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4일 스위스 제네바의 플렌드플랭팔레 광장에 “당신 소득이 보장되면 어떻게 하겠습니까?”라고 쓰여 있다. 5일(현지시각) 치러진 국민투표에서 기본소득 도입 헌법개정안은 부결됐다. 제네바/AP 연합뉴스
기본소득 Q&A
‘기본소득’ 개념은 토머스 모어의 소설 <유토피아>(1516)에 처음 언급됐다. 기본소득은 소득불균형 등 부작용에 맞선 새로운 대안이라는 찬성론부터, 현실가능성이 떨어진다는 회의론, 기존 복지체제를 위협하는 섣부른 발상이라는 반대의견까지 첨예한 대립이 벌어지는 논쟁적인 주제다. 기본소득에 대해 궁금해할 몇가지 질문들에 대해, 지난달 26일 서강대에서 열린 독일의 기본소득 시민운동가 베르너 레츠의 강의 내용 등을 토대로 정리했다.
노동·자산과 관계없이 지급하는 소득
무상급식이나 청년수당 개념과 비슷 ■ 기본소득이 도대체 뭔가? 기본소득이란 국가 또는 사회공동체가 모든 구성원에게 특별한 조건을 달지 않고, 특히 노동을 요구하지 않고 지급하는 소득을 뜻한다. 한 사회가 보유하고 있는 가치의 총합은, 그 사회의 구성원들이 당연히 함께 누려야 한다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이런 원칙을 적용하면 국내에서 시행되고 있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 근로장려세제(EITC) 등 선별적 복지는 기본소득에 해당하지 않는다. 반면 소득·자산과 관계없이 제공되는 무상급식이나, 성남시의 청년배당 등은 기본소득 개념과 비슷한 것으로 평가된다. 기본소득의 대가로 노동을 강요하거나, 자산을 심사하는 등의 행위는 사회적 부를 나누는 대가로 개인의 존엄을 침해하는 행위로 보기 때문이다. 모든 사회구성원이 그 사회 안에서 기본적인 사회적·문화적 삶을 영위할 자격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경제상황선 월 30만원 도입 가능
“최소한의 삶 보장, 노동의욕 안 꺾을 것” ■ 기본소득은 노동의욕을 저하시킨다? 기본소득은 최소한의 문화적·경제적 수요을 충족시키기 위해 설계된다. 또 재원 부족 등 사회경제적 제약 탓에 기본소득만으로 생활을 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앞서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강남훈 이사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의 조세·복지 지출을 감당한다면, 30만원 수준의 기본소득을 도입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노동 의욕을 꺾고 급여생활자를 양산할 수준의 급여체계는 아니라는 것이다. 베르너 레츠는 “노동에 참여하지 않으면 생존을 위협받기 때문에, 사실상 노동은 강제되고 있다”며 “기본소득을 통해 최소한의 삶이 보장된다면, 인간은 좀더 자유롭게 노동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공지능 로봇시대 ‘일자리절벽’ 현실화
많은 생산보다 어떻게 나눌지 고민할 때 ■ 로봇과 기본소득의 상관관계는? 기술혁신에 의한 ‘일자리 절벽’은 눈앞에 다가온 미래다. 지난 1월 다보스 포럼은 ‘직업의 미래’ 보고서에서 “2020년까지 자동화의 여파로 일자리 510만개가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기본소득은 이 같은 일자리 절벽에 대비해 공동체를 유지하는 대안으로 각광받는다. 자동화와 로봇에 의한 비약적 생산성 향상의 결과물을 사회구성원이 함께 나누자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많이 생산할지 고민할 게 아니라 어떤 생산을 해야 할지, 자동화가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라면 로봇시대에 사회공동체가 어떤 모습일지 고민해보자는 제안이다. 투기소득 중과세·토지세 강화 등 거론
국외에선 다국적 기업 공조 과세 논의 ■ 기본소득 재원은?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전문가들은 제도 설계를 위한 재정·세제 정책도 함께 제시하고 있다.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BIKN)는 각종 투기소득에 대한 중과세를 제안한다. 금융 파생상품 등 투기성 금융거래에 대한 중과세를 실시하고, 불로소득인 지대에 부과되는 토지세도 함께 논의된다. ‘부자증세’로 불리는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과 법인세 인상도 제기된다. 해외에서는 다국적 기업에 대한 공조 과세가 논의되기도 한다. 국경을 넘나드는 다국적 기업의 조세 회피에 대해 국제공조 체제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레츠는 “기본소득유럽네트워크에만 기본소득 실현을 위한 조세·재정 모델이 17개 마련돼 있다”며 “아직 가보지 않은 길을 걸으려는데, 처음부터 목적지까지 모든 지도를 내놓으라는 것은 결국 걷기 싫다는 뜻 아닌가”라고 말했다. 기본소득, 선별복지보다 재분배 효과 커
우파 일부선 도입 대신 “복지시스템 해체” ■ 기존 복지체제 강화가 효과적이지 않나? 기본소득은 기존 사회복지를 대체하는 개념은 아니다.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는 기본소득 도입이 기존 사회안전망의 강화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기본소득을 지지하는 쪽에서는 이 제도가 기존의 선별적 복지체제에 비해 재분배 효과가 높다고 보고 있다. 선별적 복지체제는 관리·심사 등 막대한 행정비용(복지전달체계)이 소요되기 때문에, 효율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비슷한 이유로 우파 진영에서 기본소득을 지지하기도 한다. 기본소득을 도입하는 대신 복지시스템을 해체해 ‘작은 정부’를 만들자는 것이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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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250조원 재원 부담 탓 부결…“그래도 성공” 웃는 찬성파
