법감시위원장의 말처럼 “아무것도 안 한다고 할 수도 없고, 뭘 하자면 규정 위반 시비에 휘말릴 수밖에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일 <한겨레>와 만난 자리에서 “여느 가석방과 달리 그 사유로 ‘경제 상황, 백신, 반도체’ 이런 얘기가 거론돼 복잡해지고, 풀기 어려운 고차방정식이 돼버렸다”고 말했다. 가석방 결정과 관련해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국가적 ‘경제 상황’과 글로벌 경제 환경을 고려한 것”이라 말한 데 이어 문재인 대통령이 “국익을 위한 선택이며, ‘반도체’와 ‘백신’ 분야에서 역할”을 기대한다고 한 대목을 일컫는다. 법무부는 앞서 지난 2월 특정경제범죄법 위반으로 이 부회장을 취업 제한 대상자로 명시해 회사 쪽에 통보한 바 있다.

돌이켜 보면, 가석방 직후 이 부회장의 행보는 적지 않은 의문을 남겼다. 한 예로 가석방 직후 보란 듯이 회사로 직행한 대목이다. 가석방 결정 자체부터 숱한 논란을 일으킨데다 취업 제한 대상이었던 탓에 아무래도 무리수로 비쳤다. 여론조사에서 가석방에 우호적인 것으로 나타난 결과나, 대통령과 법무장관의 고무성 발언을 염두에 둔 일종의 전략·전술적 행동이었을까? 만일 그랬다면 크게 착각했다고밖에 여겨지지 않는다.

박범계 장관이 “(이재용 부회장이) 무보수, 비상근 상태로 일상적인 경영 참여를 하는 것은 취업 제한의 범위 내에 있다”고 한 것은 공감을 얻기 어려웠고 “경영 복귀를 돕기 위해 법 취지를 왜곡한 궤변”(경제개혁연대 23일 논평)이라는 거센 반발을 불렀다. 취업 제한 규정은 경제 범죄 재발을 막고 범죄 행위와 밀접한 관련을 갖는 기업체에 일정 기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해 해당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점에서다.

김기식 더미래연구소장은 실타래처럼 꼬인 문제를 푸는 실마리의 하나로 “재벌 오너(지배주주)의 혼재된 두 지위”를 갈라서 보고, 여기에 맞춰 법 해석을 하고 행동할 것을 제안한다.

이 부회장 같은 재벌 총수는 경영자인 동시에 지배주주이다. 취업 제한은 경영자의 자격을 제한할 뿐이다. 등기·상근·보수 여부 상관없이 경영 활동을 하는 건 제한되며 대주주 자격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하거나 대리인인 이사진을 통해 회사 전반에 걸친 중요한 의사 결정에 참여할 수 있다.

현실에선 두 영역의 가르마가 명확하지 않고 애매한 점을 띠고 있을 수도 있지만, 법무부의 법 해석만큼은 이런 기준과 기본에 맞춰 내리는 게 합당할 것 같다. 삼성과 이 부회장 쪽의 행보 또한 여기에 바탕을 두고 맞춰져야지, 무보수·비상근·미등기라는 이유로 취업 제한 대상이 아니라는 식의 주장을 반복하는 것으로는 더 커지는 논란과 시비에서 헤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김영배 산업팀 선임기자 kimy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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