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을 입출금할 수 있는 비트코인 전용 현금자동입출금기가 서울 삼성동 코엑스 지하 커피숍에 설치돼, 7일 오전 관계자가 입출금을 시연해 보이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온라인 가상화폐 비트코인(Bitcoin)은 지난해 숱한 화제를 뿌렸다. 연초 1단위당 15달러 수준이던 비트코인 가격이 연말에는 1200달러 넘게 치솟을 정도였다. 그 뒤 1년가량 지난 지금 비트코인은 어디쯤 와 있고, 또 어디로 향하고 있는 것일까? 몇몇 비트코인 관련 책자가 표방한 “19세기 캘리포니아 골드러시가 지금 당신의 컴퓨터에서 재현된다”는 구호는 시들해진 지 오래다.
지난 12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는 국내 최초 비트코인 국제콘퍼런스 ‘인사이드 비트코인’이 열렸다. 비트코인에 대한 이해와 참여가 “아직은 극히 미미한” 한국에서 비트코인 붐을 일으키려는 행사였다. 2009년 1월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필명의 프로그래머가 개발한 비트코인, 나아가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온라인 가상화폐는 법정 화폐를 위협하는 대안적 화폐상품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한때 잠시 유행한 혁신적 아이디어에 그칠 것인가?
마이크로소프트도 일부 제품 결제에 도입
지급결제 가맹점 7만5천여곳으로 확산
국내엔 코빗 등 거래소 10곳이나 설립
결제 가맹점은 58곳뿐 투기적 거래 위주 “관련 생태계 확산” 긍정적 전망 있지만
가격변동성 커 화폐기능 못한다 지적도
리플·네임코인 등 경쟁 가상화폐 잇따라
문제점과 한계 개선하며, 진화해 갈 듯 MS, 비트코인 결제 도입…시대가 변하고 있다? 이 행사 하루 전인 11일 미국 마이크로소프트가 일부 자사 제품의 구입 결제에 비트코인을 전격 도입했다. 비트코인 커뮤니티의 한 누리꾼은 “전세계에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제공하는 회사가 비트코인을 받는다. 시대가 변하고 있다”며 획기적인 사건으로 표현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소식에 이날 행사장도 한껏 고무된 듯했다. 앞서 비트코인 결제를 도입한 주요 기업은 컴퓨터 제조사 델, 미국의 케이블텔레비전 <디시>(DISH), 컴퓨터 관련 쇼핑몰 뉴에그와 타이거다이렉트 등이 있다. 전세계 비트코인 거래량을 집계하는 온라인 사이트 ‘코인데스크’에 들어가 보면, 비트코인으로 지급결제가 가능한 가맹점은 지난해 9월 1만개에서 지난 9월 7만5000개로 증가했다. 이 가운데 오프라인 매장이 있는 가맹점은 5900여개다. 전세계 비트코인 고객 계정은 지난해 9월 135만개에서 지난 9월 655만개로 늘었다. 물론 한 사람이 여러 계정을 가질 수도 있다. ‘또 다른 화폐’로서 얼마나 기능하고 있는지는 거래규모로 좀더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비트코인 집계 사이트 ‘블록체인’에 따르면, 비트코인 발행량에 시장가격을 곱한 시가총액은 세계적으로 지난 1월 114억달러에서 12월 현재 47억달러로 감소했다. 가격이 급등락한 탓인데, 47억달러는 한 나라의 주식시장 시가총액 규모로 치면 세계 100위 안에 드는 규모다. 실제 상품결제 거래금액 파악 어려워 2009년 첫 발행 이후 비트코인은 이달 현재 1360만 비트코인(BTC)이 컴퓨터로 채굴돼 유통되고 있다. 총 채굴발행량은 2030년까지 총 2100만 비트코인으로 사전에 제한돼 있다. 