무상급식이나 청년수당 개념과 비슷 ■ 기본소득이 도대체 뭔가? 기본소득이란 국가 또는 사회공동체가 모든 구성원에게 특별한 조건을 달지 않고, 특히 노동을 요구하지 않고 지급하는 소득을 뜻한다. 한 사회가 보유하고 있는 가치의 총합은, 그 사회의 구성원들이 당연히 함께 누려야 한다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이런 원칙을 적용하면 국내에서 시행되고 있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 근로장려세제(EITC) 등 선별적 복지는 기본소득에 해당하지 않는다. 반면 소득·자산과 관계없이 제공되는 무상급식이나, 성남시의 청년배당 등은 기본소득 개념과 비슷한 것으로 평가된다. 기본소득의 대가로 노동을 강요하거나, 자산을 심사하는 등의 행위는 사회적 부를 나누는 대가로 개인의 존엄을 침해하는 행위로 보기 때문이다. 모든 사회구성원이 그 사회 안에서 기본적인 사회적·문화적 삶을 영위할 자격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경제상황선 월 30만원 도입 가능
“최소한의 삶 보장, 노동의욕 안 꺾을 것” ■ 기본소득은 노동의욕을 저하시킨다? 기본소득은 최소한의 문화적·경제적 수요을 충족시키기 위해 설계된다. 또 재원 부족 등 사회경제적 제약 탓에 기본소득만으로 생활을 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앞서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강남훈 이사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의 조세·복지 지출을 감당한다면, 30만원 수준의 기본소득을 도입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노동 의욕을 꺾고 급여생활자를 양산할 수준의 급여체계는 아니라는 것이다. 베르너 레츠는 “노동에 참여하지 않으면 생존을 위협받기 때문에, 사실상 노동은 강제되고 있다”며 “기본소득을 통해 최소한의 삶이 보장된다면, 인간은 좀더 자유롭게 노동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공지능 로봇시대 ‘일자리절벽’ 현실화
많은 생산보다 어떻게 나눌지 고민할 때 ■ 로봇과 기본소득의 상관관계는? 기술혁신에 의한 ‘일자리 절벽’은 눈앞에 다가온 미래다. 지난 1월 다보스 포럼은 ‘직업의 미래’ 보고서에서 “2020년까지 자동화의 여파로 일자리 510만개가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기본소득은 이 같은 일자리 절벽에 대비해 공동체를 유지하는 대안으로 각광받는다. 자동화와 로봇에 의한 비약적 생산성 향상의 결과물을 사회구성원이 함께 나누자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많이 생산할지 고민할 게 아니라 어떤 생산을 해야 할지, 자동화가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라면 로봇시대에 사회공동체가 어떤 모습일지 고민해보자는 제안이다. 투기소득 중과세·토지세 강화 등 거론
국외에선 다국적 기업 공조 과세 논의 ■ 기본소득 재원은?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전문가들은 제도 설계를 위한 재정·세제 정책도 함께 제시하고 있다.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BIKN)는 각종 투기소득에 대한 중과세를 제안한다. 금융 파생상품 등 투기성 금융거래에 대한 중과세를 실시하고, 불로소득인 지대에 부과되는 토지세도 함께 논의된다. ‘부자증세’로 불리는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과 법인세 인상도 제기된다. 해외에서는 다국적 기업에 대한 공조 과세가 논의되기도 한다. 국경을 넘나드는 다국적 기업의 조세 회피에 대해 국제공조 체제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레츠는 “기본소득유럽네트워크에만 기본소득 실현을 위한 조세·재정 모델이 17개 마련돼 있다”며 “아직 가보지 않은 길을 걸으려는데, 처음부터 목적지까지 모든 지도를 내놓으라는 것은 결국 걷기 싫다는 뜻 아닌가”라고 말했다. 기본소득, 선별복지보다 재분배 효과 커
우파 일부선 도입 대신 “복지시스템 해체” ■ 기존 복지체제 강화가 효과적이지 않나? 기본소득은 기존 사회복지를 대체하는 개념은 아니다.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는 기본소득 도입이 기존 사회안전망의 강화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기본소득을 지지하는 쪽에서는 이 제도가 기존의 선별적 복지체제에 비해 재분배 효과가 높다고 보고 있다. 선별적 복지체제는 관리·심사 등 막대한 행정비용(복지전달체계)이 소요되기 때문에, 효율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비슷한 이유로 우파 진영에서 기본소득을 지지하기도 한다. 기본소득을 도입하는 대신 복지시스템을 해체해 ‘작은 정부’를 만들자는 것이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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