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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총수와 인맥·학맥 얽히고, 겸직 많다 보니…알아서 주눅 든 감사위원회

등록 2015-01-14 19:31수정 2015-01-14 22:13

대한민국은 돈이면 안 되는 게 없다는 생각이 지배하고 있다. 2014년 12월30일 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서울 공덕동 서울서부지검을 나와 서울남부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한겨레 김정효 기자
대한민국은 돈이면 안 되는 게 없다는 생각이 지배하고 있다. 2014년 12월30일 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서울 공덕동 서울서부지검을 나와 서울남부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한겨레 김정효 기자
대한항공 등 ‘물의’ 4개 그룹 살펴보니
총수 일가 관련 내부 파동이 최근 잇따라 터지면서 재벌기업 이사회 내에 설치된 감사위원회의 역할을 제대로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단순한 회계결산 승인뿐 아니라 기업의 업무 전반을 광범위하게 감시·감독하는 ‘기업의 사법부’ 임무를 맡고 있는 감사위원회의 허술한 운영과 작동이 오너 일가를 둘러싼 배임 등 사회경제적 논란을 미리 차단하지 못하는 한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것이다.

<한겨레>가 14일 오너의 횡령·배임이나 이사 선임·해임을 둘러싼 내분이 발생하는 등 ‘오너 리스크’를 가진 대한항공·씨제이(CJ)㈜·에스케이㈜·㈜한화 등 4개 기업의 지난해 감사위원회 활동 내용을 살펴본 결과, 대개 1년에 2~9회 정도 회의를 열고 있으며 안건은 주로 회계결산 승인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감사위원회 개최 횟수는 대한항공 3회, 에스케이 6회, 씨제이 2회, 한화 9회다. 안건은 대부분 △회계결산 보고·의결 △감사위원 선임건 의결 △내부감시장치 가동 및 이행현황 보고 등으로, 내부 업무·조직에 대한 감시 활동은 찾아보기 어렵다.

한 대기업 법무팀 쪽은 “재무·인력개발팀 등 각 부서 담당자들이 스스로 감사계획을 짠 뒤 감사위원회에 보고하면 위원들이 승인하는 정도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언제든 이사에게 영업 관련 보고를 요구할 수 있고 관련 임직원을 회의에 출석시킬 수 있는 권한을 감사위원에게 부여하고는 있으나, 실제로 위원들이 회사 내부의 특정 업무와 관련된 직접적인 내부통제 기능은 거의 못하고 있는 셈이다.

1년에 2~9회 감사위 회의 열어
“담당자가 계획 짜서 보고하면
위원들은 승인하는 정도 역할”
구성때부터 독립성 훼손된 탓 커

상법이 부여한 감사위원회의 권한은 막강하다. 감사위원에게 대표이사를 비롯한 이사회 내부 인사들의 일탈에 대한 견제·감시 기능까지 주고 있다. 그럼에도 감사위원회가 무력한 것은 감사위원 구성의 독립성 훼손에서 비롯한다. 대한항공의 경우 감사위원(3명) 가운데 두 사람은 같은 고교 동문이고, 다른 한 사람은 조양호 회장 및 지창훈 사장과 고교 동문이다. 또 한 명은 인하대 교수로 총수 일가와 특수관계에 있는데, 인하대 재단은 학교법인 정석인하학원(이사장 조양호)이다. 에스케이의 감사위원 3명의 임기는 4년10개월~7년6개월로 장기 연임하고 있다. 최태원 회장 ‘유고’ 상태에서 혹시 추가로 불거질지 모르는 지배주주 관련 위험을 피하기 위해 새 인물로 교체하지 않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화의 경우 두 감사위원은 같은 대학 같은 학과 동문이며, 씨제이의 감사위원장은 이재현 회장과 같은 대학 법대 동문이다.

또 씨제이의 강아무개 감사위원은 롯데제과 감사를 겸직하고 있고, 최근까지 신세계 감사위원도 지냈다. 이처럼 한 사람이 여러 기업에 걸쳐 감사위원을 맡고 있기 때문에 개별 기업에 대한 내부통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롯데제과·한화를 비롯해 대다수 기업의 감사위원 면면을 보면, 총 3명 중 2명은 외부 사외이사이고 한명은 계열사 전직 임원(사외이사)으로 지배주주에 대한 실질적인 견제가 어려운 구조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송민경 팀장은 “주총 시즌에 우리 연구원이 기관투자가들한테 자문할 때 이사 후보 중 독립성 훼손과 취약성을 이유로 감사위원에 대한 반대 표시를 권고하는 비율이 매년 35~40% 정도로 매우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감사위원회는 외환위기 직후 재벌개혁의 주요 제도적 장치로 도입됐다.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기업은 기존의 상근 감사를 대체하는 감사위원회(감사위원 3분의 2 이상은 사외이사 중에서 선임)를 이사회 안에 두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현재 대기업집단 소속 총 165개 상장기업에 감사위원회가 설치돼 있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채이배 연구원은 “감사위원은 다른 이사들과도 거리가 있어야 하는데 사외이사 중에 선임되다 보니 이사회를 견제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감사의 독립성과 역할 및 책임을 더 강화해야 한다”며 “다만 법과 제도 이전에 공공기관 낙하산이 주로 감사 자리에 이뤄지는 현상이 보여주듯 감사를 ‘한직’으로 여기는 우리 기업의 풍토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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