시장가치로 한달 평균 약 200만달러어치가 새로 채굴되고 있다. 비트코인의 하루 거래 건수는 세계적으로 대략 4만~10만건에 이르며, 비트코인 등장 이래 누적 거래 건수는 이달 현재 5490만건에 이른다. 하루 거래량은 평균 6840비트코인 정도다. 비트코인 거래는 기본단위인 BTC를 사용하되, 보조단위로 1000분의 1 BTC인 밀리코인, 100만분의 1 BTC인 마이크로코인 등을 사용한다. 지난 9월 현재 전세계 비트코인 거래소들의 누적 거래량은 약 1억 비트코인에 이른다. 다만 비트코인 거래소를 통해 거래된 금액엔 단순한 시장교환 차익을 노린 투기적 거래 금액과 카페 같은 곳에서 실제로 상품을 구입하면서 지급결제한 거래 금액이 섞여 있기 때문에 순수한 상품결제에 사용된 거래액을 분간해내기는 어렵다. 북미·유럽에 견줘 한국에서 비트코인을 이용한 결제는 매우 더디다. 국내 비트코인 결제 가맹점은 58곳이다. 비트코인을 매매 거래하고 가맹점 지급결제를 중개하는 거래소는 국내 최대인 ‘코빗’을 포함해 10여개가 설립돼 있으나 실제로 거래가 이뤄지는 거래소는 네댓 곳뿐이다. 고객(비트코인 지갑계정 보유자)은 코빗의 약 2만8000명을 포함해 현재 우리나라에 5만명 정도인 것으로 추산된다. 이 중에는 해외 거래소의 지갑계정을 가진 사람도 포함돼 있다. 국내 비트코인 거래소의 하루 거래 규모는 2억원가량으로 알려진다. 가격변동성 줄어들고 점차 안정화 국면으로 지난해 11~12월 단기간에 빠르게 확산됐던 비트코인은 가격 급등락을 거듭하며 높은 변동성을 보였다. 1비트코인당 거래가격은 2013년 초 15달러 안팎이던 것이 11월 1203달러까지 갑자기 폭등한 뒤 올해 2월엔 558달러 수준으로 폭락한 바 있다. 지난해 말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과 중국 인민은행의 비트코인 관련 발언이 오해와 과장을 낳으며 가격이 급등락했고, 지난 2월엔 비트코인 최대 거래소였던 일본의 마운트곡스 거래소가 해킹을 당해 파산하면서 또다시 가격이 출렁거렸다. 그러나 그 후엔 지금까지 6개월 이상 330~400달러 선에 걸쳐 다소 안정적으로 거래되고 있다. 올해 평균 거래가격은 570달러 선이다. 이날 행사장에서 <한겨레>와 만난 코빗의 유영석 대표는 “비트코인은 그동안 4단계 국면을 거쳐왔다”고 말했다. 2009년엔 새로운 금융혁신이라는 연구 차원이었고, 2011~12년은 주로 미국의 블랙마켓(암시장)에서 쓰이다가 결국 문을 닫았고, 3단계인 지난해엔 투기과열 국면이었으며, 올해는 일반 결제가맹점이 확산되는 4단계였다는 것이다. 내년 이후 비트코인이 금융거래의 주요 기반 중 하나가 되는 5단계에 들어설 수 있을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이동규 한국은행 결제연구팀 조사역은 “비트코인 가격이 정점에 견줘 반토막 났지만 지금 350달러 수준에서 횡보하고 있는 중”이라며 “이 기간 동안 비트코인을 지급결제수단으로 인정하고 활용하는 굵직한 소매업체들이 늘고 있어 관련 생태계가 확장되고 있다”고 말했다. 북미 지역만 해도 온라인 쇼핑몰인 오버스톡과 팬시 등 굵직한 가맹점 수가 증가하고 있고, 페이팔도 제한적이지만 비트코인을 결제수단으로 허용하고 있다. 법정화폐 대체 아닌 보완…채굴 발행량 한계 비트코인의 확산은 다른 지급·결제수단이 가진 제약을 벗어나 있다는 강점 때문이다. 비트코인은 수수료 없이 전자우편을 보내듯 쉽게, 소액까지 국외 송금이 가능하다. 법정화폐로 바꿀 때도 수수료 부담이 적다. 그러나 가격 변동성 위험이 여전히 큰 것이 약점이다. 상당수의 비트코인 결제 도입 가맹점들은 비트코인으로 결제가 이뤄진 뒤 이를 즉각 달러나 원화로 환전 입금하고 있다. 