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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현장은 “필사즉생” 재계는 “위축 털어내자”…‘합심’은 누구와 하나

등록 2015-01-06 17:04

[현장에서] 경제계 신년인사회와 기업 시무식…엇갈린 두 풍경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총력을 기울여 30년 성장의 기틀을 만듭시다. 경제는 흔히 심리라고 합니다. 위축된 마음을 털고 용기를 주는 분위기를 만들어갑시다.” 5일 늦은 오후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열린 ‘2015 경제계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의 축사 한 대목이다. 행사장에 참석한 경제인 1천여명의 박수가 터져나왔다. “지금 박수는 그렇게 하시겠다는 약속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대통령이 즉흥적으로 맞받았다. 장내에 잠깐 웃음이 번졌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창조경제를 꽃피우는 해가 되도록 정부와 기업인이 팀플레이를 펼치자”고 했고,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건배사에서 “경제가 어렵다고 하지만 정부와 기업, 근로자가 합심하면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은 역대 경제계 신년모임 중 가장 많은 여야 국회의원(15명)이 참석했고, ‘합심’을 표방해서인지 이례적으로 김동만 한국노총위원장도 참석했다.

반면, 이어진 또 따른 건배사에서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명량대첩의 이순신을 언급하며 “중소기업인들의 올해 사자성어는 ‘필사즉생’”이라고 말했다. 여기저기서 또 한번의 박수가 나왔지만 ‘필사즉생’이란 말의 현실적 의미에 대한 공감이라기보다는 중소기업에 대한 의례적인 격려의 박수로 보였다. 필사즉생은 새해 벽두 한국 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현존하고 명백한’ 화두다. 만사가 순조롭게 진행되는 호황기에는 시장경쟁이 덜하지만 경제가 오랫동안 침체되는 손실의 시기에는 경쟁이 치열하게 격화될 수밖에 없다. 특히 경제침체의 충격은 전반적인 쇼크보다는 업종별로, 또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 규모별로 차별적인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중소기업의 ‘필사즉생’에는 이러한 현실인식이 알게 모르게 담겨 있었다.

대통령이 참석한 경제계 신년모임이 열린 이날 전국의 여러 개별 사업장에서도 시무식이 열렸다. 그 현장 풍경은 코엑스의 대형 이벤트와는 사뭇 달랐다. 개별 기업의 시무식에선 ’위기’, ‘기필코’, ‘절체절명’이란 수식어가 예년보다 자주 눈에 띄었고, 신년사에 흔히 담아온 ‘미래 신성장동력 발굴’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 대신에, 지난해 최악의 실적악화 속에 새해를 맞은 건설·화학·조선업종을 중심으로 “버텨 이겨내자”, “생존” 따위의 다급함이 담겼다.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은 이날 울산 본사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각별한 느낌으로 새해를 맞이한다”며 “올해 세계 경기 침체와 유가 하락 등 많은 어려움이 놓여있어 바뀌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계완 기자
조계완 기자
“생존을 위한 질적 경쟁력 강화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자”(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 “차별화된 경쟁력과 속도를 갖추지 못하면 생존 자체가 불투명하다”(이윤태 삼성전기 사장), “우리는 겨울 폭풍과 같은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 생존조건 확보를 위한 사업구조·수익구조·재무구조 혁신과제를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완수해야 한다”(정철길 에스케이(SK)이노베이션 사장) 현장의 노동자를 비롯한 임직원들은 ‘경제혁신 3개년 계획’ 구호가 무색할 정도로 필사즉생의 ‘생존’에 맞닥뜨리고 있는 것이다. 코엑스 행사장 정면 스크린에 비쳐진 “대통령 경제외교 81회(20만㎞), ‘경제혁신 3개년 계획, 경제인이 앞장서 이뤄가겠습니다’”는 문구는 바깥의 스산한 산업 현장과 대조적으로 사뭇 현실인식에서의 부조화를 느끼게 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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