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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국외 조달·마트 브랜드 요구…납품업체 ‘이중고’

등록 2006-08-10 20:17

‘글로벌 소싱’ 빠르게 확산…PB 비중 15% 달해
이마트 영업익 껑충…제조업체는 이익률 추락
유통권력 제조업체 눈물을 판다(하)

# 2016년 여름 어느 날의 ‘가상 풍경’ 하나.

국내 최대 대형마트인 ㄱ마트에서는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이름하여 ‘메이드인 코리아(Made in KOREA)’ 기획전. 납품 상품 가운데 한국 제품만을 따로 모아 파는 행사다. 소비자들은 신기한 듯 ‘한국산’이라고 적힌 물건을 뒤적이지만 종류가 많지 않아 아쉬움에 발길을 돌린다. 이 행사는 대형마트 업계가 납품처를 좀더 값싼 중국이나 동남아로 옮기면서, 그나마 남아있는 몇몇 국산품을 소개하기 위해 마련됐다.

급증하는 글로벌소싱=물론 가상의 이야기지만 지금처럼 대형마트가 빠르게 확산되고 가격할인 경쟁이 격화된다면 현실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국내 제조업계의 우려다. 실제로 1990년대 초반 미국 월마트는 ‘메이드인 유에스에이(Made in USA)’ 기획전을 열었다. 납품가를 낮추기 위해 값싼 제품을 외국서 들여오는 이른바 ‘글로벌소싱’을 강화하면서, 미국 내수 부문 제조업계가 설자리를 잃은 탓이다.

국내에서도 대형마트 등장 10여년 만에 글로벌소싱이 중요한 납품 경로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해 1천억원 수준이던 글로벌소싱 규모를 올해 2천억원으로 2배 이상 끌어올릴 계획이다. 품목도 지난 2004년 100개에서 올해 300개로 늘리기로 했다. 홈플러스와 롯데마트의 사정은 더욱 다급하다. 국내 시장 1위인 이마트와 견줘 가격 경쟁에서 뒤질 수밖에 없어 글로벌소싱의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양승룡 고려대 교수(식품자원경제학)는 “지금은 글로벌소싱이 주로 산업재에 쏠려있지만 대형마트 확산 추세로 보면 소비재까지 가는 데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형마트가 납품업체 제품에 자기 브랜드를 달도록 요구하는 프라이빗브랜드(PB·자체브랜드)의 증가 추세도 제조업계로선 우려스런 대목이다. 같은 규격, 같은 재질인데도 피비상품은 원래의 제조업체 상품보다 싸게 납품되는 탓에 제조업체로서는 ‘호랑이 새끼를 키우는 격’이다. 벌써 대형마트 품목 가운데 피비 비중이 15%에 이르고 있다.

한 납품업체 임원은 “대형마트에 대한 판로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제조업계는 자기 상호를 내리고 피비 전문 납품업체로 전락하든가 글로벌소싱으로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홀로 실적 향상=제조업계의 이런 사정에 아랑곳 없이 대형마트의 실적은 나날이 향상되고 있다. 특히 업계 1위인 이마트는 내수 불황 속에서도 3년 만에 매출이 4조4천억원에서 6조6천억원으로 50% 뛰었고, 영업이익은 3500억원대에서 5800억원대로 무려 66%나 늘었다. 영업이익률은 7%대에서 8%대로 올라서 ‘안정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홈플러스나 롯데마트의 영업이익률 3%에 견줘서도 2배나 많다.


하지만 제조업계는 내수 불황의 그늘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형마트의 파견사원 부담과 저가 납품 요구 탓에 매출이 늘어도 수익은 줄어드는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

이정희 중앙대 교수(산업경제학)는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저가’라는 표현은 쓰지만 상대와의 비교를 전제로 한 ‘최저가’ 또는 ‘최저가 보상’이라는 표현은 쓰지 않는다”며 “입점 규제가 없다 보니 다닥다닥 붙어서 영업하는 현실도 과열경쟁을 부추기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제조업계에서는 ‘공룡’ 이마트의 독점 구조도 문제로 지적한다. 한 납품업체 임원은 “2~3위권과 격차가 너무 커 이마트가 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개선되지 않는 구조가 정착되고 있다”며 “월마트 인수로 이런 영향력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성곤 기자 c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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