비트코인으로 보유했다가 시장가격이 떨어져버리면 손실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는 비트코인이 본질적인 화폐 기능을 아직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계좌에 들어온 비트코인은 비트코인 결제업체인 비트페이를 통해 달러로 교환하고 있다. 유영석 대표는 “비트코인은 야심차게 국가 법정화폐를 대체하는 전지구적 단일 가상화폐로서가 아니라 기존의 중앙은행 화폐를 보완하는 기능을 수행할 뿐”이라며 “그러나 좀더 많은 사람들이 거래에 참여하면서 거래 규모가 커지고 자연스럽게 가격이 점차 안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맹점으로선 비트코인 절대가격의 부침이 그다지 중요한 건 아니다. 달러와의 안정적인 교환비율만 유지된다면 지급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트코인 채굴발행량이 처음 프로그램 설계 때부터 한정돼 있는 탓에 비트코인 가격이 지나치게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면 비트코인으로 거래할 수 있는 경제활동 규모가 크게 축소되고, 따라서 비트코인 활용도 한계에 봉착할 가능성이 있다. 채굴발행량의 한계는 다른 문제점도 안고 있다. 이동규 조사역은 “발행량이 줄어들면서 수요-공급 논리에 따라 비트코인의 가격상승이 예상되고, 그러면 보유자들이 결제거래수단으로 쓰기보다는 투기 목적에서 그대로 보유하는 행동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화폐로서의 가치 저장·이전 기능이 떨어지게 된다는 얘기다. 분권 네트워크 안정성…은행 시스템 유지할까 비트코인을 둘러싼 핵심 논쟁은 “가치의 변동성이 큰데 과연 화폐로서 기능할 수 있느냐”이다. 김자봉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법정화폐는 중앙은행이 관리하면서 그 가치를 유지하는 반면, 중앙집중화된 기관이 따로 없는 비트코인은 가치 안정성이 떨어진다. 그 증거가 가격의 심한 출렁임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비트코인 가격이 요즘 크게 변동하지 않고 있는 건 (비트코인에 대한) 기대와 가능성이 아직 남아 있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와 달리 이번 비트코인 콘퍼런스에서 발표자로 나선 인호 고려대 정보통신대 교수는 “중앙은행이 법정화폐 발행과 위조지폐 방지, 헌 지폐 폐기에 엄청난 비용을 쓰고 있고, 은행들은 수많은 직원과 사무실을 쓰면서 예금이자와 대출이자 간 마진, 거래 수수료로 먹고살고 있다”며 “작은 컴퓨터와 스마트폰만 있으면 비용과 수수료를 거의 들이지 않고 쉽게 또 전세계에 걸쳐 상품결제와 매매거래를 할 수 있는 새롭고 혁신적인 비트코인 금융세계에서 과연 기존 은행시스템이 장기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의문”이라고 말했다. 비트코인 열광자들(?)은 중앙집중화된 강제통용력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 비트코인의 치명적 약점이 아니라 오히려 가장 큰 장점이라고 주장한다. 전세계 이용자는 비트코인 플랫폼을 구성하는 공개된 거래장부 ‘블록체인’과 암호화된 알고리즘을 통해 ‘분산화된 네트워크’ 상태에서 자율적 합의에 따라 거래를 유지한다. 따라서 중앙의 한 지점이 해킹이나 전산장애를 겪으면 시스템 전체가 먹통이 되고 마는 기존 금융시스템과 달리 비트코인 시스템은 안정적이라는 얘기다. ‘또다른 비트코인들’ 무한경쟁…가상화폐의 진화
