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골라 석유회사가 받아갈 선박 보증 검토 들어가
국책 금융기관인 케이디비(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 한국무역보험공사가 대우조선해양이 선박 대금 1조원 상당을 받을 수 있도록 신규 보증에 나설 것으로 보여 논란이 예상된다.
11일 금융당국과 산은, 수은 등의 말을 종합하면, 대우조선이 지난 2013년 수주한 두 척의 드릴십(이동식 시추선) 인도와 관련해 국책 금융기관들이 신규 보증에 나설 것인지 검토에 들어갔다. 대우조선은 선수금(20%)을 뺀 잔금 9억9천만달러(약 1조1400억원)를 받은 뒤 앙골라 국영석유회사인 소난골에 두 척의 배를 인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자금 중개가 필요한데, 원래는 무보가 6억2천만달러(약 7100억원), 노르웨이 수출보증공사(GIEK)가 3억7천만달러(약 4300억원)의 보증을 서기로 약속한 상태였다. 하지만 노르웨이 공사는 브라질 국영석유회사인 페트로브라스에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입자 보증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은 두 척의 드릴십 인도 시점이 6~7월이지만 잔금을 받지 못해 배를 넘겨주지 못했다.
이에 산은과 수은은 노르웨이 공사가 포기한 3억7천만달러에 대한 보증 분담을 검토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금융위 관계자는 “자금을 중개할 영국 에스시(SC)은행으로부터 요청은 없었지만 산은과 수은이 자체적으로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무보는 애초 약속했던 6억2천만달러에 대해 보증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국책 기관이 신규 보증을 설 경우 지난해 10월 정부가 발표한 4조2천억원의 신규 자금 지원 외에 추가로 대우조선을 지원하게 되는 셈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직접 지원하는 것은 없지만 보증을 서면 자기자본비율(BIS)이 낮아질 수 있어서다. 산은과 수은의 자기자본비율을 높이려고 자본확충펀드 등을 마련한 상황에서 또 한번 충당금을 쌓는 등 금융기관의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국책 금융기관의 고위 관계자는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며, 보증을 설 경우 소난골 자산 가운데 마땅한 것을 담보로 잡을 계획이다. (대우조선을) 직접 지원하는 것이 아니어서 애초 약속을 어긴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난골은 브라질 국영석유회사처럼 유가 하락으로 사정이 좋지 않다. 자원 전문 매체 등의 외신보도를 보면, 소난골은 석유 생산량 가운데 상당량을 글로벌 석유회사 등한테 빌린 자금을 갚는데 써야한다. 소난골은 글로벌 석유회사들에 전년보다 41% 늘어난 78억달러(2015년 기준)의 부채를 지고 있고, 올해는 매우 어려운 해라고 지난 2월 밝혔다. 결국 우리 국책금융기관이 담보를 찾기 쉽지 않고, 보증을 설 경우 상당한 위험이 따를 수 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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