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제부총리가 7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소득분배 관련 경제현안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악수하며 인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지난 20년간 우리나라 가계소득 불평등이 확대된 데는 노동시장 양극화와 고령화가 주된 영향을 끼쳤으며, 고령화 요인을 제외하고 보더라도 근로 저소득층의 소득 감소가 심각하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 결과가 나왔다. 특히 복지 확대 등 정부 재분배 정책이 늘었지만 주로 고령층에 집중되다 보니 25~64살 근로 저소득층의 소득은 개선되지 못하고 있어, 이들에 대한 정책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는 제안이 뒤따랐다. 이런 분석 결과는 청와대가 올해 1분기에 소득분배 지표가 악화한 데 대한 상세 분석을 의뢰한 연구자들에 의해 나왔으며, 청와대 쪽에도 관련 보고서가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7일 강신욱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과 홍민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작성한 ‘평등한 사회를 위한 고용·복지정책의 역할’ 보고서를 보면, 소득불평등도를 나타내는 대표적 분배 지표인 지니계수는 1996년 0.3033(가구 시장소득 기준, 근로·사업·재산소득 등)에서 2016년 0.4018로 악화됐다. 지니계수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1999년과 세계 금융위기 영향을 받았던 2008~2009년 급격히 악화됐다. 이후 2010년부터 다소 개선되는 양상을 보이다가 2016년 다시 소득불평등이 심화된 것이다. 정부 재분배 정책이 반영된 가구 가처분소득 기준으로 보더라도 지니계수는 1996년 0.2983에서 2016년 0.3353으로 악화됐다. 0부터 1까지로 표현되는 지니계수는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이 심화됐다는 의미다.
이번 분석은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와 ‘가구소비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이루어졌다. 보고서는 “지난 20년간 불평등이 심화됐는데, 근로소득 불평등에 더불어 고소득 남녀끼리 결혼하는 ‘동류혼’ 경향에 따른 배우자 소득효과, 고령화 등이 불평등을 점점 심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했다”며 “1996년부터 2006년까지는 근로소득 격차가, 2006년 이후 2016년까지는 고령화와 가구구성 변화 등이 소득분배를 악화시킨 주된 요인이었다”고 진단했다.
가구 특성별로 보면, 근로자 가구주의 근로소득 기준 지니계수는 1996년에 견줘 2006년까지는 23.6% 높은 값을 보였지만 2006~2016년에는 4.6% 감소하며 개선됐다. 1997년 외환위기 직후 대기업의 시장 지배력이 커지고 비정규직이 늘었지만, 최저임금이 꾸준히 인상되면서 임금소득 불평등이 완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노인가구주를 포함한 전체 가구의 시장소득 불평등을 보면, 20년간 32.4%나 커졌다.
특히 연구자들은 고령화 요인을 제외하더라도 저소득층의 시장소득(명목 기준)이 감소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소득 하위 10% 계층의 2006~2016년 시장소득을 보면, 연평균 3.3%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25~64살 가구주만 보더라도 연평균 감소율이 3.3%에 달했고, 그중 취업가구주로 좁혀보더라도 연평균 1.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소득 계층의 경우엔 모두 시장소득이 증가세를 보여온 것에 견주면 이들 계층의 소득 감소가 두드러진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재분배 정책이 저소득 가구의 소득을 지원하는 노릇을 했지만 시장소득 불평등을 모두 상쇄할 정도까지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2016년 기준 빈곤층(중위소득 50% 미만) 가운데 60살 이상 1인가구의 경우엔 시장소득에다 ‘재분배 소득’(복지급여를 더하고 세금·사회보험료를 뺀 것)을 더하게 되면 빈곤 격차(빈곤선과의 차이)를 49.3% 좁힐 수 있다. 그러나 20~59살 1인가구는 재분배 소득을 고려하면 오히려 빈곤 격차가 25.4% 더 벌어지는 결과를 낳게 된다.
강신욱 연구위원은 “20~59살 저소득층 가구에 대한 재분배 효과가 거의 없다는 사실은 이들을 대상으로 한 소득지원제도 확대나 신설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복지지출 비중이 (선진국에 견줘) 부족한데다 재분배 정책이 고령층에 집중돼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06년 이후 우리나라의 소득보장 제도는 확대됐지만 기초연금 신설과 확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문재인 정부도 소득 하위 70%한테 주는 기초연금을 월 20만6천원에서 오는 9월부터 25만원으로, 2021년엔 30만원으로 인상하기로 했다.
근로빈곤층을 위한 소득지원 제도는 근로장려금(EITC)이 대표적인데 저소득층을 포괄하지 못하고 중간소득층 이상 계층을 주로 지원한다. 애초에 일정 소득 수준까지는 일을 더 많이 할수록 지원을 많이 받도록 설계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급액도 가구당 평균 72만7천원(연간 기준)에 그친다. 그 결과 고령층을 제외하고는 재분배 소득이 빈곤 격차를 해소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홍민기 연구위원은 “그동안 소득재분배 정책의 목표와 경로가 제시되지 않았고, 그에 필요한 분석도 불충분했다”며 “앞으로 저소득층 소득보장 체계를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5년, 10년 혹은 그 이후에 도달할 목표를 담은 소득보장 제도의 중장기적 계획을 세우고, 특히 인구 집단별 특성을 고려한 구체적인 목표치를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은주 방준호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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