비트코인의 소스코드는 모두 공개돼 있다. 이 채굴·거래 메커니즘을 활용해 프로토콜 코드만 조금씩 바꾼 수많은 또다른 비트코인들이 이미 등장했다. 비트코인과 유사한 가상화폐는 리플(ripple)·네임코인(namecoin)·피어코인(peercoin)을 비롯해 수십개에 이른다. 이러한 가상화폐 무한경쟁은 비트코인의 장래를 어둡게 만들까? 유영석 대표는 “비트코인이 첫 문을 열었지만 경쟁적 가상화폐가 잇따라 등장하면서 비트코인의 문제점과 한계를 점차 개선하게 될 것”이라며 “화폐도 하나의 기술이다. 법정화폐가 조개껍질에서 종이화폐로 진화해왔듯 가상화폐도 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트코인이란 특정 가상화폐를 넘어 일반적 의미의 ‘가상화폐’가 기존 화폐를 보완하면서 그 지위를 더욱 확장할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김자봉 연구위원은 “비트코인 가맹점이 늘고 있지만 비트코인을 도입한다고 큰 손실이 나는 것도 아니라서, 효율적인 지급결제 수단보다는 고객을 끌어들이려는 홍보 차원이 더 커 보인다”며 비트코인의 미래를 다소 비관적으로 내다봤다. 분명한 건 “비록 단 두 명만이 비트코인으로 거래하더라도 비트코인은 여전히 실체를 가진 화폐상품”이라는 점이다.
글·사진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지급결제 가맹점 7만5천여곳으로 확산
국내엔 코빗 등 거래소 10곳이나 설립
결제 가맹점은 58곳뿐 투기적 거래 위주 “관련 생태계 확산” 긍정적 전망 있지만
가격변동성 커 화폐기능 못한다 지적도
리플·네임코인 등 경쟁 가상화폐 잇따라
문제점과 한계 개선하며, 진화해 갈 듯 MS, 비트코인 결제 도입…시대가 변하고 있다? 이 행사 하루 전인 11일 미국 마이크로소프트가 일부 자사 제품의 구입 결제에 비트코인을 전격 도입했다. 비트코인 커뮤니티의 한 누리꾼은 “전세계에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제공하는 회사가 비트코인을 받는다. 시대가 변하고 있다”며 획기적인 사건으로 표현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소식에 이날 행사장도 한껏 고무된 듯했다. 앞서 비트코인 결제를 도입한 주요 기업은 컴퓨터 제조사 델, 미국의 케이블텔레비전 <디시>(DISH), 컴퓨터 관련 쇼핑몰 뉴에그와 타이거다이렉트 등이 있다. 전세계 비트코인 거래량을 집계하는 온라인 사이트 ‘코인데스크’에 들어가 보면, 비트코인으로 지급결제가 가능한 가맹점은 지난해 9월 1만개에서 지난 9월 7만5000개로 증가했다. 이 가운데 오프라인 매장이 있는 가맹점은 5900여개다. 전세계 비트코인 고객 계정은 지난해 9월 135만개에서 지난 9월 655만개로 늘었다. 물론 한 사람이 여러 계정을 가질 수도 있다. ‘또 다른 화폐’로서 얼마나 기능하고 있는지는 거래규모로 좀더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비트코인 집계 사이트 ‘블록체인’에 따르면, 비트코인 발행량에 시장가격을 곱한 시가총액은 세계적으로 지난 1월 114억달러에서 12월 현재 47억달러로 감소했다. 가격이 급등락한 탓인데, 47억달러는 한 나라의 주식시장 시가총액 규모로 치면 세계 100위 안에 드는 규모다. 실제 상품결제 거래금액 파악 어려워 2009년 첫 발행 이후 비트코인은 이달 현재 1360만 비트코인(BTC)이 컴퓨터로 채굴돼 유통되고 있다. 총 채굴발행량은 2030년까지 총 2100만 비트코인으로 사전에 제한돼 있다. 시장가치로 한달 평균 약 200만달러어치가 새로 채굴되고 있다. 비트코인의 하루 거래 건수는 세계적으로 대략 4만~10만건에 이르며, 비트코인 등장 이래 누적 거래 건수는 이달 현재 5490만건에 이른다. 하루 거래량은 평균 6840비트코인 정도다. 