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에스케이텔레콤의 씨제이헬로비전 인수·합병을 불허한 것에 대해 최악의 심사 결과라는 해당업체들의 반발과 공정위가 오랜만에 제 목소리를 냈다는 긍정 평가가 엇갈린다. .
에스케이와 씨제이는 5일 “공정위가 합병뿐 아니라 인수조차 불허한 이번 심사 결과는 케이블 업계의 미래를 생각할 때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최악'의 심사 결과로 매우 유감스럽한다”고 강력 반발했다. 하지만 공정거래법 7조는 경쟁제한적인 기업결합(기업 인수합병)은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따라서 공정위가 기업결합 이후 시장에서의 경쟁이 제한돼 소비자의 큰 피해가 예상된다고 판단하는 경우 인수합병 자체를 불허하는 것이 원칙이다. 실제 공정위는 지금까지 총 7건에 대해 기업결합을 불허했다. 2004년 피아노 제조업체인 삼익악기의 영창악기 인수건이 대표적이다. 공정위는 삼익악기가 영창악기를 인수하면 사실상 독점이 된다며 불허했다. 영창악기는 소송으로 맞섰지만 2006년 법원은 공정위의 손을 들어줬다. 공정위가 경쟁제한성이 있는 기업결합을 그냥 허용했다고 비난받는 대표 사례는 외환위기 직후 현대차의 기아차 인수다. 당시 현대차가 기아차를 인수하면 국내 자동차시장의 80%를 차지해 독과점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공정위는 당면과제인 부실기업 구조조정이라는 명분에 밀려서 인수를 허용하는 바람에 두고 두고 비난을 받았다. 공정거래분야의 한 전문가는 “그동안 공정위가 기업들의 눈치를 보거나 경제 외적인 고려 때문에 소비자 피해가 우려되는 기업결합에 대해서도 불허 결정을 못하고 일부 사업 매각이나 가격인상 제한 등의 부분적 시정조처로 대응해온 것이 문제였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이 주목된다”고 말했다.
에스케이와 씨제이는 공정위가 전국이 아닌 작은 권역별로 경쟁제한성을 판단한 것에도 반발한다. 씨제이는 “공정위의 ‘권역별 시장점유율 합산에 따른 경쟁제한' 판단은 이미 아이피티브이(IPTV) 등 전국사업자 중심으로 재편되는 유료방송 시장 흐름과 전면적으로 배치된다”고 밝혔다. 기업결합 심사를 할 때 시장 획정은 매우 중요하다. 같은 기업결합이라도 전국 단위에서는 경쟁제한성이 없는데, 작은 권역 단위에서는 경쟁제한성이 인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정위는 그동안 통신업체들의 기업결합에 대해서는 전국이 아니라 해당 권역별로 경쟁제한성을 심사해 왔다.
공정거래분야의 한 전문가는 “미국 공정위도 시장을 가능한 좁혀서 경쟁제한성을 판단하는 ‘최소시장획정원칙’을 운용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실제 해당 권역에서 경쟁제한성이 있는지 여부와 정보통신시장의 특수성을 감안해 경쟁제한성을 판단해야 하는지에 대해 공정위와 에스케이·씨제이 간에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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