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개정안 20건 제출됐지만
대부분 임기만료로 자동 폐기돼
사문화된 ‘열석발언권’도
유일호 부총리, 다시 꺼내들어
대부분 임기만료로 자동 폐기돼
사문화된 ‘열석발언권’도
유일호 부총리, 다시 꺼내들어
한국은행법은 1997년 외환위기를 겪고 난 뒤 국제통화기금(IMF)의 권고에 의해 전부개정된 뒤 지금의 틀을 갖추고 있다. 중앙은행의 독립성 강화가 당시 한은법 개정의 기본 취지이다. 미국발 세계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2011년에 기존의 ‘물가안정’에 더해 ‘금융안정’을 목적사항에 추가하는 개정이 한차례 더 있었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국회의원에 의한 한국은행법 개정안은 모두 20건이 제출되었지만, 그중 극히 일부만이 지난 3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대안으로 통합되어 일부 통과되었을 뿐 본회의 안건으론 한번도 올라가지 못했다. 결국 19대 국회의원의 임기 만료에 따라 의원 입법으로 발의된 한은법 개정안 모두 자동폐기됐다. 그나마 상임위 차원에서 통과된 입법발의안도 주화 훼손에 대한 처벌 강화라든지 법조항의 한글화 등 한은의 통화신용정책 수행이나 지배구조 개편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내용이었다. 그만큼 한은법 개정이 국회에서 심도 있게 논의되기가 어렵다는 방증이다.
폐기되기는 했지만 지난 4년간 제출된 법안에는 금융통화위원회 구성 다변화, 기획재정부의 열석발언권 제한, 금통위원 임명시 국회 청문 의무화, 금통위원 임기 중첩 등 한은의 중립과 독립성 강화에 큰 영향을 미칠 내용도 있었다. 특히 금통위의 구성과 관련해, 현재의 당연직 2명(한은 총재와 부총재)과 추천 위원 5명(기획재정부, 한은, 금융위원회, 대한상공회의소, 전국은행연합회의 장이 1명씩)은 유지하되 금융소비자, 중소기업, 노동계 등을 대표하는 기구에서도 추천할 수 있게 하자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되어왔다. 금융 소비층이 그만큼 다변화하면서 이해관계의 상충이 점차 심해지고 있는 게 그 배경이다.
세계 각국은 헌법이나 중앙은행법을 통해 통화신용정책 수행의 조직적 독립을 보장하고 있다. 통화량 조절이나 금리 결정이 그만큼 정치적 권위에 종속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임기가 제한된 특정 정권의 의지가 통화신용정책에 그대로 반영될 경우는 경제안정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게 각국의 역사적 경험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한은의 통화신용정책 결정에 정부가 직접적으로 개입할 수 없게 되어 있다. 법으로 차단되어 있다. 다만 ‘열석발언권’이라는 장치가 있어 자주 시빗거리가 되고 있다. 열석발언권이란 기획재정부 차관이나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금통위 회의에 참여해 의결권 없이 발언할 수 있는 권리로서, 이는 현행 한은법 제91조에 명시되어 있다. 원래 사문화되어 있다가 이명박 정권 들어서 열석발언권이 다시 행사되자, 19대 국회 초기에 한은 독립성을 해친다는 이유로 이를 폐지하는 법안들이 야당 의원들 사이에서 나왔다. 이후 박근혜 정권 들어 다시 자취를 감추었으나, 올해 초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열석발언권을 필요하면 활용하겠다’고 해서 다시 입방아에 올랐다.
김공회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한국은행 전경. 박승화 <한겨레21>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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