비트코인 거래는 기본단위인 BTC를 사용하되, 보조단위로 1000분의 1 BTC인 밀리코인, 100만분의 1 BTC인 마이크로코인 등을 사용한다. 지난 9월 현재 전세계 비트코인 거래소들의 누적 거래량은 약 1억 비트코인에 이른다. 다만 비트코인 거래소를 통해 거래된 금액엔 단순한 시장교환 차익을 노린 투기적 거래 금액과 카페 같은 곳에서 실제로 상품을 구입하면서 지급결제한 거래 금액이 섞여 있기 때문에 순수한 상품결제에 사용된 거래액을 분간해내기는 어렵다. 북미·유럽에 견줘 한국에서 비트코인을 이용한 결제는 매우 더디다. 국내 비트코인 결제 가맹점은 58곳이다. 비트코인을 매매 거래하고 가맹점 지급결제를 중개하는 거래소는 국내 최대인 ‘코빗’을 포함해 10여개가 설립돼 있으나 실제로 거래가 이뤄지는 거래소는 네댓 곳뿐이다. 고객(비트코인 지갑계정 보유자)은 코빗의 약 2만8000명을 포함해 현재 우리나라에 5만명 정도인 것으로 추산된다. 이 중에는 해외 거래소의 지갑계정을 가진 사람도 포함돼 있다. 국내 비트코인 거래소의 하루 거래 규모는 2억원가량으로 알려진다. 가격변동성 줄어들고 점차 안정화 국면으로 지난해 11~12월 단기간에 빠르게 확산됐던 비트코인은 가격 급등락을 거듭하며 높은 변동성을 보였다. 1비트코인당 거래가격은 2013년 초 15달러 안팎이던 것이 11월 1203달러까지 갑자기 폭등한 뒤 올해 2월엔 558달러 수준으로 폭락한 바 있다. 지난해 말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과 중국 인민은행의 비트코인 관련 발언이 오해와 과장을 낳으며 가격이 급등락했고, 지난 2월엔 비트코인 최대 거래소였던 일본의 마운트곡스 거래소가 해킹을 당해 파산하면서 또다시 가격이 출렁거렸다. 그러나 그 후엔 지금까지 6개월 이상 330~400달러 선에 걸쳐 다소 안정적으로 거래되고 있다. 올해 평균 거래가격은 570달러 선이다. 이날 행사장에서 <한겨레>와 만난 코빗의 유영석 대표는 “비트코인은 그동안 4단계 국면을 거쳐왔다”고 말했다. 2009년엔 새로운 금융혁신이라는 연구 차원이었고, 2011~12년은 주로 미국의 블랙마켓(암시장)에서 쓰이다가 결국 문을 닫았고, 3단계인 지난해엔 투기과열 국면이었으며, 올해는 일반 결제가맹점이 확산되는 4단계였다는 것이다. 내년 이후 비트코인이 금융거래의 주요 기반 중 하나가 되는 5단계에 들어설 수 있을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이동규 한국은행 결제연구팀 조사역은 “비트코인 가격이 정점에 견줘 반토막 났지만 지금 350달러 수준에서 횡보하고 있는 중”이라며 “이 기간 동안 비트코인을 지급결제수단으로 인정하고 활용하는 굵직한 소매업체들이 늘고 있어 관련 생태계가 확장되고 있다”고 말했다. 북미 지역만 해도 온라인 쇼핑몰인 오버스톡과 팬시 등 굵직한 가맹점 수가 증가하고 있고, 페이팔도 제한적이지만 비트코인을 결제수단으로 허용하고 있다. 법정화폐 대체 아닌 보완…채굴 발행량 한계 비트코인의 확산은 다른 지급·결제수단이 가진 제약을 벗어나 있다는 강점 때문이다. 비트코인은 수수료 없이 전자우편을 보내듯 쉽게, 소액까지 국외 송금이 가능하다. 법정화폐로 바꿀 때도 수수료 부담이 적다. 그러나 가격 변동성 위험이 여전히 큰 것이 약점이다. 상당수의 비트코인 결제 도입 가맹점들은 비트코인으로 결제가 이뤄진 뒤 이를 즉각 달러나 원화로 환전 입금하고 있다. 비트코인으로 보유했다가 시장가격이 떨어져버리면 손실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는 비트코인이 본질적인 화폐 기능을 아직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계좌에 들어온 비트코인은 비트코인 결제업체인 비트페이를 통해 달러로 교환하고 있다. 유영석 대표는 “비트코인은 야심차게 국가 법정화폐를 대체하는 전지구적 단일 가상화폐로서가 아니라 기존의 중앙은행 화폐를 보완하는 기능을 수행할 뿐”이라며 “그러나 좀더 많은 사람들이 거래에 참여하면서 거래 규모가 커지고 자연스럽게 가격이 점차 안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맹점으로선 비트코인 절대가격의 부침이 그다지 중요한 건 아니다. 달러와의 안정적인 교환비율만 유지된다면 지급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트코인 채굴발행량이 처음 프로그램 설계 때부터 한정돼 있는 탓에 비트코인 가격이 지나치게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면 비트코인으로 거래할 수 있는 경제활동 규모가 크게 축소되고, 따라서 비트코인 활용도 한계에 봉착할 가능성이 있다. 채굴발행량의 한계는 다른 문제점도 안고 있다. 이동규 조사역은 “발행량이 줄어들면서 수요-공급 논리에 따라 비트코인의 가격상승이 예상되고, 그러면 보유자들이 결제거래수단으로 쓰기보다는 투기 목적에서 그대로 보유하는 행동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화폐로서의 가치 저장·이전 기능이 떨어지게 된다는 얘기다. 분권 네트워크 안정성…은행 시스템 유지할까 비트코인을 둘러싼 핵심 논쟁은 “가치의 변동성이 큰데 과연 화폐로서 기능할 수 있느냐”이다. 김자봉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법정화폐는 중앙은행이 관리하면서 그 가치를 유지하는 반면, 중앙집중화된 기관이 따로 없는 비트코인은 가치 안정성이 떨어진다. 그 증거가 가격의 심한 출렁임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비트코인 가격이 요즘 크게 변동하지 않고 있는 건 (비트코인에 대한) 기대와 가능성이 아직 남아 있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와 달리 이번 비트코인 콘퍼런스에서 발표자로 나선 인호 고려대 정보통신대 교수는 “중앙은행이 법정화폐 발행과 위조지폐 방지, 헌 지폐 폐기에 엄청난 비용을 쓰고 있고, 은행들은 수많은 직원과 사무실을 쓰면서 예금이자와 대출이자 간 마진, 거래 수수료로 먹고살고 있다”며 “작은 컴퓨터와 스마트폰만 있으면 비용과 수수료를 거의 들이지 않고 쉽게 또 전세계에 걸쳐 상품결제와 매매거래를 할 수 있는 새롭고 혁신적인 비트코인 금융세계에서 과연 기존 은행시스템이 장기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의문”이라고 말했다. 비트코인 열광자들(?)은 중앙집중화된 강제통용력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 비트코인의 치명적 약점이 아니라 오히려 가장 큰 장점이라고 주장한다. 전세계 이용자는 비트코인 플랫폼을 구성하는 공개된 거래장부 ‘블록체인’과 암호화된 알고리즘을 통해 ‘분산화된 네트워크’ 상태에서 자율적 합의에 따라 거래를 유지한다. 따라서 중앙의 한 지점이 해킹이나 전산장애를 겪으면 시스템 전체가 먹통이 되고 마는 기존 금융시스템과 달리 비트코인 시스템은 안정적이라는 얘기다. ‘또다른 비트코인들’ 무한경쟁…가상화폐의 진화
지난 12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인사이드 비트코인’ 국제콘퍼런스 행사장에 설치된 국내외 비트코인 거래소업체 홍보부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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